함월루에서 맞은 새해 일출
함월루에서 맞은 새해 일출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01.03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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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잎에 이슬이 내려앉듯 마지막 이별 자리에 서 보면 가슴에 애잔함이 남기 마련이다. 다사다난(多事多難)한 2018년을 떠나보내며 아쉬운 마음이 한 점도 없었다면 거짓일 것이다. ‘그 사람에게 좀 더 잘해줄 걸’, ‘따뜻한 위로의 말을 전하며 손이라도 잡아줄 걸’ 하면서 후회하는 일도 남을 것이다. 그럼에도 2019년 새해는 어김없이 또 우리를 찾아와 용기를 내라고 격려하며 찬연한 햇살을 비출 것이기에 다시 희망을 품기 마련이다.

2018년의 마지막 밤을 보내며 전능자에게 한해를 지켜주심에 감사드리는 기도의 언어를 가만히 읊조렸다. 그리고 눈을 붙이려 했으나 여느 때처럼 곧바로 잠자리에 들 수는 없었다. 연말연시의 오묘한 설렘에 쉬 잠을 이루지 못한 것이다. 텔레비전 채널을 돌리다가 제임스 카메룬 감독이 제작한 특선영화 ‘아바타’를 선택해 시청하면서 다시 한 번 1천만 관객을 동원한 스토리텔링의 힘을 느끼게 되었다. 어느새 밤이 깊어지고 새벽을 향해 달리는 시각, 나는 쏟아지는 잠에 흠뻑 취해 버렸다.

그리고 아침에 일어났지만 아뿔사, 너무 늦게 일어난 게 아닌가. 세수도 못하고 두꺼운 옷으로 무장한 채 부리나케 함월루 쪽으로 차를 몰았다. 주차공간이 부족한 탓에 지방경찰청 뒤편에 겨우 차를 세워놓고 달리기 시작했다. 그 시각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해맞이 행사에 참석하느라 무리지어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함월루 안내판을 첫 사진으로 찍은 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대기하고 있던 소방차를 두 번째로 카메라에 담고, 잰걸음으로 행사장으로 향했다.

행사장 입구에는 소원 글귀를 담는 메모지를 나눠주는 이들의 손이 분주하게 움직였고, 사람들은 한해의 간절한 소망을 적어 줄에 꽁꽁 걸어두기에 바빴다. 바로 뒤편에는 기념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 존이 마련돼 인기를 끌었다. 함월루 안뜰에 빼곡하게 들어선 숱한 사람들은 부스에서 나눠주는 어묵과 따뜻한 차를 받아가느라 길게 줄을 섰고, 떡국을 나눠주는 아래편 부스에서도 사람들은 긴 줄을 이루고 있었다.

곧 떠오를 새해의 첫 태양을 기다리는 사람들은 저마다 상기된 표정으로 정초의 찬 겨울 공기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가죽장갑을 벗고 카메라로 사진을 찍을라치면 손가락이 얼얼한데도 새해를 가슴에 품으려는 사람들의 열정은 식을 줄을 몰랐다. 아빠에게 목말을 탄 아이들과 유모차 안에 있는 아이들의 표정은 해맑기 그지없었다. 함월루 누각의 사회자는 곧 해가 떠오른다며 뜸을 들였고, 국악공연단은 신명을 다 쏟듯 북을 치고 나팔을 불었다.

나는 북적이는 사람들 틈을 오가며 연신 셔터를 눌렀다. 참가자들은 사회자의 구령에 따라 다 함께 큰 소리로 카운트다운을 하기 시작했다. 드디어 새해의 첫 해가 붉게 빛나며 떠올랐고, 때맞춰 대형 박 두 덩이가 ‘펑’하고 터지면서 새해를 축하하는 기쁜 소식을 전했다. 참가자들은 새해 첫 일출 장면을 카메라에 담느라 여념이 없었고, 저마다 소원을 빌며 한해의 평화와 안녕을 기원했다.

존재감을 드러내며 서서히 떠오른 황금빛 새해는 천천히 서쪽으로 자리를 옮겼고, 무리지어 환호하던 사람들은 하나둘씩 함월루를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함월루 해맞이 행사를 시작으로 신년의 첫 걸음을 뗀 사람들은 저마다의 가슴에 희망의 해를 품고 또 한해를 숨 가쁘게 살아갈 것이다.

박정관 굿뉴스 울산 편집장 울산누리 블로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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