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詩] 까마귀 떼 / 이시향
[디카+詩] 까마귀 떼 / 이시향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01.03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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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저물녘 태화강 대숲은
자석이 되어
까맣게 쇳가루를 끌어당긴다.

 

사진을 자세히 보아야 검은 점들이 까마귀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시향 시인은 검은 까마귀 무리를 쇳가루로 보았다.

러시아에서 대규모의 까마귀 떼들은 겨울을 나기 위해 대한민국 울산의 젖줄인 태화강을 선택했다.

어릴 적 누구나 과학시간에 막대자석 실험을 한 번은 경험했다.

실험에서 N극과 S극으로 향하는 수많은 쇳가루의 방향을 보았다.

저 시베리아 땅의 검은 까마귀는 지구의 자장을 온몸으로 느끼며 따뜻한 남쪽 울산 태화강으로 자신도 모르게 이끌려 날아왔을 것이다.

시베리아에서 날아온 까마귀 떼처럼 어쩌면 우리도 저 무리와 다를 바 없다.

1960년대 공업화를 시작하며 잘살기 위해서 찾아온 울산은 나라를 부강하게 키워온 조국의 막대자석이 아니었을까.

태화강의 넓은 품에서 행복하게 겨울을 나고 이겨내는 까마귀처럼 울산은 나와 우리의 가족을 편안하게 품어주는 아름다운 삶의 터전이다.

글=박동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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