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꿈 이야기
어느 꿈 이야기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08.01.17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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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은 복권을 살 때, 그것도 한 5회 정도 쌓여서 수십 억원이 1등 당첨금으로 되었을 때 야무지게 꾼다. 꿈은 입학시험을 보았을 때 웃게도 하고 울게도 한다. 꿈은 짝사랑을 할 때 온 세상을 아름답게 해준다. 나보다 덩치도 크고, 엉큼하고, 고집불통이고, 게다가 무엇을 조금 안다고 전부 아는 것처럼 막무가내로 행동하는 사람하고 싸우는 꿈을 꾸면 내 속을 시원하게 해준다. 일컬어 카타르시스(마광수는 이것을 배설작용이라고 한다)하게 한다. 어제 저녁에는 재미있는 꿈을 꾸었다.

김용철 변호사가 다시 검사가 되어 김만복 국정원장의 방북 과정을 수사하고, 김만복 국정원장이 기관원을 동원하여 김용철 검사의 수사비리를 캐는 꿈이다. 꿈은 꿈이어서 왔다 갔다 했는데 대강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김 검사가 김 원장을 심문하는데 왜 하필이면 12월 18일 대통령 선거 전날 북한을 방문했느냐고 조곤조곤 따진다. 김 원장이 대답하기를 투표하기 한 일주일 전에 다녀오려고 했는데 김경준이가 제대로 일을 하지 못해, 일이 터지기를 기다리다가 그렇게 늦었다고 한다. ‘대통령과 의논하고 허락을 받았습니까?’ ‘다 상식적으로 아시지 않습니까? 제가 누굽니까? 아프가니스탄을 목숨 걸고 다녀오지 않았습니까?’ ‘아, 참. 그때도 대통령과 협의했습니까?’ ‘김 검사님, 제가 어떻게 국정원장이 되었는데요? 뻔 한 얘기 자꾸 물으면 거짓말 합니다.’ 헤헤거리면서 머리를 90도로 숙이고 곁눈질로 김 검사의 표정을 살피고 있다. ‘그렇게 곁눈질로 눈치 살피지 마세요. 소매치기나 하는 행동이어요. 장관급의 국정원장이…. 그러려면 끝까지 음지에서 일 해야지요. 경상도 기장 사람들은 다 그래요?’

김 원장이 국장급의 기관원 두세 명을 모아 놓고 소곤소곤 이야기 하다가 김 검사에게 호통을 친다. ‘당신 말이야. 요즈음 어느 시대인데 지역감정으로 경상도 기장 사람 다 그래? 하는 거야. 당신 젊은 사람이 검찰청 밥을 먹었으면 기관원쯤은 알거 아냐? 우리 애들이 캐보니까 당신 전라도 광주 일고 나왔다며? 광주 사람들은 100억이 넘게 월급 받아먹던 자기 회사를 하루아침에 그렇게 엎어놓는 거야? 당신, 여기 국정원이야! 몽둥이찜질 들어가기 전에 불어. 19XX년 그거 수사할 때 무마 조로 얼마 먹었었어?’ ‘김 원장님, 다 아시면서. 시쳇말로 판사는 버스타고 출근하고 검사는 자가용타고 출근하고 말이죠. 판사와 검사, 월급차이가 있습니까? 무슨 돈으로 자가용 굴립니까? 허, 허, 허.’

학문적 용어로 ‘일반화’와 ‘특수화’가 있다.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가 일반화의 예이다. 옛날에 최씨 성을 가진 사람의 고집 때문에 고생한 일이 있는데 또 최씨 성을 가진 사람을 만났다. ‘이 사람, 고집이 셀 거야’ 하나의 일반화이다. 키가 큰 사람은 체중이 많이 나간다, 그런데 이회창씨의 아들은 키가 크면서도 체중이 나가지 않았다. 특수한 예이다. 보신탕의 개들은 대개 황구이다. 그런데 오늘 이 보신탕은 백구란다. 특수한 예이다. 이런 일반화와 특수화의 충돌을 절묘하게 풀이하는 것이 ‘개인차’의 문제라고 한다. 기장 사람들은 다 김만복 같지 않다. 개인차의 문제이다. 광주일고 출신들은 다 김용철 같지 않다. 개인차의 문제이다. 우리 언제까지 지역감정의 올가미에 묶여 있을 것인가? 이제는 개인차로 정해 놓고 사람의 됨됨이를 살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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