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해(己亥)년은 마음을 비우는 해로!
기해(己亥)년은 마음을 비우는 해로!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01.01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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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김없이 붉은 태양이 떠오르며 ‘기해(己亥)년’ 새해가 밝았다. 기(己)가 상징하는 색상은 노란색이고 해(亥)가 상징하는 동물은 돼지이므로 ‘황금돼지’ 해이기도 하다.

풍요를 상징하는 황금과 돼지가 함께 어우러졌기에 축복이 가득하고 길운이 찾아오는 해가 되기를 진심으로 소망한다. 하지만 황금돼지라 하여 너무 물질적인 측면에서만 부각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눈부신 과학기술의 발달로 너무 기계화되면서 모든 일이 아주 빠르게 처리되어야만 직성이 풀리게 되었다. 또한 잘못되면 무조건 ‘네 탓’으로만 돌리며 치열한 경쟁사회에 살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는 어쩔 수 없이 정신적인 에너지 소비가 많아지기 마련이다.

점점 더 자극성이 강한 음식을 찾는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매일 만나는 사람도 많아지고 처리해야 할 정보도 예전에 비해 넘쳐난다. 과잉 속도와 자극, 경쟁에 지치고 업무와 역할의 무게에 짓눌린 심신(心身)에게는 새로운 활력소가 필요하다.

과거에 묵언수행 등의 형태로 알려진 명상은 영화나 드라마에서 코믹한 모습으로 묘사되곤 했다. 요가도 묘기의 일종으로 알려지다가 다이어트 방법 정도로만 인식되었다.

하지만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명상은 단순히 힐링을 넘어 자기성찰을 통한 자아실현의 수단으로 다가오고 있다. 직장인들이 남방불교에서 유래한 ‘마음챙김 명상’에 관심이 증폭되는 이유는 경쟁사회에서 극심한 피로감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이 명상은 스트레스 해소 프로그램으로도 인기가 높은데 실제로 명상 후 뇌파검사를 하면 행복 호르몬이라 불리는 세로토닌의 수치가 늘어난 것을 알 수 있다.

마음챙김 명상은 어떤 대상에 온전히 마음을 모으기보다는 대상을 고정하지 않고 ‘지금-여기(here and now)’에 마음을 모아 판단 없이 집중하고 바라보는 명상이다.

요즘 사람들은 자신을 바라보는 시간도 없이 그저 타인을 바라보며 비교하기에 바쁘다. 오로지 자신에게 집중하며 쉬고 비우고 채우는 힐링의 시간이 필요한 이유다.

또한 요가는 다이어트의 수단으로 널리 알려졌으나 본래 목적은 자신에게 집중하면서 행복을 찾는 것이다. 즉 마음의 작용을 없애면서 온전히 자신에게 집중하는 것이다. 과거엔 명상이나 요가 등의 수행 목적이 해탈이었다면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겐 종교적인 의미보단 그야말로 절실하기 때문이다.

불안하고 혼란한 마음을 가라앉히고 일상을 살아갈 힘을 얻기 위한 실용적인 목적이 강한 것이다.

미국 심리학협회에 따르면 미국 청소년 중 4분의1 이상이 학교와 가정생활로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고 있으며 이 중 절반 이상이 스트레스 관리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 청소년은 어떨까. 모르긴 해도 절반 이상이 스트레스를 받고 있을 게다. 하물며 스트레스 관리는 언급할 필요조차 없다.

어릴수록 요가와 명상 활동을 할 경우 사회적, 정서적 능력뿐만 아니라 학업성적도 높일 수 있다는 미국 국립보건원의 발표에 귀 기울여야 한다. 선진국에서는 이미 명상이 하나의 신산업으로 인정받는 점이 부럽기만 하다.

흔히 명상이라면 디지털 세상을 벗어나야 가능하다고 여긴다. 나 역시 명상 하면 템플스테이나 조용한 수목원이 떠오른다. 그러나 바쁜 현대인의 취향을 반영해 디지털 명상이 확대되고 있다. 출퇴근길에 이어폰을 끼고 명상을 하거나 거실에서 TV를 보며 마음을 다스리는 디지털 명상이 있다니 놀라울 뿐이다. “크게 숨을 들이마시고 아주 천천히 내쉬면서 마음을 내려놓습니다. 숨을 조절하려 하지 말고 지금 어떻게 숨을 쉬고 있는지를 가만히 느끼면 됩니다.”

바쁜 일상이지만 하루에 5분이라도 눈을 감고 마음을 비워보자. 생각을 내려놓고 마음을 내려놓으면 그만큼 스트레스를 받아들일 힘과 공간이 생긴다. 체력운동과 마찬가지로 하루하루 개발할 수 있는 마음의 습관인 셈이다.

지금 우리 국민들에겐 마음을 내려놓는 훈련이 필요하다. 행운의 기운이 철철 넘치는 새해 첫날, 울산시민 모두에게 더 풍요로워질 삶을 소원하며 큰 절 올린다. “울산시민 여러분, 새해 복 많이 지으시고, 복 많이 받으십시오!”

<이동구 본보 독자위원장 한국 화학연구원 RUPI 사업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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