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는 ‘대한민국 100년’
새해는 ‘대한민국 100년’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9.01.01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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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에 ‘건국절’ 논란이 국회에서까지 일었던 적이 있다. 1948년 8월 15일을 대한민국 건국일로 정하자는 주장에 대해 1919년 4월 11일에 대한민국 헌법이 발포되었으니 그때를 건국일로 보아야 한다는 반론이 만만치 않았다. 새해는 그 100주년이 되는 해다. 그래서 그 주장의 타당성에 대해 산책해 본다.

우리 모두가 너무나 잘 알듯이 1919년 3월 1일은 33인의 민족대표가 독립선언서를 배포하고, 온 겨레가 일어나 만세를 부르면서 일본에 빼앗긴 나라의 ‘독립’을 외쳤던 삼일절이다. 그리고 4월 11일에는 지도급 인사들이 모여 민주공화국인 대한민국의 헌법을 반포하고 건국을 선언하면서, 영토와 주권을 빼앗긴 상태였으므로 정식정부 대신 임시정부를 수립하여 ‘광복’ 투쟁을 이끌었다. 그래서 8월 15일을 ‘광복절’이라고 한다. 주권을 되찾는다는 의미의 광복을 하려면 나라가 있는 것을 전제한다.

1989년 12월 정부에서는 임시정부 수립 기념일을 4월 13일로 제정하여 기념해 왔다. 그러나 지난해 4월 13일,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수립을 선포한 날은 4월 13일이지만, 대한민국 헌법을 반포하고, 임시정부를 수립한 날은 11일이므로 올해부터 임시정부 수립 기념일을 4월 11일로 바꾸겠다고 발표했다.

임시정부가 발간한 ‘대한민국 4년 역서(달력)’의 국경일 난에 4월 11일을 헌법발포일이라고 적혀 있고, 1946년 입헌기념식 사진에도 ‘제27주년 대한민국 임시입헌기념식, 대한민국 28년 4월 11일’이라고 찍혀 있으므로 당시까지 4월 11일을 건국 및 임시정부 수입일로 기념한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특히, ‘대한민국 4년’(1922) 달력에는 ‘개국기원 4255년, 임술(壬戌)’이라는 연도 표기가 되어 있어, 당시 임시정부에서는 기년법은 단기와 같은 ‘개국기원’을 사용했으며, ‘대한민국’이라는 연호를 사용했다는 것을 명확히 알 수 있다.

또한 헌법을 반포하고, 입헌 기념식을 했다는 것은 임시정부만의 출범이 아니라 ‘대한민국’이라는 국가가 출범한 것으로 이해했던 것으로 보아야 한다. 헌법은 한 나라의 기본법이므로 1919년에 반포한 헌법이 그때까지 지켜져 왔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 일부 언론이나 단체에서는 ‘임정 100년’이라고 하여 임시정부만 말하지 대한민국의 건국은 강조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이는 큰 잘못이다. 정부가 있으려면 나라가 있어야 ‘어느 나라의 정부’라는 정체성이 명확해진다.

그래서 이 달력에서도 ‘대한민국 4년’이라는 연호를 사용했고, 1948년 이승만 대통령 당선 공고문과 관보 제1호에서 ‘대한민국 30년’이라는 연호를 사용하여 국체가 대한민국임을 분명히 했으며, 현 우리 헌법 전문에서도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고 하여 임시정부가 ‘대한민국’의 정부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만약, 나라이름을 밝히지 않고 그냥 ‘임시정부’라고 할 경우, 당시에 그 임시정부 깃발아래 광복 투쟁을 했던 김구, 이봉창, 윤봉길, 김홍일 등 수많은 사람들의 국적을 흐리게 만드는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

이는 일본인들이나 친일파 후손들의 음흉한 흉계일 수 있다. 1919년 대한민국의 건국과 임시정부 수립을 무시할 경우, 선열들의 광복 투쟁은 일본이라는 ‘나라’의 조선지방 사람들이 일으킨 사회소요 정도로 격을 낮춤으로써 당시 일본 세력을 등에 업고 일신의 명예를 챙겼던 부왜역적(=일본을 업고 나라를 배반했던 사람들)들의 입장을 정당화시켜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 역사교과서조차 당시의 나라이름이 없고 ‘일제시대’ ‘일제강점기’ ‘일제식민지 시대’라는 시대명칭을 사용함으로써 광복 투쟁을 한 선열들의 국적이 일본이었던 것처럼 표기하고 있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서울시의 ‘3·1운동 100년, 대한민국 100년’이라는 기념사업 구호처럼, 물론 여기서 ‘운동’은 ‘만세의거’ 등으로 바뀌어야 하겠지만, 새해가 ‘임시정부 100주년’보다 ‘대한민국 건국 100주년’이라는 것이 부각되는 한 해가 되기를 기대한다.

박정학 역사학박사·사단법인 한배달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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