떼까마귀와 함께한 해넘이·해맞이 10년
떼까마귀와 함께한 해넘이·해맞이 10년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12.30 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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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가 저물고 있다. 때맞추어 추위도 기승을 부린다. 텃새인 참새보다 추위에 강한 시베리아 출신 떼까마귀도 어쩔 수 없는지 양지바른 구석으로 모여든다. 연말은 누구에게나 감회가 깊은 달이다. 실패를 맛본 이에게는 아쉬움이 남는 한해의 끝자락이겠지만 목표를 이룬 이에게는 더 없이 새해가 기다려지는 설렘의 달일 것이다.

매년 간절곶, 명선도, 함월루 등지를 찾아 해넘이와 해맞이를 함께하는 것도 보내기 싫은 아쉬움과 빨리 갔으면 하는 바람이 교차하기 때문은 아닐까. 모두가 비슷한 생각에서 높은 산을 오르거나 탁 트인 바닷가를 찾다보니 산신과 해신이 ‘쓰레기 쓰나미’로 곤욕을 치르기도 하는 것이 바로 이 무렵이다.

해맞이에 동참한다 해서 다 그런 건 아니겠지만, 새해를 맞이한다는 방향성이 있기에 온 밤 내내 진드기처럼 달라붙어 떨어질 줄 모르는 찬 공기에 몸을 맡기곤 한다. 매서운 바닷바람이 사정없이 얼굴을 채질하고, 몸을 움츠리게 매질을 해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그렇지 않으면, 지나간 개해보다 다가올 돼지해에 거는 기대가 크기에 ‘참아야 하느니라’ 하고 주문을 외우면서 해뜨기를 기다릴 것 같다. ‘거름 지고 장에 간다’는 속담처럼 아무 목적도 없이 길나서는 일은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해넘이와 해맞이의 본질은 빛이다. 사라지는 빛을 아쉬워하면서 새로운 빛을 맞이한다. 그 빛이 그 빛이지만 희망의 의미를 두기에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온다. 해넘이와 해맞이는 일 년 중 언제든지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다.

그러나 지속가능한 실천이 따르지 않는 방향성은 장삼이사, 갑남을녀처럼 작심삼일의 평범한 일상에 지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해넘이와 해맞이는 12월 31일 오후와 1월 1일 오전이라는 시간대를 정해서 의미를 부여한다. 하지만 필자의 해넘이와 해맞이는 특별한 날을 따로 정해 놓은 게 아니다.

1년 365일 내내 하는 해넘이와 해맞이가 어느덧 10년째에 접어든다. 정확히 말하면 해넘이보다 해맞이에 치중하는 편이다. 그 이유는 <울산 태화강에 도래하는 떼까마귀·백로의 기상(氣象)에 따른 행동변화>라는 조사연구의 방향성을 10년으로 잡았기 때문이다.

기상에 따른 행동변화이기에 비, 바람, 구름, 눈을 가리지 않고 하루도 빠짐없이 떼까마귀와 백로가 먹이 터로 날아서 나가는 이소(離巢) 현상을 먼저 관찰하고 그 뒤에야 해맞이를 한다.

이미 9년 동안을 그렇게 해 왔고 10년째가 되는 새해 첫날 역시 그렇게 할 것이다. 3천650일, 8만7천600시간을 향해 나아가는 10년. 참으로 길고 긴 시간인 셈이다.

한 시대에 까마귀는 태양의 상징이었다. 세발달린 삼족오(三足烏), 금까마귀를 뜻하는 금오(金烏)라는 상징적 표현이 이를 뒷받침한다. 필자가 일상의 해넘이와 해맞이를 떼까마귀와 함께하는 데 의미를 더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수년간 떼까마귀를 연구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매년 겨울철만 되면 울산을 찾는 떼까마귀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와 지식이 없이 지역주민과의 공존을 말한다는 것은 설득력이 모자란다. 떼까마귀에 대한 오래고 꾸준한 연구는 지역 환경의 많은 문제점들을 재발견하고 해결해내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떼까마귀를 연구하면 다른 동물과의 공존 정책도 세울 수 있는 것이다.

연구는 책상 앞에서 하는 것이 아니다. 매일 해넘이와 해맞이 현장에서 한다. 그런 의미에서 10년에 걸친 떼까마귀 조사연구가 매우 가치 있는 일이라고 여기고 앞으로도 계속할 생각이다.

해넘이와 해맞이는 1회성에 그쳐서도 안 된다. 동화 속에 숨지 않고 매일 그리고 부지런히 해내야만 한다. 어떤 이에게는 오늘 저녁의 해넘이보다 내일 아침의 해맞이가 더 고통스럽고 시련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

한동안 까마귀가 태양을 상징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일출 전 약 10만 마리가 펼치는 떼까마귀 군무의 관찰 체험이야말로 답습의 해맞이를 뛰어넘는 신창의적이고 선한 자극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

해돋이를 밤새워 기다리다가 남들을 따라 덩달아 함성을 지른 뒤에 지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왔다가 달이 뜰 때까지 잠에 빠지는 해맞이 관행을 앞으로 몇 번이나 더 경험할 것인가?

해맞이 행사에 한 번 참여했다고 일 년을 무사안일하게 보낸다면 그 결과는 추운 1월 강가에 웅크리고 있는 백로의 모습처럼 초라하기 짝이 없을 것이다. 새해에 솟아오르는 해돋이가 사람들에게는 희망의 상징이다.

두루미는 해가 중천에 높이 뜰 때 안전한 상승기류를 타고 창공을 날아올라 목적지로 여유 있게 날아간다.

주전 바다에 떠오르는 붉은 게가 풍요를 상징한다면, 울산 도심의 검은 떼까마귀는 풍성함을 상징할 것이다. 현대는 해넘이와 해맞이에 대한 인식과 행동을 창의적으로 변화시킬 것을 주문한다. 창의는 성과와 결과가 있기 때문이다. 인식이 변화되고 실천이 수반되는 새해를 다 같이 맞이하게 되기를 기원한다.

<조류생태학 박사 울산학춤보존회 명예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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