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 멸망 막기 위한 다라국 왕자의 고군분투기
가야 멸망 막기 위한 다라국 왕자의 고군분투기
  • 김보은
  • 승인 2018.12.30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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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호 소설가 ‘제국의 칼’ 펴내‘다라국’ 통해 소외된 역사 조명소설집 ‘기타줄을 매다’도 출간

“나는 칼이 되어야 한다. 이 나라가 위난에 처할 때도 불 속에 몸을 달구던 그 인내로 이 나라에 지켜야 한다.”(장편 소설 ‘제국의 칼’ 중에서)

후기가야 13국 중 하나인 다라국의 태자 ‘진수라니’가 ‘한기(旱岐)’의 자리 올라 왕으로부터 ‘용봉문(龍鳳文) 환두대도(換頭大刀)’를 받은 뒤 한 맹세의 말이다. ‘한기(旱岐)’는 사실상 나라의 통치를 맡게 되는 관직이며 ‘용봉문(龍鳳文) 환두대도(換頭大刀)’는 국권과 통치의 상징이다.

최근 이충호 소설가(사진 )가 펴낸 장편소설 ‘제국의 칼(좋은땅)’에는 노쇠한 국왕을 대신해 나라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한 ‘진수라니’의 이야기가 담겼다. 본보에서 2014년 6월부터 연재한 것을 책으로 묶었다.

‘제국의 칼’은 가야의 멸망사에 기반을 뒀다. 가야는 초기가야 13국과 후기가야 13국으로 이어진 700년 문명사를 가진 국가였다.

신라, 백제와의 전쟁에서 패배하면서 고대 역사 초기에서 사라졌다. 이로 인해 역사적 기록이 현재 거의 남아 있지 않아 우리 역사에서 가야사는 소외됐다. 이야기는 후기가야 13국 중 ‘다라국’을 중심으로 흘러간다.

‘다라국’은 13국 중 가장 늦게 멸망한 것으로 여겨지는 소국이다.

일본서기와 양직공도에 기록이 있으나 그 실체가 확인되지 않았던 다라국은 합천 옥전 고분군에서 유물이 대거 출토되면서 주목받았다.

장편소설 '제국의 칼' 표지
장편소설 '제국의 칼' 표지

 

주인공인 ‘진수라니’는 후기가야연맹의 변환기였던 525년부터 다라국이 멸망하는 562년까지 다라국의 태자였다. 그는 마지막 왕위에 올라 후기가야의 멸망을 막기 위해 번민하고 고군분투하다 장렬히 최후를 맞는다.

이충호 소설가는 “후기가야가 막강한 세력을 갖고도 일찍 패망한 것은 강력한 중앙집권적 정치체제를 이루지 못하고 여러 나라로 흩어져 있었기 때문”이라며 “후기 가야연맹의 맹주국인 대가야와 거의 같은 시기에 멸망한 ‘다라국’을 중심배경으로 삼아 소외됐던 가야멸망사를 조명했다”고 밝혔다.

송하춘 소설가(고려대 명예교수)는 “가야사는 우리 역사에서 가장 신비스런 영역이다. 역사의 미개척지나 다름없다. 역사적 사료를 바탕으로 성실하게 쓰인 이 소설은 허구적 상상력을 절제하며 지워진 역사를 복원하려는 작가의 역사의식과 통찰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라고 평했다.

이와 함께 소설집 ‘기타줄을 매다(좋은땅)’도 출간했다.

책에는 낯선 땅에 제대로 뿌리 내리지 못한 미국 이민자, 치매 걸린 아내를 보살피는 노인 등 8편의 소외된 사람들의 이야기가 실렸다. 표제작 ‘기타줄을 매다’로 이충호 소설가는 제23회 오영수문학상을 수상했다.

이충호 소설가는 ‘시대문학’, ‘월간문학’ 신인작품상에 시와 소설이 각각 당선돼 문단에 나왔다. 저서로는 시집 ‘마라도를 지나며’, ‘바다, 머나먼 추억의 집’, 시사평론집 ‘시대와 갈등’, 장편소설 ‘바다로 가는 먼 길’, ‘이예, 그 불멸의 길’ 등이 있다.

한국해양문학상, 이주홍문학상, 서울시인상, 오영수문학상, 소설21세기문학상, 울산문학상, 문화관광부장관상을 수상한 바 있으며 현재 울산예총 회장을 맡고 있다. 김보은 기자

소설집 '기타줄을 매다' 표지
소설집 '기타줄을 매다'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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