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카는 요술방망이인가?
케이블카는 요술방망이인가?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12.27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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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 15일 북구 강동동 몽돌도서관에서 환경운동연합 바다위원회 회의가 열렸다. 서울 부산 포항 등지에서 온 활동가들은 아름다운 산하 해변이 한눈에 조망되는 몽돌도서관의 위치와 역할에 대해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그런데 전혀 뜻밖에도 해상케이블카 유치를 촉구하는 현수막이 몽돌도서관 주위를 도배하듯이 걸려있어서 당혹스럽고, 외지에서 온 손님들에게 몹시 민망하기도 했다.

신불산에 ‘행복케이블카’를 건설하겠다는 울산시와 울주군을 상대로 지난한 반대활동을 통해 겨우 막아냈다고 안도하려는 순간에 울주군이 다시 나서질 않나, 영남알프스 생태 축 훼손은 절대 안 된다니까 동구 대왕암에 해상케이블카를 추진한다는 언론보도가 등장하더니 이번에는 또 뜬금없이 강동해변에 케이블카 유치하자는 주장이 나온 것이다.

도대체 케이블카를 설치하기만 하면 관광객이 몰려오고, 지역상권이 활성화 된다고 믿는 발상 자체를 이해할 수가 없다. 케이블카가 요술방망이라도 된다고 믿는단 말인가? 전국 각지에 우후죽순처럼 들어선 케이블카 운영실태를 보면 흑자운행을 하면서 지역경제에도 도움이 되는 성공사례는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밖에 안 된다.

통영 해상케이블카가 성공사례로 평가되면서 관광객도 많이 오고, 지역경제도 활성화되었다고 보도되니까 각 지자체들이 경쟁적으로 달려들고 있는 모습은 흡사 불을 보고 달려드는 불나비처럼 보인다. 어떤 특정지역이 성공했다고 해서 다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다.

그 지역조차도 과연 진정한 의미에서의 성공인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울산시와 울주군에서 추진하던 신불산케이블카 사업은 시민·환경단체와 종교단체, 그리고 최종적으로 낙동강유역환경청으로부터 반대의 행정적 용어인 ‘부동의’ 처리되어 일단락 지어지는 것으로 판가름 났다. 송철호 시장도 몇 차례 공식 석상에서 “나는 한 번도 신불산케이블카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말을 하지 않았는데 언론이 앞서갔다”고 했다.

진위야 어떻든 울산시장이 직접 시민·환경단체 관계자들과의 간담회 석상에서 그렇게 밝혔고, 울산시 내년도 예산에서도 케이블카 사업 예산은 삭감되어서 끝났다고 믿었다.

그런데 불씨는 여전히 살아있다. 울주군에서 ‘최적의 노선’을 찾아서 다시 추진하겠다는 것과 이를 위해 용역사업비 20억원이 편성되었다는 언론보도가 또 나왔다. 울산시에서는 물러선 모양새를 취하고 울주군이 바통을 이어받은 것으로 보였다. 하여 울주군 관계자에게 확인 전화를 했더니 “신규사업 예산이 아니라 원래 편성되어 있던 예산인데 삭감하지 않고 계속 사업비로 살려놓은 것”이란다. 의회에서도 삭감하지 않고 통과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정리해보면 울산시장은 확실한 입장을 밝혔으나 울주군은 여전히 미련을 갖고 있음이 예산처리 과정에서 확인된다.

즉, 신불산 케이블카 사업은 완전히 포기한 것이 아니라 불씨를 살려놓고 울주군이 총대를 멘 것으로 보인다. 시민을 우롱하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이러한 과정에서 울산시와 울주군 모두 석연치 않은 처신을 하고 있다는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지역 언론이 앞서갔을 뿐이라며 자신들은 그런 말 한 적 없다고 하는 것은 전형적인 보신주의다. 지역 언론에서 앞질러 오보를 냈으면 정정보도를 요구해야 하는데 전혀 그러지 않는다.

지역의 특정언론과 담합 내지 역할분담을 한 것 아니냐는 합리적 의심을 받기 충분하다. 야당시절 송철호 시장과 이선호 군수의 소신이나 환경 마인드를 보면 시민·환경단체가 반대하고 정부 기관인 낙동강유역환경청에서도 부동의 하는 신불산 케이블카 사업을 추진하지는 않을 것이란 믿음이 있었다. 그런데 왜 분명하고 당당하게 입장을 밝히지 못하는지 유감이다.

신불산에 ‘최적의 대안노선’이란 있을 수 없는 말장난이다. 만약 울주군에서 그런 주장을 한다면 지난 10여년 동안 울산시와 울주군은 ‘최적의 노선’을 찾아보지도 않고 케이블카를 추진했음을 스스로 입증하는 것이다.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김으로써 해당지역 주민들에게 헛된 기대감을 갖게 하는 것은 나쁜 행정이다. 해상케이블카 주장도 지역 언론이 앞질러 소설을 쓴 것인가? 산에서 안 된다니까 해상케이블카를 추진하자는 것, 누구의 발상인지 너무나 황당하다. 그러니까 동구에는 대왕암 케이블카, 북구에서는 강동해변 케이블카 유치 주장이 나오는 것이다.

케이블카가 요술방망이가 아닌 담에야 아니 땐 굴뚝에 연기만 자꾸 피워서 피차 정열 소진하는 일 그만두길 바란다.

<이상범 울산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전 울산 북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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