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08.01.17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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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 복권 1등에 당첨된 사람 37%가 “대박을 잡은 것은 꿈과 관계있다”고 말했단다.

그 중에서 돼지나 조상 꿈을 꾼 경우가 가장 많았다. 꿈과 관련된 부분은 한국인의 현실생활 속에서 많이 등장한다.

‘어금니가 빠지면 조상 중 어느 분이 돌아가시고 장례 행렬을 보면 횡재수가 생긴다.

피를 만지거나 뒤집어쓰면 행운이 따른다. 집에 불이 나면 재산이 불어난다’ 등이다.

삶 속에서 순리를 터득하려는 선조들의 순수한 모습을 볼 수 있다.

불에 태워 낡은 것을 없애고 새로운 것을 갖고 싶어 하는 기대심리, 돌아가신 조상을 애도하며 슬퍼하는 것 자체가 자신을 정화시키고 옳 곧게 세우는 방법 중 하나다.

이빨 중 가장 큰 어금니가 빠지는 것은 가족 중에서 비중 있는 인물이 사라짐을 상징하고 붉은 색깔은 중국인들이 아직도 즐겨 쓰는 부의 상징이다.

태생적, 예언적인 것도 많다. 이승만 초대 대통령 어머니는 태몽에서 커다란 용 한 마리가 가슴속으로 들어오는 꿈을 꾼 뒤 아기를 낳았다.

그래서 이 대통령을 어릴 적엔 ‘승룡’ 이라고 부르다가 나중에 ‘승만’으로 고친다.

이성계가 위화도 회군에 성공한 뒤 고려 조정의 실권을 잡고 왕 씨들을 하나씩 제거해 나가던 어느 날 밤이었다.

꿈속에서 키가 구척인 장수가 창을 들고 나타나 호령하길래 자세히 보니 고려 태조 왕건 이였다.

“네가 무슨 원한이 있어 나의 후손을 핍박하고 과부까지 겁탈하느냐?”고 소리치며 다그치자 이성계는 살려달라고 애걸하며 도망쳤다.

달아나는 이성계의 뒷머리에 왕건이 창을 던졌는데 놀라 잠에서 깨어보니 이성계의 목덜미에 종기가 나 있었다고 한다.

자신의 잘못은 본인이 가장 잘 아는 것이고 그로 인한 심적 괴로움이 결국 신체에 장애를 일으켰다는 훈계적 의미로 해석하면 될 게다.

어쨌든 우리 조상들은 꿈을 통해 행, 불행을 예견하고 대비하는 지혜를 갖추고 살았다. 그 흔적은 아직도 우리의 생활 속에 군데군데 남아 있다.

바다 건너 수만리 떨어진 미국에서 공부하고 있는 딸이 “어젯밤 꿈자리가 뒤숭숭하다”며 한국으로 이 메일을 보내 어머니 걱정을 한다면 외국인은 도저히 이해 못 할 한국만의 정서 일 것이다.

근자에 와서 꿈이란 용어는 주술적, 예언적 의미 못지않게 출세, 야망, 희망을 뜻하는 말로 통하기도 한다.

외국인 근로자가 ‘코리언 드림’을 찾아 국내로 들어오고 ‘꿈나무’란 단어에서 장래가 유망한 청소년을 상기하는 것이 그 한 예 일 것이다.

‘꿈도 야무지다’란 말은 실현 가능성 없는 일을 시도하거나 허황된 생각을 가진 사람에게 빈정대면서 쓰는 은어임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요즘 언론 매체를 통해 접하는 소식에 의하면 꿈도 야무진 사람들이 꽤 있는 모양이다. 안평대군의 ‘몽유도원도’를 아직도 마음속에 지니고 있거나 ‘구운몽’의 주인공이 자신이라고 착각하는 사람들이 제법 있다는 얘기다.

아뿔싸! 4월이 되면 꿈속을 헤매는 사람들이 더욱 많아 질 텐데 이 일을 어이할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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