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굴기’를 넘어 ‘도서관굴기’로
‘교육굴기’를 넘어 ‘도서관굴기’로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12.26 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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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의 장막에 갇혀 있던 중국이 개혁과 개방을 기치로 국제사회의 일원이 된 지 올해로 40년이 되었다. 이제 중국은 미국과 당당히 어깨를 나란히 하는 G2국가의 반열에 올라섰다. 넓은 땅덩어리만큼이나 풍부한 자원과 인구로 중국은 세계의 공장으로 일컬어질 정도로 고속성장의 길을 질주해 왔다.

경제규모가 커지면서 성장률은 정체되어 있지만, 중국은 미국이 무시하지 못할 존재감을 갖게 되었다. 북한의 김정일은 생존 당시 상하이를 방문한 뒤 ‘천지개벽’이라는 말로 중국의 변화에 놀라움을 표하기도 했다.

미국과 핑퐁외교를 거쳐 죽의 장막의 빗장을 연 중국은 등소평에서 시작하여 후진타오에 이르면서 개혁과 개방에 한층 더 강한 드라이브를 걸었다. 산이 우뚝 솟은 모습을 가리키는 ‘굴기(?起)’라는 말이 전 부분에서 우후죽순처럼 나왔다. 물론, 모택동이 중화인민공화국을 설립한 뒤 역사굴기라는 이름으로 굴기의 불을 지피기도 했다.

굴기라는 말이 세상에 널리 알려진 것은 중국이 평화롭게 일어선다는 ‘화평굴기(和平?起)’를 외교정책의 근간으로 내세우면서부터이다. 화평굴기 이전까지 중국의 외교정책은 칼날에 빛을 감추고 어둠속에서 힘을 기른다는 뜻의 ‘도광양회(韜光養晦)’였다.

화평굴기에 뒤이어 중국을 상징하는 굴기가 속속 등장했다. 경제굴기는 물론 군사굴기, 과학굴기, 기술굴기, 해양굴기, 건설굴기, 반도체굴기 등 갖다 붙일 수 있는 모든 것에 굴기라는 단어를 활용하고 있다. 우주항공 분야에서도, 축구 등 스포츠 분야에서도 굴기라는 말을 꺼내며 세상의 중심이 중국이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이처럼 중국이 모든 분야에서 다시 우뚝 솟아나게 하는 굴기를 가능케 한 원동력은 교육에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국을 일으켜 세운 ‘교육굴기(敎育?起)’는 등소평이 개혁개방 정책을 본격화하면서 씨앗을 뿌렸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이다. 글로벌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미국 등 선진국으로 많은 유학생을 보냈으며, 그렇게 선진문물을 배우고 익힌 유학생들이 다시 조국으로 돌아와 중국의 개혁과 개방에 지혜를 보태고 있다.

각종 세계 대학 순위에서도 중국 대학의 쌍두마차인 청화대와 북경대는 항상 상위권을 달리고 있으며, 다른 대학들도 높은 교육열과 정부 및 기업의 전폭적 지원에 힘입어 순위를 끌어올리며 세계적 명문대학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중국은 고등교육은 물론 초중등교육에서도 눈부신 성과를 이루어내고 있으며, 무엇보다 평생교육에도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필자는 최근 울산시의회 교육위원회 소속 의원들과 함께 중국의 도서관 운영 전반을 심도 있게 살펴보기 위해 의원국외활동을 다녀왔다. 중국을 천지개벽과 상전벽해의 나라로 탈바꿈시킨 굴기의 시작은 교육이 밑바탕이었음을 체감할 수 있었다.

특히, 항주도서관을 통해 대륙의 스케일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울산도서관보다 시설은 조금 미흡했지만, 지식과 정보의 공간을 뛰어넘어 지역주민들에게 수준 높은 문화와 예술을 체험할 수 있는 복합공간으로서의 기능과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규모에 비해 도서관 근무인원도 많았고, 운영에 있어서도 인터넷 앱을 활용하여 도서의 택배서비스를 공급하는 것이 눈길을 끌었다. 집과 도서관이 인터넷을 통해 상시채널로 연결되어 있어 언제든 필요하면 도서관의 책을 집에서 받아볼 수 있는 구조였다.

항주도서관이 문화예술 쪽 복합도서관이라면, 상해도서관은 과학기술 분야에 특화된 도서관으로서 5천5백만 권 장서의 많은 부분이 과학기술 관련 도서이며, 근무인원이 1천2백 명에 달한다. 과학기술정보연구소와 합병으로 탄생한 상해도서관은 세계 10대 도서관의 반열에 올라 있으며, 도서관을 벤치마킹하려는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는 것을 현장에서 피부로 느꼈다.

필자는 이번 방문을 통해 도서관을 평생학습의 장으로 만들어 ‘도서관굴기(圖書館?起)’를 꿈꾸는 중국의 야심찬 계획과 목표를 확인할 수 있었다. 우리도 도서관을 문화와 예술은 물론 새로운 지식과 정보를 습득하는 복합공간으로 탈바꿈시키는 데 더 이상 머뭇거려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김종섭 울산광역시의회 교육위원회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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