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예방에 최우선 가치를 둬야
사고예방에 최우선 가치를 둬야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12.25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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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당한 교통사고 등 아직도 크고 작은 사고가 자주 일어난다. 사고예방의 가치가 만근이라면 사고수습의 가치는 본전 밑이다. 사고수습 비용의 10%만이라도 사고예방에 쓴다면 최소한 사고의 반은 막을 수 있지 않을까? 천재지변이 아닌 사고는 대다수가 인재사고다. 따라서 인재사고 예방이 최선의 선물이다. 문제는 “어떻게 사고를 예방하느냐?”는 것이다. 

중국 역사를 보면 전쟁과 관련한 가장 유명한 책에 <손자병법>이 있다. 이 책을 저술한 손무는 당시 오나라 왕 합려의 신하로서 주변 열강의 침략에 대비하고 전쟁이 나더라도 이기기 위해 책을 저술하게 되었다. 손무는 전투가 일어난 지역마다 직접 가서 전쟁 당시의 기후, 지리적 특성, 병력수는 물론, 적장과 아군 장군의 자질이나 특징 등을 조사했다. 나아가 이 전투에서 ‘왜 패했으며 또 어떻게 승리했는가’를 정확히 분석하여 만든 자료가 손자병법의 기초가 되었다. 병법에서는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선지선(善之善)’이라 했다.

손무의 손자병법처럼 우리나라 대형 인명사고 사례를 철저히 분석해 기록에 남기고 국민들에게 홍보해야 한다. BC 6세기경 전쟁터에서 보였던 손무의 지혜 사용법을 오늘날 재해 예방과 대처 방법으로 활용하면 좋겠다. 사고가 발생해야 온 나라가 슬픔에 젖고 애석해 하다가 조금 시간이 흐르면 금방 잊어버리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탓이다.

제천목욕탕 화재, 밀양요양원 화재, 인천 앞바다 어선 전복, 세월호 전복 사고 등은 사고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 몇 가지 공통점이 발견된다. 인명피해가 너무 크고 수습과정에 건물주나 선장이 나서서 구조활동을 적극적으로 했다는 소식이 없다. 또한 사망자가 밀폐구역에서 집단적으로 많이 발생했다. 감독과 사고수습의 책임관서에서 어려운 여건 하에서 목숨을 걸고 많은 사람을 구출했다는 소식은 결코 듣지 못했다. 종합해보면 사고 현황에 맞는 적절한 대응이 없었다는 얘기다. 

최근 세계적 뉴스거리가 된 태국의 동굴 속 어린이 구출 사례나 칠레의 탄광에서 기적적으로 생환한 광부 사례 등은 자국민은 물론 세계인의 찬사도 받았다. 또한 구출작전을 주도한 주인공들이 국민적 영웅으로 추앙받는 사례는 재난사고에서 각자가 할 일이 무엇인지를 잘 보여준다. 화재가 나면 피해재산은 복구가 가능해도 피해인명은 생을 마감할 수도 있기 때문에 재난예방 최선책의 중요함은 말할 필요조차 없다.

평론가 제임스 차일스는 “대참사는 허술한 관리, 정확하지 못한 의사소통, 실수라는 요인이 합쳐져 발생한다”고 했다. 또한 “실패할 가능성이 있는 것은 반드시 최악의 시점에서 실패한다”는 머피의 법칙처럼, 아차사고가 잦으면 대형참사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현장에서 눈으로 확인하지 않고 책상에서 멋대로 결론을 내릴 때 일어난 사고가 많았음을 상기하자.

서구사회는 위험요소가 검증되지 않은 고도의 기술을 응용하는 사회라는 점에서 정상적인 사고, 즉 이해가 될 수 있는 사고 수준을 경험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사회조직과 각 부문들 간의 조정과 소통의 이완 때문에 예방이 가능한 재해가 발생한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난다. 다시 말해 우리는 비정상적인 사고, 즉 일어나서는 안 되는 사고로 고통 받고 있는 것이다.

사고예방에는 국민 모두가 적극 나서야 한다. 국가와 사회, 기업이 각자 위치에서 제대로 된 매뉴얼을 만들어 철저하게 실행에 옮겨야 한다. 정부는 특히 대형사고 사례를 철저히 분석해 대국민 행동사항과 제도적, 법률적 보완사항 등을 직접 국민들에게 홍보해야 한다. 재난사고를 수습할 때는 인명구조를 최우선으로 하고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손실은 국가가 지원한다. 그럼으로써 많은 인명구조에 헌신적일 수 있도록 하고, 같은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한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식의 사후약방문은 아무 소용이 없다.

이외찬  NCN 전문위원   前 호창기계공업 총괄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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