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영 칼럼] 메리 크리스마스!
[정은영 칼럼] 메리 크리스마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12.23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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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 끝자락이다. 며칠 전 울산시내에는 비가 내렸지만 가지산 일대에는 눈이 내렸다고 한다. 세월이 참 빠르다. 누구에게나 몹시 바빴던 해로 기억될 무술년이 며칠 남지 않았다. 송년회 시즌이지만 달력을 확인하지 않고는 연말 분위기를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겨우 회사 주변 식당가가 송년회를 개최하는 직원들로 인해 저녁 한때 잠시 붐빌 뿐이다. 그 외는 연말 분위기가 거의 실종된 느낌이다. 오늘은 영업용 택시회사 근로자들이 파업을 하는 바람에 이를 모르고 택시를 기다리던 사람들이 30여분 지각했다며 투덜대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렸다.

앞뒤도 챙겨볼 여유 없이 땀 흘리며 일한 사람들이 한해를 보내는 아쉬움으로 직장동료들이나 오랫동안 만나지 못한 지인들과 어울려서 반갑게 식사를 하며 지난날을 돌아보는 의미가 담긴 것이 연말송년회다. 그러나 이런 정이 흐르는 분위기가 해를 더할수록 삭막해져가고 있다. 사람들과 어울려서 송년회를 하기보다는 혼자서 즐기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작금의 사회를 지배하고 있다는 것은 매우 슬픈 일이다. 또 과거에는 듣도 보도 못한 혼 족들의 언어들이 표준어로 등재해야할 만큼 많다. 왜 이렇게 변해버렸을까.

1년간 열심히 일한 사람들이 한해를 보내면서 서로를 다독이는 의미가 크다. 그러나 최근 울산에서도 대기업들에서 명퇴 신청을 받는 바람에 평생직장인 줄 알았던 근로자들이 기겁을 하고 있다. 당장 직장을 떠나면 어디로 가야하나를 걱정해야 할 판국에 송년회는 언감생심이다. 이로 인해 사회는 점차 온기를 잃어가고 있다.

모두들 고급 요리 집에서 송년회를 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그냥 길 가다 우연히 만나도 포장마차에 들어가서 한없는 축복처럼 거리에 쏟아지는 캐럴송을 들으면서 안부를 물어도 좋다. 그것이 정이 흐르는 사회다. 그런 분위기는 해가 거듭될수록 사라지고 있다. 사람들은 잔술 한잔 마실 수 있는 돈이 없는 것이 아니다. 그냥 칼 퇴근 하는 이유는 분위기가 썰렁해서다. 즉 술을 마실 기분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퇴근시간이면 집으로 칼 퇴근을 하는 것이다.

20여 년 전에만 해도 예년에는 이맘때 거리 상가마다 크리스마스 캐럴송이 쏟아져 나왔다. 그냥 거리를 걸어도 연말 분위기가 물씬했다. 언젠가부터 소음규제법이 발효되면서 거리를 향하던 스피커 시대는 막을 내렸다. 그때부터 사람들은 귀에 이어폰을 하고 다니기 시작했다. 첨단산업의 진화로 사람들은 더 이상 거리의 캐럴송을 듣지 않고 혼자 즐기는 시대를 열었다. 친구보다 스마트폰이 훨씬 귀중한 시대가 됐다.

누구와 대화를 나누기가 점차 힘들어진다고 느껴질 때는 거리에 캐럴송이 소음 수치를 넘어서 흘러넘치던 그때가 그립다. 첨단문화가 지배하는 지금보다 당시가 못하다고 누가 감히 말할 수 있을까. 그때는 종교가 달라도 크리스마스 연휴는 모두가 환영했다. 크리스마스이브 때 연인의 장갑을 들고 추위에 떨면서도 다방 입구에서 기다리던 순박한 연인들의 모습을 지금 당장 상상해보라. 눈물이 나게 그리워질 것이다.

우리는 이런 정을 나누며 사는 시대를 외면하고 여기까지 달려왔을까. 무작정 돌아보지 않고 앞만 보며 살아온 날들에 대한 회한이 오늘은 연민으로 다가온다. 통행금지 시절, 통행금지 해제가 됐던 크리스마스 때, 고고장은 밤을 꼬박새운 젊은이들의 땀으로 흥건하게 젖었다.

지금 크리스마스 때 어디 가서 그런 분위기를 볼 수 있을까, 대신에 현재의 나이트클럽이 훨씬 더 세련된 사교장이라고 하면 할 말은 없어진다. 하지만 스피커가 지지직거리고 출입문이 덜컹대는, 다소 시설이 빈약했어도 그 시절의 고고장이 그리워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정 때문이다.

하늘이 눈이 내릴 것처럼 우중충하다. 미국 작가 오 헨리의 소설 ‘크리스마스의 선물’에서 남편은 시계를 팔아서 아내의 머리빗을 사고 아내는 머리숱을 잘라서 남편의 시계 줄을 샀다는 안타까운 이야기가 크리스마스 때 가장 진한 감동을 준다. 모두들 어렵다고 하지만 이럴 때 웃어보자. 신은 인간이 극복할 만큼의 시련을 준다고 한다. 올해 크리스마스는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용기를 주었으면 한다. 징글벨이 울리는 거리에서 누군가를 위해 주머니 푼돈이라도 기부함에 넣어야 하겠다.



정은영 울산문인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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