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교육청, 기초학력 보장 예산 대폭 삭감
울산시교육청, 기초학력 보장 예산 대폭 삭감
  • 강은정
  • 승인 2018.12.23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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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보다 68.1% 급감 16억4천646만원내년 두드림학교로 통합·확대 운영 결정초·중 182개교 550만원 일괄 지원키로학부모·교사 “학교마다 상황 달라” 우려

 

 

 

울산시교육청이 학습부진 학생의 기초학력 보장을 위해 지원한 예산을 68% 삭감해 이들을 포기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노옥희 교육감의 교육 철학인 ‘한 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는 울산교육’과 거꾸로 가는 모양새다.

23일 시교육청에 따르면 내년도 학습부진학생 교육 지원 내용을 담고 있는 ‘학력 향상 지원’ 사업비가 16억4천646만원으로 결정됐다. 이는 올해 51억5천588만원에서 35억942만원 삭감돼 68.1% 줄었다.

학력향상지원 사업은 기초학력 미달 학생을 대상으로 학습 지원을 하는 사업이다. 기본적인 기초 학력을 보장하는 것으로 주로 저소득층 학생이나 난독 학생, 한글이 서툰 다문화 가정 학생 등을 지원하는 교육 정책이다.

이 사업비는 초등학교의 경우 부진학생 지도 강사비 지원, 두드림학교 운영, 차오름·아우르미 학습공동체 사업, 1교사 1멘토제 등을 진행했다.

부진학생 지도는 외부강사나 교원을 활용해 방과 후에 기초학력 미달 학생의 학습을 지도하는 사업이다. 두드림학교는 정서, 행동 어려움이나 왕따 등 학교생활에서 비롯돼 학습부진으로 이어진 학생을 지원하는 시스템으로 올해 36개 초등학교를 선정해 사업을 시행했다.

이밖에 강남·강북교육지원청은 두드림학교와 유사한 아우르미, 차오름 학습공동체 사업을 지원받아 학습 부진아들의 공부를 도왔다.

이런 상황에 시교육청이 기초학력 미달학생 지원을 위한 내년 예산을 두드림학교로 통합 운영키로 결정하면서 예산을 대폭 삭감했다.

그동안 두드림학교는 학교별 성격에 따라 특정 학교 36개교를 선정하는 등 맞춤 운영을 하며 학습 부진학생 규모에 따라 예산을 차별 지원했다.

하지만 이번 시교육청 방침에 따라 두드림학교 운영을 초등학교와 중학교 등 182개 학교에서 확대 시행하기로 변경하면서 학교별로 550만원씩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결정에 학교에서는 실정에 맞지 않는 지원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울주군 도농복합지역에 있는 한 초등학교의 경우 올해 부진학생 지도 사업비 1천680만원과 두드림학교 운영비 500만원 등 총 2천180만원을 지원받았다. 내년에는 기초학력 부진 학생수는 같은데 지원금은 4분의 1 수준인 550만원으로 줄어드는 상황.

이때문에 한정된 예산으로 수업을 진행하는데는 무리가 있다는 판단으로 한시적(방학 등) 학습지원 등의 방안을 마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학부모는 “가정에서 학습지도를 하기에 어려웠고, 학원을 보낼 형편이 되지 않아서 학교에서 시행해준 학습 지원 사업으로 도움이 많이 됐는데 이 사업이 줄어든다는 소식을 들으니 걱정이 앞선다”라며 “의무교육 대상인 학생들의 기초학습 능력 부진을 외면하지말고 적극적인 지원을 해달라”라고 호소했다.

시교육청의 지원사업 통합 결정은 ‘교사 업무 경감’과 ‘학력 서열화 폐지’ 등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대체로 진보 성향을 띤 교육감과 전교조 등에서 주장하는 내용과 같다. 기초학력 미달학생 학력부진 원인은 학습장애, 정서장애, 인터넷 게임 중독 등 개인적 성향과 가정불화 등 환경적 요인으로 분류되고 있다. 또한 기초학력 미달 학생의 학습을 끌어올리는 교육 시행 자체가 결국 학력으로 줄 세우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교육 이념탓에 학습 부진아 지원 사업을 줄인다는 것이다.

한 전교조 교사는 “기초학력 부진은 학습문제인데 이런 학생들은 결손가정이거나 한부모가정, 생활고에 시달리는 아이들의 부모가 아이를 돌보지 않기 때문”이라며 “기존 시행한 사업도 4~5개 사업으로 쪼개져 예산이 지원되고, 교사는 사업마다 일일이 계획을 세우고 기록을 남기는 것은 물론 예산 정산까지 해야해 업무 부담이 크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아이 상황에 맞는 교육을 하기 위해서는 상담교사나 외부 상담기관을 활용하는 방안 등 사회적 통합 지원이 이뤄져야 실질적인 학력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라며 “기초학력미달이라는 용어 자체가 이미 학력으로 줄세운 것과 같으며 이는 교사들이 학생 특성을 파악해 정규 수업시간에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시교육청은 사업 차질에 대한 우려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학교에서 같은 목적으로 여러 사업이 운영되면서 예산의 비효율적 사용이나 교원 업무 가중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많았다”라며 “사업을 압축하고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두드림학교로 통합했고, 예산도 그에 맞춰 절감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시교육청의 해명에도 학부모들의 불만은 계속될 전망이다.

이처럼 시행될 경우 결국 수업을 따라가지 못하는 학생들은 공교육에서도 지원받지 못해 사교육 환경으로 내몰릴 수 밖에 없다는 현장의 목소리가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장은 “기초학력 보장문제는 공교육의 책임과 직결되는 것으로 교육이념 차이로 봐서는 안된다”라며 “안정적인 예산 확보로 한명의 학생이라도 소외받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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