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알? 바둑돌? 마시멜로?
공룡알? 바둑돌? 마시멜로?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12.20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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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걷이가 끝나면 사람들이 궁금해 한다. “황량한 들판에 웬 공룡 알이?” 시각에 따라 마시멜로도 되고 하얀 바둑돌이 되기도 한다. 박현수 님의 ‘바둑돌과 마시멜로라’는 시를 보면 같은 사물을 놓고 나이와 세대에 따라 이해하는 방법이 재밌다.

“계가 끝나고/ 검은 돌은 거두어졌다. 가을 들녘/ 흰 바둑돌만 아무렇게나 남아 있다.“//흰 돌만 던져진/ 한 판 바둑을 복기하는 중인데// 차창에 매달려 논을 바라보던/ 일곱 살 막내가 소리친다./ 엄마, 저기 커다란 마시멜로가 있어/ 아, 마시멜로,/ 몰랑몰랑하고 쫀득쫀득한 마시멜로가 있다./ 아이는 뒷자리에서/ 금세 다른 일로 엄마와 깔깔대고/ 나는 운전대를 잡고/ 혼자 돌을 놓고/ 혼자 돌을 거두어들인다./ 가을 들녘/ 흰 마시멜로만 아무렇게나 남아 있다// 막내의 불계승이다.//

언제부턴가 가을걷이가 끝난 들녘에는 새로운 풍경이 우리들 곁에 다가와 있다. 가장 소중하고 먹고 싶은 한우고기나 매일 접하는 우유가 되기 위하여, 한우나 젖소와 같은 반추동물에게는 볏짚을 되새김하기 위하여 필요하다.

생볏짚을 공기가 통하지 않도록 해서 유산균을 발효시키면 사료효율이 가장 높아지므로 생산비 절감을 위해 활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가을이면 들판이 거대한 공룡 알로 채워진 것처럼 보일 정도로 볏짚을 이용한 원형 곤포 사일리지는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게 되었다. 볏짚의 사료가치를 향상시키는 기술인 ‘생볏짚 원형 곤포 사일리지’의 장점과 작업에 대해 알아보고 궁금증도 같이 풀어본다.

원형 곤포 사일리지는 눈·비 등 기상여건에 영향을 받지 않아 볏짚의 사료가치가 눈이나 비로 떨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수확 철에 일손이 겹쳐 비닐로 포장된 사일리지를 미처 축사로 옮길 새가 없어도 논둑에 쌓아놓으면 빈 논에 월동사료 작물인 보리 등을 바로 파종할 수 있어서 유리하다. 월동 사료작물을 파종하지 않을 경우 논바닥에 그대로 두어도 품질 변화가 없어 한가한 시간에 운반하면 되므로 노동력을 분산시킬 수가 있다. 다음으로 한우나 젖소를 위한 생볏짚 원형 곤포 사일리지 조제방법과 급여 효과는 어떤지 알아본다.

생볏짚 원형 곤포 사일리지는 탈곡을 하고 1일 이내에 볏짚의 수분함량이 40% 이상일 때 짚을 모아 둥글게 압축하고 즉시 비닐을 감는다. 이때 발효를 돕기 위해 첨가제를 사용하는데 국립축산과학원에서 개발한 제품이나 울산농업기술센터에서 공급하는 유산균제가 효과적이다. 비닐은 6개월 정도 보관한다면 4겹, 1년 넘게 보관한다면 6겹 이상 감는 것이 안전하다. 비닐 색깔은 백색, 흑색, 연녹색 등이 있으나 색깔에 따른 품질 차이는 없다. 둥글게 압축하는 과정에서 흙이 들어가면 곰팡이가 생길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이렇게 첨가제를 처리한 생볏짚 원형 곤포 사일리지의 사료가치는 소가 소화·흡수하여 얻을 수 있는 가소화 영양분 총량(TDN) 기준으로 38%에서 52%로 크게 향상된다. 먹는 양도 건조한 볏짚에 비해 유산균이 첨가되어 발효된 것이 50%로 증가된다. 이렇게 영양과 먹는 양의 대폭적인 증가로 농가 선호도가 높아서 거의 모든 논의 볏짚을 원형 곤포 사일리지로 만들다 보니 우리들의 눈에 겨울의 진풍경으로 다가오게 된 것이다.

논 1마지기를 약 200평으로 잡으면 1마지기에서 생산되는 곤포 사일리지는 대략 2개 정도가 된다. 또 무게는 1개 300~500kg, 가격은 5~만 원 선이고, 소 한 마리가 1년에 먹는 양은 5~10개 정도이다.

옛날에는 목장 그림에 지붕이 빨간 원형 탑 사일로가 있었다. 이것이 편리성과 이용효율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바뀌다가 이제는 논에서 수확과 동시에 김치 숙성과 같은 원리로 사일리지가 만들어져 공룡 알? 바둑돌? 마시멜로?라는 물음표가 되어 우리들을 호기심의 세계로 이끌고 있다. 이제부터는 우리 민족과 함께해온 농촌의 마지막 보루 한우고기나 우리가 매일 접하는 유제품(乳製品)을 생산하기 위한 아주 소중한 자원이라 생각하고, 이것을 볼 때마다 반갑고 고맙고 행복한 마음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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