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이 안전할 권리도 중요하다
청소년이 안전할 권리도 중요하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12.19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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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오후 1시 12분경, 강릉 경포에 있는 한 펜션에서 고교생 10명이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되었다. 현재 그 중 3명은 숨지고 7명은 의식불명 상태다. 사고를 당한 청소년들은 서울시 은평구 갈현동의 대성고교 3학년 문과반 학생들로,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마치고 개인체험학습 중이었다고 한다.

이들은 학교에 체험학습 신청을 하고 보호자의 동의를 얻어 사고 전날인 17일 오후 3시 45분경 사고 장소인 펜션에 도착했다. 펜션은 2층 규모로 2층은 거실과 방이 2~3개 딸린 복층구조다. 사고가 난 18일 새벽 3시까지는 인기척이 있었다고 한다. 이들은 2층 방에서 2명, 거실에서 4명, 복층에서 4명이 쓰러진 채 발견되었다. 다행스럽게도, 19일 아침뉴스를 보니 의식불명 학생 7명 중 4명이 고압산소치료(=혈액 중 산소농도를 높이기 위해 대기압보다 기압이 높은 방에서 고농도 산소를 흡입하는 치료법)를 통해 의식을 되찾았다고 한다.

지금은 사고의 원인을 찾기 위한 활동들이 한창이다. 특히 경찰은 펜션의 가스보일러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낼 예정이다. 그리고, 이 펜션은 올해 7월 강릉시청에 업종을 농어촌민박업으로 신고하고 등록한 곳이다. 농어민은 자신의 주택에서 민박업을 할 수 있는데, 다른 숙박시설에 비해 토지 이용이 수월하다는 이점이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등록과정의 불법 여부를 확인 중이다.

사고의 주요 원인으로 일산화탄소가 지목되었다. 사고가 난 장소의 일산화탄소 농도는 150~159ppm으로, 정상 수치 20ppm보다 8배 가까이 높았다는 얘기다. 일산화탄소라면, 과거 연탄을 난방연료로 사용하던 시절에 많이 등장한 유해물질로 당시에는 제대로 마르지 않은 연탄을 피을 때 불완전연소로 생기기 일쑤였다. 그렇다고 최근에는 일산화탄소 중독사고가 없다는 것은 아니다. 지난 7월, 청주의 한 장어요리점에서도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9명이 집단으로 병원치료를 받은 사례가 있었다. 이처럼, 밀폐된 공간에서 숯이나 연탄으로 불을 이용할 때는 특히 주의를 하되 주기적인 환기를 잊어서는 안 된다.

이번 사고도 ‘인재’라는 생각이 든다. 펜션의 보일러와 연통이 제대로 연결되지 않았고, 가스누출경보기도 없었기 때문이다. 이러다보니 무색무취의 일산화탄소에 그대로 노출되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일산화탄소는 보일러에서 LP가스가 연소될 때 산소가 부족한 상태에서 불완전연소가 될 때 주로 발생한다.

현행법상 주택과 펜션 등 주거시설에는 일산화탄소경보기를 설치할 의무가 없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요컨대, 이번 사고로 다중이용시설에는 가스누출경보기를 의무적으로 설치할 필요성이 확인되었다고 볼 수 있다. 가스경보기의 기능은 제품마다 차이가 있지만, 일산화탄소와 같은 유해가스가 감지되면 경보음이 울리면서 가스가 자동으로 차단되도록 설계할 필요가 있다.

2013년 7월 태안 안면도의 사설 해병대캠프에 참가한 학생들이 집단으로 사망한 사고 이후, 정부는 그 해 11월부터 이동·숙박형 청소년 활동에 대한 신고를 의무화하고 있다. 청소년들은 곧 성인이 되는 시기이지만, 아직 다양한 경험을 충분히 쌓지 않았기 때문에 위험상황을 마주했을 때 대처하고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이 미흡할 수 있다. 이러한 점은 2014년 세월호 사고에서도 여실히 증명되었다. 그만큼 어른과 사회의 책임이 크다 할 것이다.

이번의 개인체험학습은 학교운영위원회 개최 등 정식 절차를 거쳤고 보호자의 동의를 구하여 진행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앞으로는 숙박이 필요한 청소년 체험학습은 안전이 완전히 확보된 가운데 인증된 숙박시설에서 허용되어야 하고, 체험학습 과정에도 주기적인 연락과 소통을 의무화해서 안전사고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이번에 사고를 당한 학생들은 대부분 학교생활에서 착실한 면모를 보여 대학에도 합격한 상태라 더욱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숨진 학생들의 명복을 빌며, 사고를 당한 학생들의 가족들에게는 위로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청소년들을 아끼고 존중하자는 말보다는 그들의 안전을 가장 우선 확보해주는 활동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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