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리품이 된 ‘낙하산 인사’
전리품이 된 ‘낙하산 인사’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12.18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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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참사가 될 뻔한 ‘KTX 강릉선 탈선사고’는 전문성이 결여된 낙하산 인사가 만든 결과물이라는 주의보가 내려졌음에도 국내 14개 공항을 관리·운영하는 한국공항공사 사장에 이른바 ‘낙하산’ 사장이 또 내정됐다. 한국공항공사나 코레일은 국토부 산하 공기업으로 대통령이 사장 임면권을 갖고 있다. 한국공항공사 사장 낙하산을 탄 손 전 경찰대학장 역시 전문성보다는 정치적 이유가 작동했다고 보는 것이 우세하다. 

지난달 19일 서울역에서 KTX 열차가 작업 중인 굴삭기와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한 데 이어 3주간 무려 10건의 사고와 고장이 잇따랐다. 이틀에 한번 꼴로 사고가 난 것이다. 탈선(脫線)은 열차사고 중 최악으로 꼽힌다. 안전불감증과 방만운영, 하인리히 법칙을 떠올리게 하는 다발성 사고인 셈이다. 이렇게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안전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는 중에도 코레일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와 남북철도연결사업 등 정치적인 이슈에만 치중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열차사고뿐만이 아니다. KT 아현지사 통신구 화재, 경기도 고양시 백석역 인근의 지역난방공사 배관사고 등 최근 몇 달 사이에만 인명피해까지 일으킨 대형 사고가 연이어 일어난 것이다. 대형 사고들과 낙하산 인사는 문재인 정부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 정부를 ‘사고 공화국’, ‘낙하산 공화국’이라고 비판하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오영식 코레일 전 사장은 낙하산을 타고 내려온 인물이다. 지난 대통령선거 당시 문재인 캠프 조직본부 수석부본부장을 지내다 올 2월 취임한 오 사장은 3선 국회의원 출신이자 고려대 총학생회장과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2기 의장을 지낸 ‘운동권’ 출신이다.

사장은 물러났지만 코레일에는 여전히 낙하산이 건재하다. 당초 코레일과 자회사에는 민주노총 출신, 문재인 대통령 대선캠프 부동산정책 담당자, 문 대통령 팬카페인 ‘문팬’ 카페지기, 영어강사 경력의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 유세본부장 등 철도와는 전혀 인연이 없는, 비전문경력이 놀랍고도 화려하기만 한 13명이 이른바 ‘캠코더’(캠프·코드·더불어민주당) 인사가 진출했다.   

코레일이 정권의 '전리품'이 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에서도 전문성 없는 인사들만 사장으로 임명해 ‘낙하산 인사’라는 지적을 받았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는 철도대 교수와 총장, 코레일 부사장을 거쳐 그나마 전문성이 있다고 평가되는 최연혜 사장을 임명했지만 총선 출마를 위해 중도 사퇴했다. 

역대 정부의 코레일 사장을 보면 2005년 전신인 철도청이 개편된 이후 지금까지 임기 3년을 채운 사장은 단 한명도 없다. 정계 진출을 위해 거쳐 가는 경유지이자 이력 보태기 자리로 전락한 지 오래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또, 코레일과 코레일 자회사 내 낙하산·캠코더 인사 비중은 국토부 산하 다른 기관뿐만 아니라 전체 공공기관보다 높다. 낙하산 논란이 일고 있는 임원들의 주요 경력을 보면 하나같이 철도 업무와는 관련이 없고, 대선 캠프나 시민단체, 여당 경력이 대부분이라니 걱정스럽다.

공기업에 내려간 낙하산 인사들은 자리 보전을 위해 청와대나 정치권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그런 기관장이나 임원들이 해당 공기업 경영의 내실을 다지고 경쟁력과 대국민서비스를 높이는 데 주력할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 
생명안전에 대한 책임은 개인이 아니라 정부와 기업에 있다. 위험은 평등하지 않다. 그리고 사회적 약자가 더 보호받아야 한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이야말로 바로 ‘사람이 먼저인 나라’인 만큼 이제라도 ‘국민 안전권 정부’라는 대통령의 약속이 실천되기를 바란다.

신영조 시사경제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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