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이무공(勞而無功)이 되어서야
노이무공(勞而無功)이 되어서야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12.18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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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취업포털사이트와 설문조사기관에서 공동으로 ‘올 한해 자신의 상태를 가장 잘 표현한 사자성어’를 묻는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12월 5일부터 7일까지 3일간, 성인남녀 2천917명이 참여한 설문조사 결과 자영업자들은 ‘노이무공(勞而無功)’을 1위(13.7%)로 꼽았다. 이 말은 장자(莊子)의 천운편(天運篇)에 나오는 말로, 온갖 애를 다 썼지만 보람이 없었다(=수고는 많이 했으나 공은 별로 없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참으로 웃픈(=웃기지만 슬픈) 현실이다.

최근 필자는 울주군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지인을 만나 대화를 나누면서 현장의 느낌을 더욱 잘 느낄 수 있었다. 울산의 산업경기가 가뜩이나 좋지 않은데 최저임금까지 오르면서 편의점의 매출은 전보다 더 떨어지고 인건비 부담 때문에 알바(=아르바이트, 시간제근로자) 채용도 쉽지가 않다고 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사장이 직접 편의점에서 일하고 잠시 자리를 비울 때는 가족이 보조해 준다고 한다. 

사장이 점주이면서 알바까지 1인 2역을 하고 있다는 말이다. 물론, 그도 수면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24시간 운영은 언감생심이라 본사와 협의해 심야시간에는 하는 수 없이 문을 닫는다고 한다. 최근 경기와 경제상황의 악화로 자영업의 풍경도 점차 바뀌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정부의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경영자금을 대출받을 수 있는 문도 매우 좁아졌다. 한정된 예산 때문에 다수의 자영업자들이 대출을 받기가 쉽지 않은 것을 이해할 수는 있지만, 이런저런 조건들이 생각보다 까다로워진 것이다.

동남지방통계청에 따르면, 우리 울산지역의 지난 11월 실업률은 4.4%로 여전히 전국 최고수준이다. 여기에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은 물론 조선업 경기 침체일 것이다. 정부에서도 이렇게 어려운 상황을 염려하면서 다각도로 노력은 하고 있지만, 하루 빨리 자영업자들이 경기가 조금씩 풀린다는 것을 몸으로 느낄 수 있도록 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다.

올해 국세청에서는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을 대상으로 국세 납부 기한을 연장해 주고 징수를 유예해 주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지자체에서도 건설업 경영실태 점검도 유예해 주었으면 한다. 요즘같이 건설경기가 장기침체로 접어든 상태에서는 오히려 중소 건설업체들의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특히, 단기적으로 조치할 수 있는 과제는 지체 없이 조기에 조치해 주었으면 한다.

울산시에서 많은 관심과 노력을 쏟고 있는 지역 건설업체의 하도급 참여 문제도 개선할 점이 있다. ‘울산광역시 지역건설산업 발전에 관한 조례’에는 지역 전문건설업체의 하도급 참여 비율을 60%로 명시하고 있지만 강제사항이 아니다 보니 한계가 있다. 2017년 울산지역 건설업체의 하도급 수준은 24.9%로, 이웃도시 부산지역의 55.9%에 비하면 절반 수준도 못 된다.

2018년 한해는 매사가 참으로 어렵고 고달픈 환경이었다. 그러기에 자신의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며 일해 온 자영업 및 소상공업 사장님들은 물론 나 자신에게도 칭찬과 격려를 보내고 싶다. 땀방울은 절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믿고 지금처럼 묵묵하게 노력해 나간다면, 2019년 기해년에는 더욱 기분 좋은 일들만 가득할 것이라고 믿는다.

김정숙  배광건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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