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살이 더해질 때의 무게감
한 살이 더해질 때의 무게감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12.17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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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초만 되면 항상 2주 동안 몸이 아프다. 체온이 40도까지 오르거나, 가벼운 음식조차 소화시키지 못해 소화제를 달고 지내거나, 목소리가 허스키하게 변하면서 잘 나오지 않는 등의 후유증이 늘 나를 찾아온다. 일을 시작하고부터 시작된 이런 증상은 환절기이니까 하고 그냥 넘기기 일쑤였다. ‘대학가 산책’ 올해 마지막 편을 쓰면서 필자는 ‘왜 매년 같은 시기만 되면 2주일 이상 아픈 걸까?’하고 생각해 보았다.

전공이 식품영양학이다 보니 대학생들을 가르치면서도 어린이급식관리지원센터 일까지 맡게 되었다. 그러기에, 나 자신은 영양식도 안 하면서 대학생이나 어린아이들에게는 그렇게 하라고 교육하는 것은 모순이라는 게 나름의 생각이었다. 자연히 식품위생과 먹는 것을 그 누구 못지않게 신경 쓰면서 음식을 챙겨먹게 되었다. 그래서 식생활은 아픈 것과는 무관하다고, 영향 주는 일은 없을 거라고 결론을 지었다.

그런데도 ‘왜 아플까?’ 다른 각도에서 생각해 보았다. 몇 주일을 고민한 끝에 찾아낸 것이 하나 있었다. 그것은 ‘연말’과 ‘새해의 전월’이라는 일관된 시간대였다.

연말은 한해의 마지막 달이고, 12월이 지나면 새해 ‘New Year’가 온다. 하지만 무의식중에 필자가 느끼는 새해는 그냥 한 살이 더 늘어나는 것뿐이라는 생각이다. 나이에 한 살이 더해진다는 것이 세상살이의 무게감이 더해진다는 것을 해마다 체감하면서 두려움만 점점 커져 갔고, 그것이 매년 12월이면 2주 동안 몸으로 나타난 듯하다.

독자분 중에 필자보다 연배가 높은 분은 분명 “더 살아봐라. 지금 그 나이는 젊고 그 무게는 더 가볍다”고 생각하는 분이 태반일 것이다. 하지만 필자는 아직 여물지 못한 탓인지 마음이 아프면 몸이 그 신호를 받아들이곤 했다. 이 사실을 뒤늦게나마 알아차린 것에 감사한다. 이번 기회가 아니었다면, 마음이 아픈 것을 단순한 컨디션 난조로만 여겼을지 모른다.

그랬다면 그 얕은 속앓이가 쌓이고 쌓여 내 심신을 얼마나 피폐하게 만들었을지 상상만 해도 아찔하다. 요즘 여러 매체를 통해 많이 알려져 있지만 마음이 주는 병은 공황장애, 우울증, 불면증 등 한둘이 아니다. 주변에서도 심적 문제로 신체적 고통을 겪는 대학생들이 의외로 많다. 최근 몇 년간 “취업이 안 돼 불안해요.” “시험 때문에 소화가 안돼요.” “스트레스로 잠이 잘 안와요.”라며 불편을 호소하는 학생들의 수가 부쩍 늘었다.

그런 이야기를 할 때 필자는 의사가 아니어서 전문적인 상담을 못해주고 그저 열심히 들어주는 수밖에 없다. 그들의 특전인 청춘의 시간을 즐기지 못하고 취업이라는 큰 퍼즐에서 스펙이라는 작은 조각을 맞추며 살아가는 것처럼 보여 안타깝다. 작은 조각(스펙)들을 모으고 맞추어 가다가 어그러지거나 짝이 맞지 않을 때 마음에 상처를 받는 경우가 많다. 그 아픔이 몸으로 발현되는 경우도 빈번하다. 필자의 경험에 비추어 그것은 마음의 아픔에서 기인한 것이 분명하다.

필자도 대학시절에는 취업을 해서 사회생활을 하면 아프고 불편한 몸과 마음이 씻은 듯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을 지금에야 알 수 있다.

취업 후 일을 시작하고 한 살이 더해질수록 부담감은 두려움으로 다가와 마음을 옥죄었고, 당연히 몸으로도 나타났다. 학생들은 교수가 모든 것에 완벽하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부럽다!”고 이야기하는 학생들도 있다. 그렇기에 더욱 학생들에게 내 유약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고, 항상 강하고 당당한 것처럼 생활해 왔다.

본디 약하고 여린 마음인지라 분명 버거웠을 것이다. 이제는 단단해지려고 애쓴 것들을 조금 내려놓으려 한다. 연말과 새해라는 새로움과 변화의 시간이 주는 무게를 견디지 못해 불안해하는 모습을 애써 감추지는 않을 것이다.

식품영양학을 전공한 필자이기에 나의 식생활을 바르게 하면서 학생들에게 올바른 식생활을 가르치자는 신념과 마찬가지로 조금도 거짓됨이 있어서는 안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생들에게 진짜 편안한 내 모습을 보여주어야 할 것 같다.

그래서 늦은 나이지만 새로운 도전을 해보려고 한다. 자연스러운 세월의 흐름이 부담으로 다가오는 이 시대의 학생들에게 보여주려고 한다.

때론 현실에 안주하는 것이 아니라 ‘도전’이 매년 다가오는 시간을 두려움이 아닌 설렘으로 바꿔줄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물론 성공할지 실패할지 아직 답은 정해지지 않았다. 지금 그들에게 주어진 청춘이라는 귀한 시간이 정말로 되돌아오지 않는다는 것과 새해를 맞이하는 것이 즐거운 일임을 다시금 느끼게 해주고 싶다. 아무 걱정도 없었던 어린 시절의 순수한 마음으로 새로운 해를 반가이 맞이하게 되기를 소망한다.

2018년 한해도 많은 사람들의 마음이 참 많이 아팠을 것이다. 2019년에는 젊은 학생들이 매년 더해지는 삶의 무게감 때문에 힘들어 하지 않고, 새로운 도전과 경험을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한다. ‘아프니까 청춘’이라는 제목의 책도 있지만, 필자는 청춘이 더 이상 힘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부디 아프지 말고, 새롭고 희망찬 2019년 한 해를 재미나게 살아가는 청춘이기를 바란다.

<강소은 울산대 식품영양학과 겸임교수 郡 어린이급식관리지원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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