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예술·지역문화의 가치로 본 ‘전화앵제’
지역예술·지역문화의 가치로 본 ‘전화앵제’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12.16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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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재로서의 문예회관 역할에 치중하겠습니다. 해외의, 중앙의 예술을 가져와 보여주기 식으로 풀어놓는 것이 아니라 지역예술과의 협력으로 지역문화를 더 많이 소개하고,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시민들의 자부심이 되도록 만들어 나가야 합니다.”(경상일보,2018.9.27.일자,“지역예술 키우고 육성하는데 충실”)

인용한 글은 신임 울산문예회관장으로 처음 출근하던 금동엽의 인터뷰 내용 중 일부이다. 신선한 충격으로 느껴졌다. 몇 번을 눈으로 보고, 다시 소리 내어 읽었다. 그리고 스크랩해두었다.

특히 “해외의, 중앙의 예술을 가져와 보여주기 식으로 풀어놓는 것이 아니라 지역예술과의 협력으로 지역문화를 더 많이 소개하고,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라는 워딩은 지금껏 생각하고 제기하며 실천하는 필자의 가슴을 시원하게 해줬다.

지난달 28일, 금동엽 신임 울산문화예술회관장이 취임 후 처음 마련한 초청기획전 ‘울산 원로작가 초대전’이 열렸다. ‘울산 원로작가 초대전’은 지역성 면에서 아쉬움이 많았다.

그 이유는 금동엽 관장의 인터뷰 의도와는 사뭇 다른 콘셉트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초대전에 초청된 원로작가는 세예 장르 2명, 사진 부문 1명으로 모두 울산 토박이들이다. 지역에서 인간칠십고래희(人間七十古來稀=사람이 70살을 산다는 것은 옛날부터 드문 일이다)로 살아온 고희(古稀), 기로(耆老)들이다.

지역 원로들의 기로전(耆老展)이란 의미에서 볼 때 고향의 지역성이 중심이 되겠거니 하고 기대했다. 서예와 사진은 태평무, 살풀이처럼 전국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제품으로 느껴졌다. 굳이 ‘제품’에 빗댄 것은 누구나 쓸 수 있고 찍을 수 있는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필자의 인식에 ‘제품’은 누구나 만들 수 있는 흔한 것, ‘상품’은 가치창출의 포인트가 있는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평생 울산을 바탕으로 살아온 기로들의 전시회를 바라본 울산시민들은 묵시적으로 다양성보다 단순성과 지역성, 예술성을 한데 아우르는 울산만의 독창적 작품과 상품을 기대했을지 모른다. 석정 최두출 선생의 자서전 풍진반세기(風塵半世紀)에 실려 있는 글을 인용한 ‘멋지다 내 고장 蔚山’이란 작품을 자신 있게, 그것도 작가의 프로필 곁에 척하니 걸어둔 것이 가슴으로 확 들어왔다. 고희(古稀), 기로(耆老), 노장(老丈), 노숙(老熟), 원숙(圓熟), 원로(元老)와 같은 단어는 육체적 늙음으로 초조해져 욕망의 다양화를 추구하는 노인의 나이를 일컫는 말이 아니다.

‘여우도 죽을 때는 고향으로 머리를 둔다’는 속담처럼 경험의 축적과 전문성의 단순화와 심화의 경지에서 고향을 돌아보는 이에게 붙여주는 최고의 존칭임을 정확하게 인식해야 한다.

“울산에는 반구대 암각화나 처용처럼 세계적 가치를 가진 유무형의 문화콘텐츠 등이 가득하다. 이러한 콘텐츠나 울산의 인물 등을 개발해 세계적 수준에 맞는 축제나 창작물을 만들어 전 세계적인 공감을 얻을 수 있도록 하면서 울산을 문화도시로 성장시키고 싶다.

그러면 자연스레 관광산업도 뒤따라온다. 이를 위한 여건 마련이 중요하다”며 “문화예술인들을 위한 창작공간과 지원 등을 늘리고, 단기적인 것이 아니라 가능성이 있는 작품에 대해서는 성장발판을 마련해 전국적인 명성을 얻을 수 있을 때까지 끝까지 뒷받침을 해주는 식으로 지원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울산신문.2018.11.15.)

인용한 글은 2018년 11월 5일, 울산문화재단 신임 대표이사로 업무를 본격 개시한 전수일 대표이사가 ‘전국공연장 상주단체 페스티벌’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밝힌 취임소감의 일부이다.

지난 14일, 국보 제285호 반구대 암각화의 바위그림 속 이야기가 몸짓이 돼 울산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 무대 위에 펼쳐졌다. 김외섭무용단의 창작무용공연 ‘암각의 빛’이다. ‘암각의 빛’은 울산 반구대 암각화를 한국창작무용으로 재탄생시킨 작품이다.

암각에 그려진 꽃과 나비와 동물, 그리고 오산(鰲山)에 그려진 고고하고 우아한 학 두 마리 등이 춤의 언어로 표현돼 무대 위에 펼쳐졌다. 이번 공연은 2018년도 지역문화예술특성화지원사업 우수 창작 작품 사업의 하나로 울산시와 울산문화재단이 후원했다.

2002년, 울산학춤보존회가 ‘제1회 전화앵제’를 개최하여 9회를 치렀다. 10회부터는 울주문화원이 개최했다. 2017년 제16회로 끝으로 올해는 물론 내년도 기약이 없을 것 같다.

울산문예회관, 울산문화재단, 울주문화원 등 3단체는 모두 지역성, 예술성, 독창성 등 울산 문화예술의 전승과 창달을 강조하면서 이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단체들이다.

다행히도 신임 금동엽 관장과 전수일 대표이사는 문화예술의 지역성을 강조하고 있어 울산 문화예술의 획기적 발전이 기대된다. 반면 울주문화원은 그렇지 못한 것 같다.

‘지역문화예술특성화지원사업’을 앞장서서 실천하는 두 단체를 본받아 ‘전화앵제’의 가치를 바르게 인식했으면 하는 것이 울주문화원에 대한 바람이다.

< 김성수 조류생태학박사·울산 학춤보존회 명예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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