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멧돼지가 공존하는 방안 찾을 때
사람과 멧돼지가 공존하는 방안 찾을 때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12.13 23: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세상의 모든 생명체는 그 존재의 이유를 가지고 있다. 지리산에서 곰, 설악산에서 산양을 복원(復原)하고자 하는 것도 인간의 깨달음 때문이다.

지금 우리는 농업이라는 산업으로 먹고살고 있다. 멧돼지의 공격으로 인간 음식의 원천인 농업이 위협받고 있다. 개도 먹을 때는 건드리지 않는다고 하는데, 감히 만물의 영장인 인간의 음식에 손을 대는 녀석들은 누구인가?

이들은 멧돼지과에 속하는 산짐승으로 돼지의 원종이다. 산림 속에서 살며 밤에 나와 이끼, 버섯, 나무뿌리, 개구리, 들쥐 등을 먹고살았다. 그러나 개체 수가 늘어나자 개보다 훨씬 더 발달된 후각을 활용하여 고구마와 같은 땅속작물은 물론 옥수수 벼 등의 농작물과 나무에 달린 배 사과에도 무차별로 피해를 주고 있다. 어미와 새끼 등 가족이 집단으로 몰려다니며 난폭(亂暴)해져 위협적인 존재가 되고 있다.

이런 지경에 이르기까지는 우리 인간의 책임이 크다. 멧돼지의 상위 포식자인 호랑이 표범 늑대와 같은 동물을 멸종시킨 결과물이다. 오랜 세월 만들어진 건전한 생태계의 고리를 인간의 욕심으로 끊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 해결 또한 우리의 몫이다. 전국적으로 야생 멧돼지 피해가 잇따르는 이유는 최근 몇 년 새 멧돼지의 개체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했기 때문이다.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은 멧돼지의 개체 수를 45만 마리로 추산했고, 이는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것이다.

멧돼지는 암컷 한 마리가 한 해 열 마리 안팎의 새끼를 낳을 정도로 다산(多産) 동물이어서 개체 수는 해마다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야생동물 전문가들은 “멧돼지의 번식은 조절할 수 있는 임계점을 넘어선 상황”이라고 말한다. 문제는 10여 년 전부터 포획과 사살 등의 방법으로 멧돼지의 개체 수 줄이기에 나선 끝에 2015년엔 역대 최고인 2만 1천782마리까지 포획·사살했지만 최근에는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야생동물에 의한 농작물 피해가 해마다 증가하고 있는 것이 그 사실을 반증하고 있다. 도시에까지 출몰해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멧돼지 퇴치법의 장단점과 효과적인 방법을 동시에 소개한다. ①기피제나 기피식물은 일시적인 효과를 보일뿐 지속성은 없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②전기울타리 설치 방법은 전선을 지면에서 20~30cm 정도의 높이에 치고 그 위에 20~30cm 간격으로 2~3줄 더 전선을 설치한다. 이때 전선은 멧돼지의 코 높이 정도에 오도록 설치하는 것이 좋다. 멧돼지의 코끝은 털이 적고, 항상 수분이 많으며, 장애물을 코로 확인하는 습성이 있어 전기 자극을 받을 경우 가장 효과가 크다.

③소리는 야생동물이 싫어할 것으로 판단되는 호랑이 울음소리, 멧돼지가 사냥개에 쫓기는 소리, 사이렌 소리, 폭탄 터지는 소리를 골라 스피커로 발생시키는 것이 좋다. 소리는 감지될 때마다 다른 소리로 바꾸어 적응하는 학습기간이 지연되도록 했으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는 못했다. ④울산농업기술센터는 보다 근본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2017년) 농촌진흥청에서 개발한 멧돼지 포획트랩을 활용하여 올해 11월 29일 울산지역 3곳에 시범적으로 보급했고, 그중 한 곳에서 멧돼지 포획에 성공했다. 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트랩으로 멧돼지를 잡기 위해서는 트랩 설치보다 설치 전 먹이로 유인하는 작업이 10일 이상 소요되며, 트랩을 설치한 후에도 멧돼지의 경계심을 없애기 위해 3일 이상 추가로 먹이로 유인해야 하는 등 세심한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한다.

과거에는 까치의 개체 수가 급증하자 까치의 생리를 활용한 트랩 설치로 마릿수 조절에 성공한 경험이 있다. 멧돼지로 인한 농작물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위에 제시한 다양한 방법과 허가된 기간 중의 포획·수렵을 통해 개체 수를 적정하게 줄이는 방법을 조합한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동시대를 살아가는 생명과의 공존을 위하여 좀 더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방법에 대한 고민 또한 필요한 시점인 것 같다.

윤주용 울산시농업기술센터 소장·농학박사


인기기사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