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주원의 세상보기]‘박항서 신드롬’
[성주원의 세상보기]‘박항서 신드롬’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12.13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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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의 히딩크’, ‘쌀딩크’로 불리는 박항서 감독이 베트남을 연일 뜨겁게 달구고 있다. 박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축구대표팀은 15일 오후 9시 30분(한국시간) 하노이의 미딘 국립경기장에서 말레이시아와 ‘2018 아세안축구연맹(AFF) 스즈키컵’ 결승 2차전을 치른다. 스즈키컵은 ‘동남아 월드컵’이라고 불릴 정도로 동남아에서는 큰 대회지만, 한국에서 그것도 지상파 방송에서 생중계되는 일은 매우 이례적이다. 박 감독이 베트남 대표팀 감독으로 부임한 이후 베트남 대표팀의 성적이 급상승하면서 축구 인기도 동반상승했고, 그 여파로 국내 관심도 높아져 한 지상파 방송은 주말 황금시간대 중계를 파격적으로 결정했다.

지난 11일 밤(한국시간) 베트남-말레이시아 결승 1차전 경기의 시청률은 4.706%를 기록했고, 경기 후반에는 7%를 돌파하기도 했다. 이 같은 시청률은 2010년 이후 케이블 채널에서 방송된 모든 스포츠 콘텐츠 중에서 최고의 수치라고 한다. 심지어 결승 1차전 경기는 당일 동시간대에 방송된 일부 지상파 드라마의 시청률을 제칠 정도였다고 하니, 그 인기를 짐작할 만하다.

원정 1차전에서 2-0으로 이기다가 2-2로 동점을 허용했으나, ‘원정 다득점 우선’ 원칙에 따라 2차전에서 0-0이나 1-1로 비겨도 우승이 가능하다. 정상에 오른다면 베트남은 2008년 이후 10년 만의 우승이 확정된다. 하지만 더 기대되는 기록이 있다. 현재 베트남은 A매치 15경기 무패(8승 7무)를 기록하고 있다. 세계 최고의 기량을 자랑하는 프랑스 대표팀과 같은 15경기 무패 기록이다. 만약 2차전도 무패로 끝낸다면 16경기 무패로, 새계 축구 무패행진 신기록을 세우게 된다. FIFA 세계 랭킹을 볼 때 축구의 변방이라고 할 수 있는 동남아시아 베트남이, 세계 축구사에 새로운 기록을 세울 수 있다는 사실이 더욱 고무적이다.

현재 베트남 전역은 거대한 축제장이다. 대한민국 국민들은 현재 기쁨을 즐기고 있는 베트남을 보면서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붉은 악마’가 광화문을 붉게 물들였던 광경이 생각날 것이다. 베트남 축구를 환골탈태(換骨奪胎)시킨 박항서 감독은 이미 베트남에서 국민적 영웅으로 통한다. 인기와 더불어 박항서 관련 상품도 불티나게 팔린다.

베트남 현지 항공사와 여행사가 박항서 감독의 고향인 경남 산청군을 대상으로 한 관광상품 개발에 나서고 있고, 모 회사는 박 감독을 모델로 기용해 제품 출시 4개월 만에 10억원대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밖에도 베트남 내 한국행 항공권 검색량이 급증하는 등 베트남에서의 ‘한류 열풍’이 순풍을 타고 있다. 스포츠를 넘어 민간외교관으로도 손색없는 박항서 감독! 스즈키컵에서도 유종의 미를 거두고 앞으로도 계속 승승장구했으면 한다. 베트남전쟁 당시의 민간인 피해 등 대한민국이 주었던 상처가 박 감독의 쾌거를 계기로 조금이나마 치유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성주원 한의사·울산시한의사회 복지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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