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 같은 행운이 찾아왔어요”
“기적 같은 행운이 찾아왔어요”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12.12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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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는 기적이 많이 일어난다. 나도 가장 눈물겹도록 실감나게 체험한 사람 중 하나다. 5년 전 일이다. 201 3년 건강검진을 받을 때 “혈소판 수치가 많이 낮으니 종합병원을 찾아 정밀검사를 해보라”는 소견이 있어 대학병원을 찾았다. 검진 결과 놀랍게도 재생불량성 빈혈이 나왔다. 재생불량성 빈혈이나 골수이형성증후군 백혈병은 모두 조혈모세포 이상으로 진행되는 병이다. 혈액세포를 만들어내는 조혈모세포는 백혈구, 적혈구, 혈소판 등을 만드는 줄기세포로서 몸에서 가장 활발하게 분열이 일어나 채취한다고 해도 짧은 시간 내에 원상태로 회복된다.

판정을 받은 후 꾸준히 관리했으나 더 좋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혈소판, 백혈구, 적혈구 등 수치는 바닥으로 떨어져 결국 조혈모세포 이식을 받기로 결정했다. 이식을 결정할 때까지 받은 심적 고통은 이루 말하기도 힘들 정도다. 타인에 의해 생사가 좌지우지되는 일이기에 많은 생각들이 교차하며 순간순간을 고통스럽게 겪어야만 했다. 조혈모세포 이식은 환자와 기증자의 조직적합성항원(HLA)형이 일치해야 한다. 조직적합성항원이 맞을 확률은 부모자식은 5%, 형제자매 25%, 생면부지인 타인과의 확률은 무려 2만분의 1이다.

우선 형제간의 검사가 진행되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몰라도 바로 위의 오빠랑 조직적합성항원이 100% 일치했으나 이런저런 사유로 인해 비혈연 공여자를 찾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한국조혈모세포은행협회에 등록된 공여자 중에는 조직적합성항원이 맞는 사람이 13명이나 있었다. 이 기적 같은 행운을 접했을 때의 기분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다. 신청한 지 이틀 만에 공여자가 나타났다. 조직적합성항원 검사 결과 90% 이상 맞는 분이 나타나 “기꺼이 제공하겠노라”고 연락이 왔다.

자기와 맞는 공여자만 찾으면 거의 완쾌되지만 적절한 공여자를 찾지 못해 소중한 생명을 잃는 경우도 많다. 이식을 받지 못하면 더 이상 이 세상에 존재할 수 없는 게 냉혹한 현실이다. 우리나라에는 현재 30만 명의 기증자가 등록되어 있지만 더 많은 기증자가 늘어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우리나라 인구보다 적은 대만의 기중자만 해도 40만 명을 넘는다. 미국의 의사 도널토머스는 1954년에 유전적 요소가 같은 일란성 쌍둥이 간의 신장 이식을 최초로 성공시켰고 1979년에는 메토트렉세이드를 이용해 이식대숙주반응을 제거함으로써 타인간의 골수 이식도 성공했다. 1990년에 도널토머스는 노벨상을 수상했다.

우여곡절 끝에 2017년 8월 8일 기적을 선물한 천사 같은 분의 골수를 이식받았다. 1년 4개월이 지난 지금은 100% 생착에 성공하여 건강한 모습으로 활기차게 살아가고 있다. 새로운 생명을 선물해 주신 공여자 분에게 늘 함께하는 마음으로 감사의 기도 중에 감격의 눈물을 흘릴 때가 많다. “삶이란 사랑하는 법을 배우기 위한 얼마간의 자유시간에 잠시 왔다 가는 인생이다.”라는 프랑스 피에르 신부님의 말이 생각난다. 진정한 성공이란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사랑받으며 사는 인생이 아닐까 감히 정의해 본다. 그 사랑 속엔 헌신과 희생 그리고 인내와 고통이 함께 존재한다.

마음을 비우고 세상을 바라보면 여유로움은 배가 되어 살 만한 세상으로 아름답고 따뜻하게 다가온다. 이고 지고 들고 잡고 생각하고 품고 있는 것이 많다보면 당연히 우리 몸은 지쳐 쓰러질 것이다. 텅 빈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니 그 삶의 결과를 긍정적으로 수용하게 되고 모든 사물에 감사한 마음이 생긴다. 또한 마음 속 가득한 사랑은 즐거움과 웃음과 행복으로 넘실대는 세상으로 인도한다. 배려와 내려놓음의 진리를 선물하고 세상을 감사의 마음으로 아름답게 볼 수 있게 선물해 주신 공여자 분에게 이 지면을 빌려 다시 한 번 감사인사를 드린다.

<박채린 (주)대린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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