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분야 보조사업 재정 효율화의 길
문화분야 보조사업 재정 효율화의 길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12.12 22: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문화’와 ‘예술’은 이해하기 힘든 분야라는 생각에, 졸리고 따분하게 여겼던 내가 문화예술 주무관의 업무를 맡은 지도 꽤 시간이 흘렀다. 2월부터 12월까지 거의 매월 적게는 1개에서 많으면 3~4개의 크고 작은 행사들을 치르다 보니, 동일한 행사를 여러 번 경험하기도 한다.

이제 과거와 달리 공연, 전시, 행사 등 문화예술이 대중과 가까워지면서 문화 향유를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는 논리에 힘입어 국가나 자치단체에서 비영리법인이나 기관, 단체 등에 지원하는 문화예술분야의 보조사업들이 많아졌다. 직접 운영하는 행사를 비롯해 보조사업으로 운영하거나 울산시나 타 기관에서 운영하는 행사의 보조 등 정말 많고도 다양한 문화행사들이 여기저기서 개최된다. 직접 운영하는 행사의 경우 계획 단계에서부터 끝나는 순간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가 없다. 오죽하면 행사는 잘해야 본전이라는 말이 있겠는가!

이렇게 문화분야에 많은 보조사업을 지원하다 보니 올바르고 효율적인 보조금 사용과 보조사업의 장기적 발전 및 건실한 운영을 위해 몇 가지를 언급할 필요를 느낀다.

첫째, 재정사업 자율평가, 보조사업 운용평가 등을 통해 사업방식을 개선하라는 요구가 있을 경우, 보조사업 구조조정 방안 및 개선방안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안팎으로 문제가 될 만한 소지를 사전에 차단하거나 없애는 것이 좋다. 둘째, 과거에는 직접 사업비보다 보조사업을 통한 재정 운용이 더 신축적이고 편리한 측면이 있었기 때문에 직접사업으로 편성해도 될 것을 손쉽게 보조사업으로 편성·운용해 왔던 관행이 있는데 앞으로는 큰 틀에서 직접사업과 보조사업 전체에 대한 합리적 재조정이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셋째, 문화분야 사업들을 평가하다 보면 예술·체육·공연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관련자들이 이 사업만은 특별하다고 강조하며 ‘특별대우’를 바라는 경우가 있다. 일정 기간 보조 및 지원을 받은 이후에는 반드시 자생력을 갖춰 구청의 지원 없이도 자립할 수 있도록 유도하면서 점차 지원을 줄여나가는 것도 필요하다. 넷째, 비효율적 재정지출을 막기 위해 보조사업자들(문화예술 관련 단체)의 예산낭비 방지 마인드가 필요하다. 보조사업 예산 집행이 개선될 수 있도록 민관이 함께 노력할 필요가 있다. 효율적 재정관리에 대한 공감대 확산이 필요하고 집행과정에서 예산누수 방지를 위한 관계자들의 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다섯째, 문화분야 보조사업들의 법령의 구속력을 충분히 확보하고 법령과 보조사업 간의 연계성을 뚜렷이 해야 하고, 보조사업의 목적을 명확하고 타당하게 기술해야 하며, 보조사업의 구성을 명확하고 실효성 있게 가져가야 한다. 마지막으로, 각종 프로그램이나 행사를 다수의 주민들이 즐길 수 있도록 유의하고 사업의 타당성과 실효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불요불급한 부분은 덜어내고 합목적적 사업들로 구조를 재편하여 사업목적과 수단이 모두 정당화되도록 개선할 필요가 있다.

오늘날 문화예술 진흥을 위해 많은 자치단체가 인적·물적으로 지원하고 있고, 문화예술 자원과 공연 전시 프로그램을 국가와 지역 발전의 원동력으로 삼아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문화예술 콘텐츠 개발 지원을 통해 경제적 이익을 도모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이다. 문화예술이 밥이 되는 도시를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미 소프트 파워 1위에 오른 런던과 4위인 프랑스 파리는 정부가 나서 7세 아이부터 88세 노인에 이르기까지 일상에서 예술을 접하는 분위기를 만들고 있으며, 그것을 국가 파워로 만들고 있다.

한국의 문화예산 총액은 연간 35억 달러인데 비해 영국은 113억, 프랑스는 138억 달러이다. 1인당으로 환산하면 한국이 72달러, 영국이 182달러, 프랑스가 219달러다. 5년 전 통계이니 지금은 많이 달라졌겠지만, 우리나라 국민 한사람에게 투자되는 문화관련 예산이 8만원에 미치지 못한다는 이야기는 그만큼 다른 문화강국에 비해 국민들이 국가로부터 받는 문화예술 서비스가 열악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이제는 우리도 사람이 있는 문화, 쉼표가 있는 삶을 목표로 내가 그리고 우리가 함께 만드는 소중하고 소박한 문화정책으로 대중을 아우르려고 노력하고 있다. ‘천재는 노력하는 자를 이길 수 없고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나의 문화, 우리의 문화도 그냥 좋아서 즐기는 문화로 나아가길 바란다.

장은화 울산 동구청 문화체육과 문화예술주무관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