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단상]‘위풍당당 청렴 행진곡’
[행정단상]‘위풍당당 청렴 행진곡’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12.11 2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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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권익위원회에서 공공기관 청렴도 측정 결과를 발표했다. 울산시교육청 종합청렴도는 작년 대비 1단계 상승하여 3등급으로 측정되었다는 반가운 소식을 접하니 새내기 공무원 시절이 떠올랐다.

“양 주무관, 내가 이번에 우리 운동부 선수 학생들 대회출전용 유니폼 살 때 감독 유니폼을 신청할 건데 양 주무관 줄게. 남편한테 딱 맞을 거 같네. 행정실에서 고등학교 운동부 회계업무로 친절하게 대해준 보답이라 생각해줘.”라며 운동부를 맡고 계신 체육선생님이 나에게 조심스레 말을 건넸다.

나는 갑작스런 선생님의 제안에 처음엔 당황했다. 그리고 한편으론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학생들을 직접적으로 대하지는 않지만 학교 운동부가 전지훈련이나 대회에 출전을 하게 되면 학생들을 위해 들어가는 식비, 숙박비, 차량비, 장비구입비 같은 예산지출 업무가 수반되기 때문에 운동부 행사가 많을수록 행정실 업무도 덩달아 바빠진다. 이러한 나의 수고로움을 알아주는 선생님이 고마웠다. 그래서 남편 유니폼으로 돌아올 그 고마운 마음을 받아야 하나 잠시 고민했기에 남편에게 전화를 했다.

현직 경찰관으로 근무 중인 남편은 아내가 근무하는 학교 선생님의 직접 관련성도 없는 호의를 받을 필요도 없고 더더욱 청렴에도 어긋난다는 이유로 단호히 거절했다.

남편의 명쾌한 대답에 잠시 고민했던 나 자신이 부끄러워지는 순간이었다.

운동부 유니폼 에피소드 이후 나는 더욱 철저하게 청렴으로 무장했다. 지금과 비교하면 조금 느슨했던 시절이었다. 십여 년 전 학교공사 후 업체가 건네는 회식용 돈 봉투, 현수막 제작 주거래 업체의 명절 화장품 선물, 사무기기 조달납품업체의 수수료 등을 과감히 거절할 수 있었던 것은 내 안에 함께 숨 쉬는 강력한 청렴 용기 덕분이었다. 학교 행정실장으로 근무하다 보면 수많은 급식 납품업체를 만나게 된다.

전자입찰 시스템으로 매달 낙찰되는 급식업체가 바뀌어 학교급식 식재료들이 납품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원천적으로 학교와 업체 간의 급식 비리를 차단하고 있지만 여전히 급식 사고가 이어지는 것을 보면 급식업체에서 상품권, 포인트로 소정의 답례를 하여 특정 브랜드의 식재료를 쓰도록 압력을 행사하는 듯하다.

회사와 개인의 사적인 이익을 위하여 학생들 먹는 식재료를 볼모로 장난을 치는 것은 정말 뿌리 뽑혀야 할 관행이다. 학교에서는 직업인으로, 가정에서는 자녀의 엄마로 일해야 하는 여성일 경우에 가족들 식사 챙기기가 무척 고민된다.

그래서 종종 학교에서 먹는 급식 반찬에 맛있는 메뉴가 나오면 어떻게 조리하는지 레시피를 물을 때도 있고 때로는 어디서 구입할 수 있는지 묻는 선생님들이 있기 마련이다.

“선생님, 개인의 식생활 기호에 따라 식재료를 구입하는 것은 자유이지만 그 구입 경로가 학교 급식재료 납품업체라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오이 밭에서 갓을 고쳐 쓰는 괜한 오해받지 마세요. 엄밀히 따지면 단체급식품은 시중가에 비해 10% 정도 저렴한 낙찰가로 들어오기 때문에 학교급식업체를 통해 개인이 구매하면 할인 혜택을 본다고 비쳐질 수도 있으니 되도록 다른 경로로 구매하시는 것을 권장해 드립니다.”라는 조언을 꼭 해준다.

나는 다양한 분야의 많은 청렴 사례들을 접하면서 그 어떤 누군가의 숨은 노력으로 인해 우리의 미래가 맑아지고 깨끗해지고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뇌물수수 같은 단순 사익추구 단절만이 청렴을 위한 길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공평한 기회를 주는 게 진정한 청렴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에게는 행정 대체인력, 조리실무사 대체인력을 채용할 때 나만의 독특한 기준이 있다. 우리 학교가 아니면 받아주지 않을 미경력 신규자를 선발하는 것! 경력이 많은 구직자는 어딜 가도 선호하기 때문에 환영을 받기 마련이다. 그래서 나는 처음부터 잘 가르쳐서 함께 할 초보직원에게 기회를 준다.

경력도 없는데 뽑아준 만큼 학교에 더 애착을 가지고 기여를 해 주는 사례를 여럿 보아 왔기 때문이다. 부당하다는 의사표현을 확실하게 전달할 수 있는 힘! 그것은 바로 내 안에 조금씩 뿌리내린 청렴용기가 아닐까?

나는 오늘도 ‘위풍당당 청렴 행진곡’에 맞춰 청렴한 교육행정의 발걸음을 힘차게 내딛는다.

< 양소빈 달천중학교 행정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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