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조 칼럼]책거리 (책씻이)
[신영조 칼럼]책거리 (책씻이)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12.11 2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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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험생 59만 5천여 명이 참여해 치러진 201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도마 위에 올랐다.

‘수능’이라 불리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은 1994학년도부터 대한민국의 대학 입시에 도입되었으며, 지난 25년간 대학 진학을 목표로 구슬땀을 흘린 수험생들의 결실을 이루는 ‘전쟁터(?)’였다.

매년 수능시험을 거듭하며 수시입학, 학생부종합전형 등 새로운 대입 수단이 생겼지만 수능이 수험생들의 가장 중요한 시험인 건 변함없다. 하지만 고등학교 3년, 중학교 3년 더 나아가 초등 6년을 포함하면 무려 12년 동안 배우고, 갈고 닦은 자신의 실력을 모두 쏟아 부은 수험생들은 불수능(?)에 멘붕 상태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현행 수시와 정시 비율을 놓고도 소모적 논쟁에 다시 불을 지폈다.

특히 올해 수능에서는 공정성과 관련하여 ‘설왕설래(說往說來)’가 난무했다. 변별력을 갖추기 위함이라곤 하지만 수험생과 학부모들의 불만은 쏟아지고 있다. 수시가 ‘금수저 전형’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지만, 오히려 수능을 기반으로 하는 정시는 상대적으로 고소득층, 수도권 학생들에게 더 유리한 ‘다이아몬드 전형’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바야흐로 입시 시즌이다. 내 자식들에겐 별로 신경 써 주지도 못했는데 스스로 학교를 찾아가고, 무사히 학업을 마쳤음이 지금 생각하면 정말 감사하고 또 감사할 따름이다. 우리 땐 ‘예비고사’란 것이 있어서 대학을 갈 수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을 판정했다. 합격하면 어느 대학이나 시험을 칠 수 있었지만 떨어지면 아예 대학 시험조차 볼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의 입시 제도는 복잡하고 다양하기 그지없다.

‘수시’가 있고 ‘정시’가 있고, ‘가’군이 있고 ‘나’군이 있고, 수능 시험 점수면 됐지 또 무슨 무슨 등급으로도 평가한다. 이름도 처음 듣는 그 많고 많은 대학이 있다지만 막상 자식에게 맞는 대학은 흔치 않음이 정상이다. 누구에겐 성적이 모자라고, 누구에겐 돈이 없고, 본인은 물론 부모들도 바짝바짝 입술이 마른다. 대학과 인생과는 관계가 없다고 말하는 건 다 자기와 상관이 없을 때 하는 소리다. 유명인사 대부분은 자식들 다 해외로 보내놓고 배짱 편하게 남의 얘기처럼 떠들어대기 일쑤다. 정말이지 감옥 같은 학교에서 숨도 제대로 못 쉬고, 잠도 제대로 못자면서 그 긴긴 날을 참아낸 우리의 장한 아들 딸 모두가 원하는 대학에 보란 듯이 합격하기를 빌어본다.

필자가 학교 다닐 때만 해도 한 학기를 마치면 ‘책거리’로 그 학기를 마무리했다. ‘책씻이’라고도 하는 책거리는 학년이 끝나면서 책을 찢어서 교실에 뿌리거나 불태우는 등의 잘못된 방향으로 퍼져나가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기도 했다. 지금은 중·고등학교뿐만 아니라 대학교에서도 학기가 끝나면 종강파티를 하면서 한 학기를 마무리하는 의미의 책거리를 하는 것이 보통의 문화로 정착이 되었다.

책거리의 유래는 옛날 서당에서 학동들이 책 한 권을 다 배웠을 때 하는 행사로서 간단한 음식과 훈장님에게 대접할 술을 장만하여 대접하는 일이었다. 지금의 촌지(寸志)와는 전혀 뜻이 다른, 우리 조상들의 스승에 대한 감사와 공부하는 학동의 노고를 치하하는 순수한 옛 전통의 하나였던 것이다.

요즘같이 책을 한권 배운다는 의미가 쉬워진 세상에서 책거리는 소중한 우리의 문화를 간직하게 하도록 도와주는 풍습이란 생각이다.

앞으로 배움을 이어가는 학교에서도, 사회의 다양한 학습장에서도 이러한 문화가 계승되어 더 소중하게 배우고 가르치는 문화가 확산되었으면 좋겠다.

<신영조 시사경제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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