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할머니들이 서로 이해하고 사랑하는 법
청춘 할머니들이 서로 이해하고 사랑하는 법
  • 김보은
  • 승인 2018.12.10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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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한경로당 첫전시 ‘막그림전’ 마무리… “작품에 70년 묻어난다던 관람객의 말에 감동받아”
“경쟁의식을 갖더라도 자신의 생각이 그림에 다 드러나니까 오히려 터놓고 이야기하게 되더라고요. 그림을 통해 서로 이해하고 사랑하게 됐습니다.”

10일 만난 최필남(71) 세한경로당 회장의 말이다. 그를 포함한 대한노인회 남구지회 세한경로당 10명의 할머니들은 지난 5일부터 이날까지 울산문화예술회관 제2전시장에서 생애 첫 전시 ‘막그림전’을 가졌다.

“초등학교 6년 동안 크레파스가 하나도 안 닳는 친구도 있었어요. 크레파스는 비싸니까요. 근데 이 친구는 아까워하지 않고 스스럼없이 내어 주더라고요. 미술을 시작한 건 여전히 그때의 동심을 간직하고 있는 이 친구 덕분이었어요. 존경하는 친구입니다.”

그림을 시작하게 된 계기를 묻자 최필남 회장에서 이같이 이야기했다. 그가 말한 친구란 세한경로당에서 미술수업을 진행하고 첫 전시의 길을 열어준 윤명희 전 울산시의회 의장을 이른다. 최필남 회장과 윤명희 전 의장은 초등학교 동기다.

최 회장은 “처음엔 초등학교 동기들을 모아 윤 전 의장에게 미술수업을 들으려 했다. 그런데 참여하려는 사람이 3명밖에 없더라. 눈을 돌려 몸담고 있던 세한경로당 회원들에게 제안하니 의외로 쉽게 받아들여줬다. 그렇게 12명이 지난해 10월부터 매주 수요일마다 유화를 배우기 시작했고 이중 10명이 이번 전시에 참여하게 됐다”고 밝혔다.

최 회장을 믿고 미술수업을 시작했다는 최옥혜(71)씨와 노영선(71)씨. 코가 꿰였다고 농담을 던지면서도 이들은 시간가는 줄 모르고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지금이 행복하다고 입을 모았다.

최옥혜씨는 “수채화는 해봤는데 유화는 처음 해봐 자신감이 없었다. 그런데 전시를 본 한 관람객이 작품을 보더니 색감 속에 할머니들의 70년이 묻어난다고 하더라. 감동의 순간이었다”고 기억했다.

또 노영선씨는 “전업주부로 지내다보니 바깥 활동이 많지 않았다. 아이들도 엄마가 아무것도 못하는 사람인 줄 알았단다. 가족들이 격려해주고 용기를 줘 미술을 시작했다. 전시까지 열고나니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기분 좋게 웃었다.

백옥희(70)씨는 6형제 중 맏이로 태어나 먹고 살기도 어려운 집안 형편 때문에 늘 가슴 한편에만 미술이란 꿈을 담아뒀다. 울주군 구영리에 살고 있는 그는 지난 9월 합류해 3개월째 남구 신정동에 위치한 세한경로당을 버스로 오고 가며 열정을 불태우고 있다.

그는 “나이가 있어 섬세한 작업은 어렵다고 생각했다. 근데 유화는 마음에 안 들면 덧칠해서 다른 색감을 낼 수 있었다. 첫 작품 ‘칸나’를 시작으로 정물, 누드화 등 마음껏 그림을 그리고 있다. 전시가 끝나 너무 아쉽다”고 소감을 전했다.

끝으로 최필남 회장은 “짧지만 1년여 그림을 그리는 회원들을 지켜봤다. 저마다의 삶이 그림 속에 담겨 있더라. 짓눌려 있던 열정들이 그림을 그리면서 표출됐다”면서 “개인적으론 비싼 물감이 아까워 마음껏 물감을 섞어 그리지 못해 안타깝다. 다음 전시엔 더 잘하겠다”고 당찬 포부를 드러냈다. 김보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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