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신조어 ‘더불어+한국당’
올해의 신조어 ‘더불어+한국당’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12.09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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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세밑이면 기다려지는 소식이 있다. 교수신문이 전국 대학교수 1천명의 의견을 물어 발표하는 ‘올해의 사자성어’다. 2001년에 ‘오리무중(五里霧中)’으로 시작했고, 올해는 18번째가 된다.

나라가 어지러웠던 2015년과 2016년의 사자성어는 ‘혼용무도(昏庸無道=세상이 온통 어지럽다)’와 ‘군주민수(君舟民水=임금은 배, 백성은 물)’가, 새 대통령을 탄생시킨 지난해(2017년)에는 ‘파사현정(破邪顯正)’이 낙점을 받았다.

이 사자성어를 추천한 최경봉 원광대 교수(국어국문학과)는 추천의 변을 이렇게 풀었다.

“사견(邪見)과 사도(邪道)가 정법(正法)을 누르자 우리 국민은 올바름을 구현하고자 촛불을 들었고, 나라를 바르게 세울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적폐청산’이 제대로 이뤄지길 바란다.”

‘2018년 올해의 사자성어’는 아직 오리무중이다. 그러나 어떤 사자성어라도 내리누를 것만 같은 ‘따끈따끈한’ 신조어가 하나 눈에 띈다. 거대정당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을 ‘한 통속’으로 몰아붙인 ‘더불어+한국당’이란 신조어다. 작전을 같이 짠 탓일까. 이 기발한 여섯 글자 신조어 ‘더불어한국당’은 바른미래당 김수민 원내대변인과 민주평화당 박주현 수석대변인, 정의당 정호진 대변인의 논평에 똑같이 등장한다.

이들의 논평은 원색적이고 신랄하면서도 독설과 저주까지 내포하고 있다.

김수민 대변인(바른미래)의 논평이다. “‘더불어한국당’이 탐욕과 배신으로 돼지우리만도 못한 국회를 만들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약속을 내팽개치고 내년도 예산안을 날치기 통과시킨 양당은 국민이 심판할 것이다.” “예산안 통과는 오염된 물과 더러운 기름이 손을 잡고 하나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 지저분한 야합으로, 구(舊)적폐와 신(新)적폐가 하나가 된 것이다.”

박주현 대변인(민주평화)의 논평은 조금 점잖은 편. “이번 예산파동에서 ‘적폐 본진’ 한국당만 신이 났다.” “‘더불어한국당’ 의원들은 고용보험과 쌀 직불금을 줄여 그들의 지역사업에 퍼부었다.” 같은 당 문정선 대변인은 후속논평에서 더불어민주당의 ‘민(民)’자와 자유한국당의 ‘자(自)’자를 합성한 ‘민자당(民自黨)’에다 ‘밥그릇 연대’란 용어까지 구사했다. “‘민자당’ 적폐연대가 이뤄낸 첫 번째 쾌거는 자신의 ‘밥그릇 연대’였다.” 그는 더불어민주당을 ‘더불어 적폐로 변신한 민주당’이라고 비꼬기도 했다.

정호진 대변인(정의)은 ‘말로는 촛불정신을, 행동은 ‘더불어한국당’을 지향하는 집권여당’이라고 힐난했다. 하지만 ‘더불어+한국당’을 ‘협치(協治) 정신의 발로’라며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없지 않다. 지난 7일 더불어민주당 소속 송철호 울산시장과 자유한국당 소속 윤영석 국회의원(경남 양산갑)이 울산시장실에서 파안대소하며 손을 맞잡은 사례를 본보기로 든다. 두 여야 정치인은 이날 ‘울산-양산 광역철도 건설’ 문제를 놓고 ‘협치 정신’을 보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 8월 울산·부산·경남 시도지사 모임에서 광역철도 추진을 제안한 바 있는 송 시장으로서는 ‘초당적 협치’의 모범을 보였다는 뒷말을 덤으로 듣기도 했다.

그러나 8일 새벽 국회 본회의장에서 이루어진 ‘더불어한국당’식 협치에 대해 아직은 곱지 않은 시각이 지배적인 것 같다. ‘오월동주(吳越同舟)’ ‘이해득실에 따른 야합(野合)’ 등등의 볼멘소리가 꼬리를 문다. 그 와중에도 ‘실세의원’ 소리를 듣는 민주당 이해찬 대표(세종시)와 윤호중 사무총장(경기 구리시), 한국당 안상수 예결위원장(인천 중구동구강화군옹진군)과 장제원 의원(부산 사상구),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전북 군산시) 등은 이른바 쪽지예산, 민원예산을 알뜰하게 챙겼다는 구설수에 오른다.

그래도 신조어 하나는 참 잘 만들었다는 뒷말은 여전히 강세다. ‘올해의 신조어’는 단연 ‘더불어한국당’이 아닐까.

<김정주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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