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암각화 보존, 신 유로변경안 문제없나
울산 암각화 보존, 신 유로변경안 문제없나
  • 이상길
  • 승인 2018.12.06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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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류 발생으로 반구대 훼손 우려 제기
반구대 및 반구대 암각화 전경.
반구대 및 반구대 암각화 전경.

 

반구대 암각화 보존방안으로 민선 7기 울산시가 새로운 유로변경안(이하 신 유로변경안)을 만지작거리고 있는 가운데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 벌써부터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어 주목된다. 골자는 2013년 초 무산된 구 유로변경안에서 달라진 건 차수 제방과 터널의 위치가 암각화에서 더 멀어진 것 뿐, 배수위(역류) 발생 우려는 여전하고 무엇보다 반구대 인근에 제방을 하나 더 쌓게 돼 반구대의 훼손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구 유로변경안과 신 유로변경안

앞서 울산시는 2013년 가장 좋은 암각화 보존방안을 찾기 위해 한국수자원학회에 수리용역을 진행했었다. 이 때 당시 학회에서 검토한 방안은 총 3가지. 사연댐 수위조절안과 생태제방안, 그리고 유로변경안이었다. 구 유로변경안으로 당시 암각화 아래 200m 지점에 제방을 쌓고, 한실마을 남단 농경지 끝부분부터 사연호까지 터널형 수로를 뚫는 방안이었다. 또 반곡천 아래 반구대 위로 210m 지점에도 제방을 쌓는다는 계획이었다.

당시 이 방안은 학회의 용역 결과 암석풍화 방지와 암각화면 보호, 치수 안전성, 용수 공급능력 등에서는 매우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시공성과 경제성, 식생·환경, 주변경관 등에서는 낮은 평가를 받았다.

학회는 “터널을 통한 배수는 가능하나 배수위 발생에 다른 대책이 필요하며 저유속 시 퇴적 등에 따른 유지관리, 터널 외에 제방 및 신설수로 건설 등 수반되는 공사가 많은 것으로 파악된다”면서 부정적인 의견을 분명히 했다.

그로부터 6년 후 민선 7기 울산시가 새로 들고 나온 신 유로변경안에서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터널과 제방이 암각화로부터 더 멀어졌다는 게 골자다. 제방의 경우 암각화부터 하류로 310m 멀어졌고, 그에 맞춰 터널도 비슷하게 멀어졌다. 그 외 달라진 건 암각화 상류에 위치한 반곡천을 제방으로 막고, 구 유로변경안에서 암각화 위로 210m 지점에 쌓았던 제방을 반구대 인근으로 500m 정도 더 끌어 올려 쌓는 것이다.

◇“신 유로변경안에서도 역류 위험 여전”

암각화 하류에는 사연댐이 위치해 있다. 사연댐은 암각화 발견 전에 축조된 댐으로 수문이 별도로 없다. 만수위는 60m(해발고도 기준)다. 하지만 57m만 물이 차도 상류에 위치한 암각화는 물에 잠기게 된다. 이 말인 즉슨 구 유로든 신 유로든 터널의 하부는 무조건 60m 이상은 돼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래야만 경사가 맞다. 그렇다면 터널의 상부 쪽은 60m보다 더 높아야 하는데 이 일대의 전체적인 지형을 감안할 때 공사가 쉽지 않다는 게 일부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복수의 암각화 보전 전문가들은 “신 유로변경안은 결국 터널이나 제방이나 암각화에서 좀 더 멀리 설치해 시공 과정에서 발생할 우려가 있는 암각화 훼손을 최소화시키는 게 거의 전부”라며 “때문에 구 유로변경안 용역에서도 지적된 터널 설치 각도에 따른 배수위(역류) 위험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특히 태풍 등으로 인한 물폭탄이 떨어질 경우 터널이 유량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면 인근 농경지로 물이 범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신 유로변경안, 반구대 훼손시킬 수 있어”

많은 사람들이 ‘반구대’와 ‘반구대암각화’를 같은 개념으로 생각하지만 반구대와 반구대암각화는 엄연히 다르다. 국보 285호인 반구대 암각화의 경우 반구대 근처에 있어 반구대 암각화라 명명된 것이고, 거북이가 납작 엎드린 모습의 반구대(盤龜臺)는 암각화에서 약 700m 상류에 위치해 있다. 이 반구대는 고려 말 포은 정몽주가 언양에서 유배하던 시절 자주 찾았다 해서 더욱 유명하다. 그 때문에 반구대는 정몽주의 호를 붙인 ‘포은대’라고도 불린다. 우리 사상사에서 포은의 입지는 남다르다는 점을 감안하면 반구대도 울산으로서는 소중한 문화유산인 셈이다.

그런데 신 유로변경안의 경우 이 반구대 인근에 제방을 쌓게 된다. 그 때문에 일부 전문가들은 제방 쌓는 과정에서 반구대의 훼손이 우려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들은 “제방을 쌓다보면 당연히 반구대가 훼손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반구대도 울산의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쉽게 여겨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다른 한 문화계 인사는 “다 떠나서 문화재청 자체가 암각화 주변에 손을 대는 걸 싫어한다. 신 유로변경안의 경우 구 유로변경안보다 제방 및 터널 등의 공사량이 더 많아 보이는데 과연 문화재청이 허락을 하겠냐”며 의구심을 표했다.

한편, 울산시는 반구대 암각화 보존과 관련해 현재 물 문제 해결을 통한 사연댐 수위조절안에 무게를 두되 무산될 경우를 대비해 이번 신 유로변경안을 검토 중이다.

이상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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