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수관 파열사고가 주는 교훈
온수관 파열사고가 주는 교훈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12.06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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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저녁 8시 40분경, 고양시 일산동구 백석역 인근에서 열 수송관이 파열되는 사고가 있었다. 뉴스 속의 영상과 사진만 보아도 정말 아수라장이었다. 도로 바닥에는 뜨거운 물이 흘러넘치고 이 때문에 발생한 수증기로 전방 2~3m 주변은 시야도 확보하기가 어려워 보였다. 안개가 짙게 낀 장면을 연상케 할 정도였으니 상황이 얼마나 심각했겠는가. 사고 현장의 목격담을 들어보니 그야말로 충격 그대로였다.

한 목격자는, 도로는 물론이고 인도까지 마치 라면 끓이던 물이 흘러내리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마치 용암수같이 부글부글 끓었다고 하니 당시 상황이 얼마나 급박했었는지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었다. 정확한 사고원인은 기능별 전문가들로 편성된 조사팀이 조사와 정밀감식을 통해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현재까지 경찰이 현장 감식을 통해 잠정적으로 밝힌 원인은 있다.

27년 된 노후관로의 한 부분이 압력을 버티지 못하고 파열된 점이 그것이다. 그리고 다른 한 가지 원인은 한국지역난방공사 측에서 열 수송관 중 낡은 배관을 소홀히 관리했기 때문으로 잠정결론이 났다. 안타깝지만 결국 인재(人災)였다는 말이 된다. 여기서 등장하는 한국지역난방공사에 대해 간략하게 소개해 본다.

지역난방공사는 주거 및 상업지역 등에 대한 집단에너지 공급을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설립된 공기업이다. 지역 냉·난방사업, 구역형 집단에너지(=업무용 빌딩과 병원 등이 밀집된 도심 상가와 택지지구에 열병합발전시설에서 생산된 전기 및 열을 일괄 공급하는 종합 에너지 시스템), 신재생에너지 사업 등을 수행한다.

우리나라에서 신재생에너지라 함은 8개 분야의 재생에너지인 △태양열 △태양광발전 △바이오매스 △풍력 △소수력 △지열 △해양에너지 △폐기물에너지와 3개 분야의 신에너지인 △연료전지 △석탄액화가스화 △수소에너지를 가리킨다. 이번 사고 지역의 파이프는 지름이 1.1m로 1991년에 지하 2.5m 깊이에 매설된 것인데, 이 파이프의 중간에 용접해둔 두께 1cm의 철판이 떨어져 나가면서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이 철판을 용접한 이유는 매설하기 전에 파이프 내부를 확인하는 작업자들이 이용하던 통로를 막아두기 위해서였다. 물론 현재는 사용하지 않는 방법이다.

지상에 설치한 배관의 경우 기후적인 이유로 조기에 노후화되거나 각종 안전위험요소에 노출되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지하에 매설한 배관의 경우 이러한 단점들을 예방할 수는 있지만 그 관리상태를 눈으로 직접 확인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점검활동을 소홀히 하면 안 된다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지역난방공사에서는 도로상태 등을 매일 확인해가며 배관 상태를 점검한다고 하는데, 이는 간접적인 방법으로 보인다.이번처럼 도로가 파손되면서 고온수가 흘러나오지 않는 한 그 위험성을 미리 파악하기란 어려울 수밖에 없다.

현재 공사에서는 1년에 2회 정도, 열감지기 점검을 병행하고 있는데, 방법 면에서나 빈도 면에서 변화가 요구되는 대목이다.

우리는 늘 왜 일정한 유형의 사고가 발생하고 나서야 그 위험성과 심각성을 깨닫고 대비하는지, 안타까움을 감출 수 없다. 이번 사고의 가장 큰 피해는 무엇보다 1명의 사망자와 40명의 중·경상자가 발생한 점이다. 대부분이 고온수로 인한 화상환자였다고 한다. 이처럼 고온수가 도로에서 분출되었을 때 뜨거운 물이 보행로에 최대한 유입되지 않도록 하는 대책을 마련하고, 이 같은 위급상황에서는 신속한 경보가 전파되어 사람들이 안전지대로 빨리 대피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러면 우리 울산에는 이 같은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잠재적인 요인은 없는지? 하는 의문이 생긴다. 전국에는 현재 매설된 지 30년이 넘은 노후배관이 51km에 이른다고 한다.

특히, 우리 울산은 국가산업단지가 조성된 이후로 유류, 고압가스, 화학물질 등을 수송하는 지하배관들이 엄청나게 많다. 그러므로 이번 백석역 열수송관 파열 사고를 교훈삼아 관리 시스템을 되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울산에서는 지하배관 지도와 관련 데이터베이스를 이미 구축해 놓았다고는 하지만, 30년이 지난 노후배관이 12%가 넘는다고 하니 안심만 하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정부와 지자체에서는 지하배관 관리를 우선순위에 놓고 노후배관 교체와 보강작업을 우선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동시에, 단순히 육안에 의존하는 순찰이 아닌, 과학적이고 효율적인 방법으로 전문가로 구성된 통합순찰 및 감독 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국민들은 더 이상 인재를 두 눈 뜨고 바라만 보고 싶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김정숙 배광건설(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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