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포세대와 헬조선 (Hell朝鮮)
N포세대와 헬조선 (Hell朝鮮)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12.04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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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혼인 건수가 37년 만에 최대 폭으로 감소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니 걱정이다. 많은 대한민국의 20-30대의 젊은이들은 치솟는 물가, 등록금, 취업난, 집 값 등 경제적, 사회적 압박으로 인해 스스로 돌볼 여유도 없다는 이유로 연애와 결혼을 포기하고, 출산을 기약 없이 미루고 있다. 이러한 사람들을 ‘삼포세대’라고 일컬었다. 이와 비슷한 용어로 일본에서는 ‘사토리 세대(さとり世代)’라고 일컫는다.

하지만 지금은 삼포세대→오포세대→칠포세대→N포세대로 버전 업 되었다.

처음 삼포세대로 시작되어 ‘N가지를 포기한 세대’로 확장된 것이다. 삼포세대(三抛世代)는 연애, 결혼, 출산 3가지를 포기한 세대를 말하며, 오포세대(五抛世代)는 집과 경력을 포함하여 5가지를 포기한 것을 말한다.

칠포세대(七抛世代)는 여기에 희망?취미와 인간관계까지 포함하여 7가지를 포기한 세대를 일컫는다. 마지막 N포세대(N抛世代)는 N가지를 포기한 사람들의 세대를 말하는 신조어이다. 이러한 현상은 국가가 책임지지 못하는 청년복지를 떠맡아 온 한국사회 가족의 부담이 임계점에 달해, 결국 전통적인 가족 형성의 공식이 와해되는 상태에 다다르게 됐음을 보여주기 위해 만들어진 용어이다.

혼인 건수 최대 폭 감소 추세에 대해 최근 시대적 트렌드처럼 회자되고 있는 ‘비혼(非婚)주의’가 크게 작용한 것 아니냐는 시선이 나온다. 비혼은 ‘결혼을 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통하기 때문에 미혼(未婚)과는 달리 주체적 성격이 강하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필자는 경쟁 위주의 사회 분위기 속에서 발생한 것이라고 진단한다. 어린 나이 때부터 경쟁이 반복되다 보니 결혼에 대해 신경 쓸 여력이 없거나, 자유를 갈망하는 가치관이 더욱 강해졌다는 것이다. ‘혼자’라는 개념은 부정적에서 긍정적으로 바뀐 지 오래다.

또, 대한민국의 현 청년세대는 대한민국을 두고 자조적으로 비판하는 의미에서 ‘헬조선’ 내지 ‘지옥불반도’라 부른 지 오래다. 헬조선(Hell朝鮮)은 2010년대 들어 유명해진 대한민국의 인터넷 신조어이다. 이는 ‘한국이 지옥에 가깝고 전혀 희망이 없는 사회’라는 의미이다. 또한 ‘한국이 지옥과 비견될 정도로 살기 나쁜 나라’라는 의미도 있다.

헬조선이라는 단어가 처음으로 등장한 것은 2010년 무렵 디시인사이드의 역사 갤러리에서였다. 역사 갤러리 내에 일본 제국주의를 찬양하고 한국을 비하하는 글을 올리곤 하던 친일·자국비하 성향의 네티즌들이 만든 ‘헬조센’에서 시작된 말로, 이는 지옥이라는 의미의 영어 단어(헬·hell)와 조선의 일본어 발음 ‘조센(朝鮮/ちょうせん)’의 합성어였다.

헬조선을 이야기하는 청년들은 금수저를 물고 태어날 노력을 하지 않았다며 자책하며 현실을 비꼬기도 하며 20대와 30대 사이에서는 더 이상의 희망이 없다면서 외국에서 받을 차별에도 불구하고 이민을 준비하기도 한다.

대한민국의 적지 않은 젊은이들은 경제적으로는 학자금 대출 상환, 과도한 집값, 생활비용에 고통 받고 있고, 대기업만 중시하는 사회구조 때문에 최고의 스펙, 일류기업 입사가 아니면 실패한 사람으로 몰아가는 사회적 풍토에 압도당하며 살고 있다.

연애를 일종의 사치로 여긴다는 N포세대까지의 확장, 그리고 조국(祖國)을 두고 자조적으로 ‘헬조선’이라 비판하는 의미를 정부도 정당에서도 곱씹어보면 좋겠다.

아직은 새 정부도 청년 세대의 분노를 달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불신만 심화시키고 있는 건 아닌지 고민이 필요하다.

<신영조시사경제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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