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문조사 방식의 성희롱 실태 조사는 지난달 12∼21일 사이 서울시가 알바몬, 알바천국과 같이 손잡고 진행했다. 응답자는 전국 아르바이트 청년 6천722명(여성 4천742명, 남성 1천980명)이어서 조사결과에 대한 신뢰도가 높고, 그 속에는 울산지역 아르바이트 청년도 포함돼 있어 울산시가 청년 정책을 수립하는 데도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성희롱 실태 조사 결과, 응답자의 31%(2천71명)가 근무 중 성희롱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고, 피해 경험이 있는 응답자를 성별로 나누면 85%가 여성, 15%가 남성이었다. 성희롱 피해 빈도가 가장 높은 사업장(근무처)은 10인 미만 사업장으로 이들 소규모 사업장에서 전체피해의 66%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눈여겨볼 대목은 성희롱 가해자에 대한 분석으로, 남성 고용주가 37%로 가장 많았고, 남성 손님(27%), 남성 동료(21%), 여성 고용주(5%), 여성 동료(4%)가 그 뒤를 이었다.
피해 사례로는 ‘불쾌한 성적 발언’이 27%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이 ‘외모 평가’(25%), ‘신체접촉’(20%), ‘성차별적 발언’(14%), ‘개별적 만남 요구’(8%), ‘술 접대 강요’(5%) 순이었다. 구체적 피해 사례는 낯을 뜨겁게, 실소를 금치 못하게 만든다. ‘속옷 사이즈가 얼마니? 속옷 사줄까?’, ‘아가씨 몇 살이야? 20살이면 해 볼 거 다 해봤겠네. 콘돔 추천 좀 해줘’, ‘내 허벅지 만져보니 어때? 할아버지 같지 않지?’, ‘(아빠뻘인데도) 오빠라고 불러, 술 한 잔 할까?’ 등등이었다.
피해 청년들의 대응 방식은 60%가 ‘참고 넘어갔다’, 15%는 ‘대응 없이 그만뒀다’였고 ‘상담센터 같은 기관에 민원을 접수시켰다’는 응답은 2%에 그쳤다. 그 이유로는 ‘외부에 알린다고 문제가 해결될 것 같지 않아서’가 37%를 차지했다. 성희롱을 당할 때 도움 받을 곳을 아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68%가 ‘모른다’고 했고, 성희롱 예방 교육을 못 받았다는 응답이 59%를 차지했다. 조사 결과가 사실 그대로라면, 아르바이트 청년 문제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과 대응체제가 바닥 수준이란 얘기밖에 안 된다. 못 들은 척하고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다.
이 같은 문제를 풀기 위해 서울시가 마련한 대책은 ‘민·관이 함께하는 서울 위드유(#WithU) 공동 프로젝트’ 추진이다. 성희롱 예방 대책에는 △’성희롱 없는 안심일터 캠페인’ △전문강사가 1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에 찾아가 무료로 실시하는 예방 교육 △교육 이수 사업장에 대한 ‘안심일터 교육인증 스티커’ 부착 등 다양한 대책이 준비되고 있다. 울산시도 서울시 사례를 본받아 청년 아르바이트생들의 근무처가 ‘성희롱 없는 안심일터’가 될 수 있도록 노력을 아끼지 말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