떼까마귀, 진객(珍客)과 불청객(不請客)
떼까마귀, 진객(珍客)과 불청객(不請客)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12.02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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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겨울철이면 기러기, 도요, 물닭, 넓적부리와 같은 북방 서식 조류는 얼어붙은 땅을 떠나 얼지 않는 월동지를 찾아 나선다. 점차 기온이 내려가 물과 땅이 얼면 먹이를 구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여름에는 안 보이다가 겨울에 무리지어 나타나는 새를 ‘겨울철새’라 부른다. 겨울철새라 해서 무조건 남쪽으로 찾아가는 것도 아니다. 많은 식구가 겨울을 한 장소에서 보낼 수 있어야 한다. 그 조건은 풍부한 먹이, 적당한 기온, 안전한 잠자리 등 생존에 필요한 건강한 자연환경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매년 철새가 찾는 지역은 건강한 자연환경이 잘 보존되고 있다는 사실을 철새로부터 인정받은 셈이 된다.

이는 2010년부터 현재까지 매년 겨울철에 울산을 찾아오는 떼까마귀의 기상 시의 행동을 관찰·조사한 경험과 데이터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가창오리, 쇠기러기, 떼까마귀처럼 군집성이 강한 철새의 방문은, 지역민이 보는 시각에 따라, 긍정과 부정으로 분명하게 엇갈린다. 특히 지역민의 생활터전과 철새의 서식지가 겹치면 지역민의 정서는 ‘부정’으로 변해 불편한 일이 있으면 가차 없이 ‘민원’으로 포장하기 마련이다.

경기도 수원시의 경우가 그렇다. 떼까마귀에 대한 민원은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모두 ‘배설물’ 때문이다. 특히 자동차를 전깃줄 아래에 세워둔다면 배설물로 인한 일상의 불편은 매우 심각하다. 배설물 피해가 매일 되풀이되기 때문이다.

약 6개월간 우리나라 전역에서 월동하는 떼까마귀들로서는 조류퇴치용 총소리를 듣기도, 레이저 퇴치기의 불빛을 바라보기도, 떼까마귀 대응방안 자문회의를 지켜보기도 불편할 것이 틀림없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떼까마귀를 표현하는 수원지방 언론들의 뉴스 헤드라인도 떼까마귀의 심정을 까맣게 태우기 일쑤다.

“떼까마귀 공습경보”, “불청객”, “설마 했는데 또”, 수원 도심 뒤덮은 까마귀 떼 ‘비상’, ‘떼까마귀 물럿거라!’, 수원시 까마귀 순찰반, 떼까마귀떼 도심 출몰…수원시 ‘골머리’, 수원시 떼까마귀 “꼼짝마”, 수원 떼까마귀로 한 달째 몸살, “자고나면 온통 배설물”…수원 구도심 ‘떼까마귀와 전쟁’ 등 부정적이면서 벽사( 邪)적인 문구들로 가득하다. 사람과 떼까마귀의 공존과 조류생태적 이해심은 어디에서도 찾기가 어렵다. 반면 떼까마귀에 대한 긍정적 관점인 지역도 있다.

울산을 두고 하는 말이다. 매년 10만여 마리가 찾는 울산 언론의 관심은 어떨까? “올해도 겨울진객 떼까마귀가 돌아왔다. 태화강 십리대숲은 이제 떼까마귀의 겨울 안식처다.

울산에서는 겨울 진객 떼까마귀 군무를 관찰하고 태화강 야경을 감상할 수 있는 행사가 해마다 열린다. ‘시민과 함께하는 태화강 떼까마귀 군무 달빛기행’이다. 울산에 떼까마귀가 운집하는 것은 생태환경의 변화와 직결된다.

일반적으로 조류는 서식에 적합한 자연 생태환경을 선호한다. 특히 월동 철새인 떼까마귀는 맑은 공기, 따뜻한 기온, 충분한 먹이, 포식자로부터 안전한 잠자리 등 좋은 서식환경을 선택해서 찾아가기 때문에 울산은 그야말로 건강한 생태환경이 확인된 셈이다.” (울산신문.2018.11.22.)

“울산남구는 서동욱 직전 구청장 재임 시, 수원시처럼 오랜 골칫거리의 하나였던, 떼까마귀 떼의 효용가치에 새삼 주목하고 보호 활동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겨울철새 떼까마귀와 여름철새 백로의 보금자리인 십리대숲이 자리 잡은 ‘철새마을 삼호동’을 도시재생사업의 본보기마을로 선정하고 투자를 아끼지 않은 것이다.

그리고 그 보람은 전력을 태양광발전으로 생산하는 ‘그린 빌리지 조성사업’과 ‘철새홍보관 건립사업’으로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울산제일일보.2018.11.28.)

울산 떼까마귀의 군무는 가창오리, 도요새, 검은머리물떼새 등 물새류의 군무와는 차별성을 보인다. 떼까마귀는 몸집이 작고 군집성이 강해 군무(群舞)를 연출할 수 있다.

현재까지 사람을 공격한 사례나 AI 같은 질병을 퍼뜨렸다는 보고도 없다. 떼까마귀는 배설물로 인해 시민들에게 불편을 주기도 하지만, 조류 생태관광객을 불러 모으는 겨울철 관광상품으로 자리를 잡았다.

그 결과 올해부터는 울산 시티투어에도 볼거리의 하나로 추가됐다. 2000년대 초반, 수천 마리에 지나지 않던 떼까마귀가 지금은 무려 10만 마리를 헤아린다.

10만여 마리의 분변(배설물)은 하루에 100㎏이 넘는다. 떼까마귀의 분변은 비록 중성이라 할지라도 주택, 도로, 차량 등에 나타난 흔적은 불쾌감을 주기에 딱 알맞다.

그럼에도 울산시와 남구청 그리고 환경단체들은 매일같이 배설물을 치워내면서 인간과 떼까마귀의 공존을 위한 실천을 불평 없이 묵묵히 해 오고 있다. 그 결실의 하나로 지난 11월 27일, 떼까마귀의 안전한 잠자리 삼호대숲에서 가까운 삼호철새마을 와와공원에서 의미 있는 행사가 하나 열렸다. 그동안 남구청이 추진해온 ‘철새홍보관 건립’ 기공식이었다.

철새홍보관 건립의 첫 삽은 삼호동의 역사에 확실한 선을 그었다.

기공식에서 울려 퍼진 삼호동 주민들의 큰 박수소리에는 떼까마귀와 공존하는 지역민의 자긍심과 철새홍보관의 앞날을 축복하는 정서가 함께 녹아있었다.

<김성수 조류생태학 박사·울산학춤보존회 명예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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