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주원의 의료산책]의료용 대마의 합법화
[성주원의 의료산책]의료용 대마의 합법화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11.29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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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麻), 대마(大麻)라고도 하는 ‘삼’의 학명은 Cannabis sativa L.이다. <삼국사기(三國史記)>에 기록이 있는 것으로 보아, 우리나라에서는 대마를 오래 전부터 재배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삼은 고려 말 문익점이 목화씨를 들여올 때까지 우리 의복의 주종이기도 했다.

우리 조상들에게는 생활의 일부였던 대마가 지금 우리 국민들에게는 약간 거부감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우리는 대마초 흡입이 불법이기 때문이다. 연예인을 비롯한 유명인들이 대마초 흡입으로 구설수에 오르는 것도 심리적으로 거리감을 두게 만들 것이다. 미국, 캐나다, 네덜란드 같은 나라에서는 지방에 따라 합법이라는 사실을 들어 우리나라에서도 대마초를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국민적 공감대를 얻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 속에 큰 관심을 불러일으킬 만한 뉴스가 국회에서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신창현 의원(의왕·과천)이 대표발의한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지난 2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것이다. 이로써 환자들은 앞으로 의사의 처방에 따라 승인을 받으면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에서 대마 성분이 든 의료용 의약품을 합법적으로 구할 수 있게 된다.

사실 이번 법 개정의 일등공신은 희귀질환을 앓는 소아환자의 부모들이었다. 난치성 뇌전증(epilepsy) 치료에 대마초에서 추출한 ‘카나비디올(CBD) 오일’이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일부 부모들이 직접 구매를 하기 시작했고, 대마 오일을 치료 목적으로 반입하다가 마약 밀수 혐의로 소아환자의 부모가 범죄자로 몰리는 사례가 점차 늘어나게 되었다. 흥미로운 것은 ‘CBD 오일’을 해외에서 반입하려다 세관 등 사법당국에 적발된 사례가 지난해에만 80여 건에 달하자, 의료용 대마의 사용 허가에 대한 논의가 급물살을 타기 시작한 점이다.

세계보건기구(WTO)는 지난해 의료용 대마가 뇌전증과 자폐증(autism), 치매(dementia) 등 일부 뇌·신경계 질환에 효능이 있다고 발표한 적이 있고 이스라엘, 미국, 캐나다, 일본, 중국 등 여러 나라에서는 의료용 대마의 사용이 합법화되어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내년부터 ‘대마 오일’ 등 의료용 대마성분 의약품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지만, 한계점도 분명히 있다. 병원에서 처방하려면 식품의약안전처에 따로 신청해 식약처장의 승인을 받아야 하고, 약을 받을 때까지는 약 2개월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필요할 때 바로바로 처방할 수 없다는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하지만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듯, 이번 개정안 통과가 희귀질환 환자와 환우의 가정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대마가 함부로 유통되거나 오·남용되지 않도록 하면서, 필요한 곳에 요긴하게 쓰일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를 함께 만들어 나갔으면 한다.

성주원 한의사·울산광역시한의사회 복지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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