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일과 삶의 균형’ 찾으려면
진정한 ‘일과 삶의 균형’ 찾으려면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11.28 23: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근육을 만드는 데 운동이나 식단만큼 중요한 것은 휴식이다. 운동으로 파열된 근육은 휴식을 취하면 되살아난다. 이러한 재생 과정에서 근육은 좀 더 단단해지고, 이런 과정을 되풀이하다 보면 마침내 몸이 만들어진다. 업무에서도 적절한 휴식이 효율성을 더 키우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근로시간이 단축되면서 많은 변화가 찾아온 만큼 사용주, 근로자 모두 공동체의식이나 사회적 가치에 대한 철저한 자기성찰이 필요하다.

최근 일과 삶의 균형을 가리키는 신조어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이 등장했다. 이 단어의 의미는 매우 간단명료하다. 근무 중엔 열심히 일하고 업무시간 외엔 자신의 삶에 충실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균형 맞추는 일 자체가 몹시 어려운 것이 우리의 자화상이다. 최근에는 신세대의 사회상을 반영한 다양한 신조어도 등장했다. 연애, 결혼, 출산은 물론 삶마저 포기하는 암울한 세대란 의미의 ‘N포 세대’. 인생은 한번뿐이니 현재를 즐기라는 ‘욜로(YOLO)’.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뜻하는 ‘소확행’이 그것.

사실 이런 신조어는 개인적 삶의 중요성을 역설적으로 강조하는 게 아닐까. N포 세대에서 ‘포기한다’는 말은 결국 연애나 결혼, 출산, 취미생활을 포기하지 않고 삶을 꾸려가기를 바라는 소망을 에둘러 표현하는 말일 것이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에 처음 등장한 소확행은 자칫하면 무심결에 스쳐지나갈지도 모르는 소소한 일상에 집중하라고 이른다. 그러나 일과 삶의 균형, 삶의 중요성, 소소한 행복의 기쁨과 같은 당연한 의미를 신조어로 만든 이유는 현대사회인의 삶의 저울이 한쪽으로 치우쳐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개인적 행복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취업시장에도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구직자들은 연봉 수준보다 근무 시간을, 직장인들은 저녁이 있는 삶을 더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전 기업에서는 생산성 증대를 위해 ‘업무 제일주의’를 중시했다. 그러나 이제 대기업들도 유연근무제를 도입하거나 법정근로시간보다 적은 근로조건을 내놓으면서 변화를 꾀한다. 워라밸 세대라고 불리는 젊은 직장인 계층이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음을 인지한 것이다.

도시를 환하게 밝히는 거대한 등대들. 그 불빛을 보면서 반딧불이를 떠올리며 멋지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직장인들은 그런 풍경에 경기를 일으킨다는 농담도 있다. 대도시의 야경이 아름다울수록 야근하는 직장인이 많다는 사실의 반증이라고 할까.

한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근로시간이 많은 나라 중 하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연간 평균 근로시간은 2천69시간으로 28개국 중 두 번째로 많다. 이에 반해 근로시간당 노동생산성은 35개국 중 28위로 하위권이다. OECD국가 중 연간 평균 근로시간이 가장 적은 나라는 독일이다. 독일의 연간 평균 근로시간은 1천363시간이며, 노동생산성 순위는 35개국 중 9위로 한국보다 훨씬 높다. 평균적으로 한국이 근로시간 대비 효율이 현저히 떨어지는 노동 상태인 것은 확실하다. 진정한 워라밸을 원하면 주어진 근로시간 안에 일을 수행할 수 있는 능률이 선행되어야 한다. 최근 근로시간을 규제하면서 업무효율의 중요성은 더욱 높아졌다. 업무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지 못하거나 여전히 갈피를 못 잡는다면 워라밸은 설득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완벽한 워라밸은 없다. 제대로 된 워라밸을 원한다면 스스로 “현재 하고 있는 일을 해내기 위한 나의 능력이 충분한지?” 혹은 “내가 하고 있는 일의 난이도가 적당한지?”를 분석해서 업무효율을 높이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런 작은 노력과 실천이 모여 공동체에 신뢰감이 쌓인다면 워라밸은 저절로 찾아올 것이다.

<이일우 유시스 (주) 대표이사>


인기기사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