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카성은 일본 특유의 돌쌓기 식으로 쌓은 높은 성벽과 근래에 복원한 콘크리트 천수각이 전부이다. 하지만 위치가 도심 가운데 있고 성곽 주변의 넓은 공간을 녹지화하여 시민들의 접근성을 높였으며, 인공적이긴 해도 자연친화적 환경요인을 잘 살려냈다. 그야말로 생기 가득한 공원이면서 시민의 휴식 공간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 것이다. 그뿐인가? 오사카의 랜드마크이자 세계적 관광명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관광수익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유입된 관광객이 먹고, 자고, 쓰는 경비는 고스란히 그 지역 경제 발전으로 이어진다. 잘 조성된 문화재공원 하나가 오사카를 먹여 살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비슷한 사례로 큐슈 지방의 구마모토성 공원도 지역의 관광거점으로 잘 활용되고 있다. 두 곳 모두 실제로 방문해 보면 볼거리는 별 게 없다. 그렇다면 관광상품으로 수익을 낼 만큼의 공원 가치는 어디서 생겨난 것일까?
공원은 사전적으로 공공녹지의 하나로, ‘여러 사람들이 쉬거나 가벼운 운동 혹은 놀이를 즐길 수 있도록 마련된 정원이나 동산,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국민이나 주민의 보건 휴양 및 정서 생활의 향상에 기여하게 하는 것을 목적으로 경영하고 관리하는 자연지 또는 인공적으로 조성한 후생적 조경지’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처럼 공원은 여러 주민이 쉽게 찾고 그곳에서 즐거운 한때를 보낼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핵심이다. 내가 찾지 않는 공원을 다른 사람이 찾을 리 없고 외지인은 더더욱 그렇다. 사람이 찾지 않는 공원은 죽은 공원이다. 실생활 주변에 가깝게 위치하고 주변과 융화되는 공원이 살아있는 공원이랄 수 있겠다. 점심시간에 잠시 커피 한 잔을 즐기며 자연 속을 거닐 수 있어야 하고, 특별하지는 않더라도 차별화된 콘텐츠가 있어서 누구나 찾고 싶어 해야 살아있는 공원이 될 수 있다.
일제침략기에 울산지역 최초의 공원으로 지정된 학성공원은 지난날 머물 곳이 부족하던 시절에는 우리 학생들의 소풍 장소였고, 봄날이면 청춘남녀들의 벚꽃놀이 데이트 공간이었다. 당시 울산 도심의 중심이랄 수 있는 학성동에 소재해서 많은 시민들이 휴식처로 삼았던 살아있는 공원이었다. 90년대 광역시 승격 이후 울산 도심은 강남으로 이동해 버렸고, 학성공원이 위치한 주변지역은 공원지역으로 묶인 채 개발이 중단되어 낙후해져만 갔다. 이젠 동네 노인 몇몇 분들이 낮 시간 쉬어가는 그저 그런 동네공원처럼 되어 버렸다.
학성공원이 있는 중구는 산업기반 등 수입원이 부족하다 보니 관광·문화 콘텐츠에 사활을 걸고 있다. 굴뚝산업 만큼 수익도 낼 수 있고 지역주민의 정주여건도 향상시킬 수 있는 일거양득 산업이 바로 관광산업이다. 최근 중구청은 십리대숲과 태화루를 중심으로 태화강대공원 조성, 울산읍성과 동헌 그리고 병영성 복원 등 성곽공원 등을 통해 문화관광자원을 확보하는 사업을 열심히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이처럼 공원화사업은 지역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한편 그 자체가 관광상품화 되어 지역경제에 이바지할 수 있다. 죽어버린 학성공원도 그러한 관점에서 살려내야 한다.
학성공원은 일제가 만든 추억 속의 근린공원이 아니다. 그 속에는 왜군의 침입으로 국가의 운명이 풍전등화 같은 형국에서 죽기 살기로 싸운 도산성 전투가 있었고 나라를 지켜낸 민초들의 수많은 죽음이 묻혀 있다. 바로 500여 년 전 임진왜란을 맞아 온 백성의 힘으로 국란을 극복한 승리의 역사 현장이 바로 학성공원으로 불리는 울산왜성이다. ‘침략 받은 역사도 우리의 역사이고, 과거를 잊어버린 민족에겐 미래가 없다’는 말을 학성공원에 아로새겨보자. 그러면 학성공원은 주민과 함께하고 역사문화 콘텐츠를 가득 담은 살아있는 공원으로, 의미 있는 관광상품으로 재탄생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김성재 정의당 울산시당 대변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