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 야외행사를 마무리하며
한 해, 야외행사를 마무리하며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11.27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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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화강의 서쪽 하늘이 주홍색으로 물들어가는 시각 즈음해서 하루 종일 펼쳐놓았던 사물들을 새삼 둘러본다. 시시각각 펼쳐졌던 드라마틱한 풍경 속에서 사람과 사물의 하루 낮 시간을 기꺼이 품어준 맘씨 좋은 자연이다. 노을이 사라지기 전에 각자의 거처로 옮겨가야 할 시각, 분주하게 짐을 꾸리고 서로에게 진심이 묻어나는 수고의 덕담을 건넨다. 매월 넷째 주 토요일은 태화강 대나무생태원 잔디밭에서 하루의 해를 보내고 노을을 맞이했건만 11월만큼은 감회가 남다르다. 한 해의 시간을 엮어 지나온 이곳에서의 연중 정기행사를 돌이켜보면 변화무쌍한 기후만 드라마 같았던 건 아니다. 우리 지역에서도 사회적경제를 활성화시켜 보자고 이러저러한 고민을 하던 중에 시 환경정책과의 배려로 정기행사를 진행한 지 만 2년을 꼭 꼭 눌러 채웠다.

3월의 진눈깨비와 연중 잦은 여우비 그리고 바람. 이른 폭염에도 8월 한 달만 휴장하고 시민들과의 약속을 홍보한 대로 지키려 무던히 이어왔다. 초기 도시그린마켓 기획의 변을 안내했을 때, 함께 하겠다고 기꺼이 나선 사회적경제기업들 중 몇몇은 얼마간의 시간을 지나면서 서서히 줄어들고 신규 기업들로 교체되었다. 강제할 수 없는 일이다. 활성화를 위한 기업 입장에서의 단기적인 측면을 그날 하루의 매출에 중요순위를 최우선으로 둔다면 딱히 할 말은 없으니까.

다만, 정기행사를 기획하며 우리가 함께 가져가고자 했던 다양한 측면에서의 활성화 공감대 형성이 부족했었던 건 아닐까? 다 함께 만들어가는 지역사회의 문화로서 울산의 사회적경제를 알려보자고 했던 안내는 여러 과업수행 중 하나로 나만의 호기로운 포부였을 수도 있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함께 해준 숫자적으로 대부분을 차지한 마을기업들에게 감사한다. 11월, 올해의 마지막 도시그린마켓을 진행하겠노라 안내 글을 쓰면서 내년에는 어떻게 해야 할까를 고민하는 시간이 길어졌다.

시민들이 기억하는 넷째 주 토요일, 그곳 태화강 대나무생태원. 부담 없이 시간 날 때 들러도 되는 소소한 곳. 소풍가듯 혹은, 집 앞 산책 오시듯 편하게 오시라 권했던 홍보기간이 2년여 쌓이면서 멀리 타지에서도 도시그린마켓에 대한 안부를 물어온다. 보람도 있지만 하나의 문화를 만들어가자고 독려했던 마음들이 반비례하는 시간 역시 2년여 쌓이는 면도 있지 않을까 한다.

사회적경제를 활성화해 보겠다는 의지는 단기 매출만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다. 시 마을기업중간지원조직 업무를 수행하면서 사회적경제기업 전체 사업의 판로 활성화 기획과 진행을 연 20회 이상 진행해 왔다. 혹서기와 혹한기를 제외하면 한 달에 2회 이상을 판로행사에 집중했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그만큼 기업들의 판로에 대한 욕구를 반영한 과업을 수행해 왔었다. 그것도 대부분 휴일과 지역축제와 같은 기본 운집인력이 있는 행사에 연계 협력하여. 그러한 노력에도 다수의 행사 매출은 대형 유통공간에서 협의를 진행하는 행사에 턱없이 부족하다. 구매자로서 방문하는 시민이 다수인 것이 유통사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도시그린마켓과 같은 정기행사, 지역행사와 연계한 판로행사를 정성들여 기획한다. 그 하루의 매출과 그 이후의 홍보효과 또 그 이후의 사회적경제를 함께 이야기하며 우리의 일자리, 우리의 참여거리, 우리의 일상을 공유할 수 있는 주변 시민을 기다리기 때문이다. 올 한 해 도시그린마켓을 찾은 다양한 시민들이 그분들이고, 매월 행사장 무대를 풍성하게 만들어준 일상의 문화로서의 문화공연 팀들이 그분들이다.

시낭송가협회, 청년 오케스트라, 국악인들, 마을공동체 공연팀, 여성합창단, 청소년 밴드까지 도시그린마켓을 시민과 함께하는 생활문화로 만들어준 모든 우리 인연들에 감사와 애정을 보낸다. 촘촘하게 엮어진 시간들 속에는 행사장으로 사업 상담을 오신 시민들도 계셔서 우리가 하고 있는 이 모든 일들이 판로만이 아닌 우리의 생활문화 전반의 종합적인 기획이라 말하고 싶다.

마지막 주 일요일, 울산사회적경제기업의 야외행사를 하나로마트 울산점에서 마무리하며 내년에는 시민들과 생활문화로서 어떤 것을 공유해 가야할지 만감이 교차하는 11월이 저문다.

박가령 울산경제진흥원 마을기업지원단장/ 울산시 마을공동체만들기지원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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