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회, 의정비 인상 운운할 때인가?
시의회, 의정비 인상 운운할 때인가?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11.25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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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대 시의원 임기를 마치고 지난 7월 1일부터 약 5개월간 5개 구·군의 전통시장과 작은 식당들을 일부러 찾아다녔다. 소상공인과 서민들의 진솔한 삶의 이야기를 귀담아들어보려는 생각에서였다. 국수와 국밥, 된장찌개와 비빔밥, 돼지두루치기와 오리불고기 속에는 그분들의 팍팍한 삶의 이야기가 고스란히 묻어 있었다. 어떻게 하면 이분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고민이 깊었지만 지금 당장은 어쩔 도리가 없어 안타깝기만 했다.

많은 문제를 정치로 풀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국가나 지자체에서 모든 문제를 완벽하게 해결할 수는 없다. 누구나 ‘하면 된다’는 희망을 가질 때 현재와 미래의 삶을 그려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초선 20명과 재선 2명으로 출발한 민선 제7기 울산시의회회는 시민을 대표하여 울산시와 시교육청의 행정사무를 심의·의결하는 막중한 책임을 짊어지고 있다. 시의회는 공공의 이익을 우선하고 직무를 양심에 따라 성실하게 수행해야 함을 한시도 잊어서는 안 된다.

지역 경기의 침체로 소상공인과 시민들은 한 푼이라도 더 아끼고 조금이라도 더 허리띠를 졸라매려고 애쓰고 있었다. 짬을 내 둘러본 5개월 내내 목격한 일이다. 파지 줍는 노인도 국수집 모자도 현상유지가 안 된다며 한목소리로 힘들어했다. 콩나물이며 파, 무, 두부, 옷가지, 신발을 파는 소상인들은 하루 수입이 겨우 몇 천 원에서 몇 만 원이라며 울상을 짓기도 했다.

바로 이런 시점에 시민의 대변자라는 시의원들은 그런 걱정의 소리를 듣는지 못 듣는지, 아니면 듣고도 못 들은 척하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시민들이 진정으로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그것을 찾아내 같이 고민하고 대안을 만들어 시민들의 아픈 마음을 조금이라도 어루만져줄 용의는 없는지? 하지만 최근에 접하는 의정비 동결·인상 소식은 시민들의 기대를 싹부터 자르는 것 같아서 안쓰럽기 짝이 없다.

전국 17개 광역의회의 의정비 순위를 보면 서울 1위(연간 6천378만원), 경기 2위(6천321만원), 인천 3위(5천951만원)에 이어 울산은 4위(5천814만원)를 차지하고 있다. 전국 평균 5천743만원보다 높은 수준이다. 그런데도 울산시의원들은 초선 13명의 거수찬성으로 최종결정권을 의장단에 위임했다.

시대의 흐름을, 시민의 정서를 제대로 읽고 나서 한 행동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돈이 그렇게도 간절하면 의원직을 당장 그만두고 사업이나 하라고 권하고 싶다. 최종결정을 의장단에게 일임에 시의원들은 일이 우선인지 돈이 우선인지 양자택일을 해야 할 것이다.

오는 28일 의장단이 각계 의견을 물어 인상 여부와 인상 폭을 정하고 나면 최종 인상안은 29일의 울산시 의정비심의위원회에서 결정짓는다고 한다. 시의원들은 자신의 눈을 시민들의 눈높이에 맞추고 시민들의 삶부터 먼저 헤아리기를 바란다. 시민 없이는 시의원도 없다는 사실을 한시도 잊어선 안 될 것이다.

문병원 전 울산광역시의회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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