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뿔 국민투표, 개도살 여론조사
소뿔 국민투표, 개도살 여론조사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11.25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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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지구촌에서는 몇 가지 흥미로운 여론수렴 이벤트가 줄을 이었다. 올림픽대회에 ‘타이완’이 아닌 ‘차이니즈 타이베이’라는 이름표를 달아야 참가가 가능한 대만에서는 24일 ‘차이니즈… 꼬리표 떼기’ 등 10개 항의 안건이 달린 전국동시 국민투표가 치러졌다. 그 속에는 6대 직할시장을 뽑는 투표, ‘동성결혼’에 대한 찬반의사를 묻는 투표도 포함됐다.

그보다 더 흥미진진한 국민투표가 25일(현지시간) 목축의 나라 스위스에서 실시됐다. 투표 주제는 “쇠뿔, 뽑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 외신에 따르면 국민투표에 올라온 이 안건의 이름은 ‘가축의 존엄성’, 제안자는 아르맹 카폴(66)이었다. 카폴이 발의한 법안에는 뿔을 안 자르고 그대로 두는 농부에게 소 한 마리당 연간 190 스위스프랑(약 21만6천원)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내용이 들어있다. 카폴은 이 문제를 공론화하겠답시고 9년 전부터 활동해 왔고, 정치권 설득에 실패하자 스위스 국민 10만명의 서명을 받아 국민투표에 부치는 승부수를 두기까지 했다.

그를 비롯한 동물권리 보호론자들의 지론이 가히 걸작이다. “소를 보면 늘 머리를 들고 자부심이 가득 차 있는 만큼 있는 그대로를 존중해야 한다. 뿔을 제거하면 소들이 슬퍼한다”는 게 지론의 요지. 뿔이 소의 체온을 조절하고 의사소통을 돕는다고 주장도 곁들인다.

하지만 소 뿔 제거를 지지하는 농부들은 고양이나 개의 거세수술과 무엇이 다르냐며 반박한다. 사람이나 가축이 다칠 위험도 있다며 농장 주인들이 스스로 알아서 할 일이라고 못을 박는다.

스위스 연방정부도 골치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연간 3천만 스위스프랑(341억 760만원)이 소요될 것이라며 난색을 표시하는 것. 소 뿔 제거는 송아지 때 진정제를 주사한 뒤 뜨겁게 달군 쇠로 뿔을 7초가량 지져 피부와 혈관을 태우는 식으로 이뤄진다. 그렇지만 농부들은 “송아지들이 고통스러워하지도, 귀를 움직이지도 않는다”고 주장한다. 개표 결과를 아직은 알 수 없지만, 스위스 동물보호론자들의 정서가 우리 국민들의 그것과 전혀 딴판인 것만은 확실해 보인다.

동물보호 논란은 우리나라라고 예외가 아니다. ‘고래고기 식용 금지’ 주장보다 더 강한 것에 ‘개고기 식용 금지’→’개 도축 금지’ 여론이 있다. 평창동계올림픽 때는, 반짝하고 꼬리를 내리긴 했으나, 외신까지 가세해가며 개최국 ‘코리아’의 얼굴에 피 칠을 하려는 ‘개고기 식용 금지’ 여론이 거세게 일기도 했다.

올겨울은 그런 국제적 이벤트도 없는데 때 아닌 ‘개 바람’이 불어 관심을 모은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동물권단체인 ‘동물해방물결’과 ‘LCA’(Last Chance for Animals=동물을 위한 마지막 기회)의 의뢰를 받아 진행한 국민여론조사 결과를 최근 내놓은 것. 전국 19세 이상 성인남녀 501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주제는 ‘개 도살 금지법 제정 여부’였고, 그 결과는 자못 흥미로웠다. ‘찬성한다’는 의견 44.2%, ‘반대한다’는 의견 43.7%로 팽팽하게 엇갈린 것(신뢰수준 95%, 오차범위는 ±4.4%포인트).

이를 보도한 ‘뉴스1’은 지난 6월 리얼미터가 조사한 ‘개고기 식용 금지법 제정 여부’ 조사 결과와는 사뭇 다르다고 평한다. 당시 조사에서는 ‘법 제정 반대’(=식용 찬성)가 51.5%, ‘찬성’(=식용 반대)이 39.7%로 나타났다니 그럴 만도 하긴 하겠다. 이를 두고 업계에선 개나 고양이와 같은 반려동물의 권리 보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조금씩 나아지는 증거라는 해석을 내놓기도 한다.

동물해방물결 이지연 공동대표는 “개고기 식용에 반대하는 국민, 개 도살 금지에 찬성하는 국민이 더 많아지고 있다”면서 국회와 정부더러 “세계적 추세에 합류하고 관련업자들의 전업 대책부터 신경 쓰라”고 공세를 취한다. 개고기 식용 찬성론자들의 반론도 기대된다.

김정주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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