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떼까마귀 군무 달빛기행’
‘떼까마귀 군무 달빛기행’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11.25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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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목), 울산시 환경정책과가 주최·주관한 ‘시민과 함께하는 태화강 떼까마귀 군무 달빛기행’에 떼까마귀 해설자로서 동참했다. 이날 오후 5시부터 태화강 둔치에서 진행된 행사는 ‘2018 태화강 생태테마관광 십리대숲 걷기’ 마지막 행사의 의미도 아울렀다.

100명에 가까운 시민들이 태화강 저녁하늘을 뒤덮은 떼까마귀의 환상적인 군무에 넋을 빼앗겼다. 지난달 14일 올해 처음 울산을 찾은 떼까마귀 112마리의 환영 행사도 겸한 듯했다. 이날따라 바람이 세찼지만 시민들은 겨울 빈객에 홀려 추위는 아예 잊은 듯했다. 십리대숲 은하수길에서 펼쳐진 버스킹 공연도 분위기 조성에 한몫을 했다. 도심지에 떼까마귀 10만 마리의 군무를 볼 수 있는 곳은 세계적으로 단 한 곳, 울산뿐이란 설명에 시민들의 표정에는 자긍심이 넘쳐나는 듯했다.

달빛기행 참가자들이 떼까마귀의 군무를 보면서 던진 질문은 첫째, 언제 와서 언제 어디로 떠나느냐? 둘째, 왜 울산을 찾는가? 이 두 가지로 요약된다.

첫 번째 답이다. “9년간 축적된 통계자료에 의하면 떼까마귀는 매년 10월 15일 전후로 날아왔다가 이듬해 4월 30일 전후로 완전히 떠난다. 날아가는 곳은 러시아, 몽골 등 북쪽 초원지대다. 그곳으로 떠나는 이유는 떼까마귀가 겨울철새인데다 그곳이 1년 자식농사를 짓는 번식지이기 때문이다. 사랑하고, 알을 낳고, 부화시켜서 기른 새끼 떼까마귀는 그해 가을인 10월에 부모형제, 이웃과 함께 울산을 찾는다. 이것이 떼까마귀의 1년 생태주기다.”

두 번째 답이다. “의·식·주 등 3가지가 모두 해결되기 때문이다. 떼까마귀는 10만 마리가 먹고 지낼 수 있는 풍부한 먹잇감, 추위에도 먹이터가 얼지 않는 따뜻한 남쪽나라, 안전이 보장되는 편안한 잠자리, 이 세 가지가 충족되는 곳을 찾는다. 그 3가지가 완벽하게 맞아떨어지는 곳이 바로 울산이다.”

내친김에 2010년 1월부터 2014년 12월까지 5년(60개월)간 울산 남구 삼호철새공원(삼호대숲)을 잠자리로 이용한 떼까마귀의 조사 자료를 살펴보자. 먼저 조사한 기간은 5년 1천825일 중 1천326일(73%)이었다. 월별 조사일수는 1월 110일(71%), 2월 108일(77%), 3월 123일(79%), 4월 143일(95%), 5월 130일(84%), 6월 102일(68%), 7월 108일(70%), 8월 98일(63%), 9월 86일(57%), 10월 123일(79%), 11월 98일(65%), 12월 97일(63%)이었다.

그 다음, 떼까마귀가 잠자리에서 날아 나와 먹이터로 떠나는 시간대를 살펴보자. 해뜨기 전을 기준으로 월별 평균시간대를 분석해 보았다. 그 결과 처음 날아온 10월은 25분전, 11월 30분전, 12월 33분전, 1월 30분전, 2월 27분전, 3월 30분전, 4월 16분전으로 나타났다. 떼까마귀가 월동기간(약 180일) 해뜨기 30분전에는 반드시 일어날 뿐 아니라 비둘기, 까치와 같은 텃새보다 더 일찍 일어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첫 달인 10월과 마지막 달인 4월에 날아 나오는 시간대가 늦은 것은 마리수가 줄어들면서 포식자에 대한 경계심이 커진 탓으로 풀이된다.

일출시간, 강우량, 적설량 등 기상조건은 울산기상대 자료를 활용했다. 행동조사의 대상은 삼호대숲에서 잠자는 떼까마귀를 중심으로 강우·강설·바람·안개 등 기상에 따른 최초 이소 개체 수, 최초 이소 시각 및 조사지 주변의 조류분포 현황 등이었다. 현장의 자료가 지속적으로 쌓여 커지면 뚜렷한 패턴을 읽을 수 있고, 패턴을 읽으면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 통계가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선진국이나 앞서가는 지자체일수록 통계와 추세를 중요시한다.

‘남향 남대문은 3대를 적선해야 산다’는 덕담이 있다. 3대에 걸쳐 좋은 일과 공덕을 많이 하고 쌓아야 대문이 남쪽으로 난 남향집에 살 팔자가 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 속담 역시 ‘빅 데이터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해서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남쪽은 따뜻함, 부자, 승진, 무병장수 등 다양한 의미가 담겨 있는 방향이다.

통일신라시대에 울산이 월성(경주)의 남쪽 관문 역할을 다했듯이 남구는 울산의 남쪽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울산 남구는 선택된 곳이고, 삼호동은 남구가 선택한 곳이다. 삼호동 앞에는 삼호대숲이 내려다보이는 삼호철새공원이 있다. 삼호대숲은 백로의 번식지이자 떼까마귀의 월동지로 더없이 유명한 곳이다. 새들도 남쪽을 선택했다. 남구 삼호동은 철새와 공존하는 삼호동 주민들의 인내와 노력에 힘입어 ‘물순환 선도도시’로 지정이 되었고, 철새생태홍보관이 들어서고, 철새거리가 조성되면서 날개를 달게 되었다.

남구청은 한 걸음 빠르게 삼호대숲과 그 지역의 조류생태 현황에 대한 다양한 빅 데이터의 가치를 결코 소홀히 여기지 않는다. 그 중요함을 일찌감치 인식하고 조류생태전문가를 울산 최초로 채용해 구정에 참여시키고 있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는 일이다.



김성수 조류생태학 박사·울산학춤보존회 명예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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