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안전보건법 개정, ‘처벌’보다 ‘예방’
산업안전보건법 개정, ‘처벌’보다 ‘예방’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11.22 23: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부가 산업현장에서 자의적 작업중지 등 산업안전법을 지나치게 적용한 결과 엉뚱한 기업과 근로자들에게 2차 피해를 입히는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산업재해를 획기적으로 줄이겠다며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수많은 규제로 가뜩이나 숨쉬기 힘든 기업들의 숨통을 더욱 조이고 있어 산업현장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경총은 이와 관련해 중대재해에 대한 현행 작업중지 규정이 감독관에게 과도한 권한을 부여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감독관의 자의적 판단에 따른 작업중지 명령 남발로 인해 중대재해가 발생한 사업장과 거래 관계에 있는 많은 기업과 소속 근로자들이 큰 피해를 입고 있어 개선이 시급하다.

올해 사망사고로 인해 자동차 변속기를 만드는 울산의 D사는 15일간, 자동차 차체 브라켓류를 생산하는 경북 영천의 Y사는 무려 32일간 생산라인 가동을 멈췄다. 이들 회사와 납품관계에 있는 기업과 근로자들은 고스란히 피해를 감내할 수밖에 없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무조건 작업부터 중지시키고 업무 특성이 비슷하다는 이유로 사고가 발생하지 않은 공정까지 멈춰 세우는 과도한 범위 설정이 빚은 웃픈(웃기면서 슬픈) 상황이 아닐 수 없다.

현재 정부의 작업중지 명령 사례를 보면 중단 범위와 기간을 과도하게 부과하는 측면이 있다. 전면 작업중지는 해당 기업과 관련 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하다. 조업이 재개되기까지 막대한 피해가 수반되기 때문에 2차, 3차 등 연쇄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소범위 내에서 제재가 이뤄져야 한다.

우리나라는 기업과 사업주의 관리책임 한계를 고려하지 않고, 사망 사고 시 사업주에게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이 형량은 해외 선진 국가와 비교해 봐도 최고 수준인데 이번 개정안은 한술 더 떠 10년 이하의 징역으로 처벌을 강화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어 과잉처벌 논란을 낳고 있다.

일본, 미국, 영국, 독일 등 해외 선진국은 사업주가 안전보건규정을 고의적으로 위반해 직원이 사망하거나 생명이나 건강을 위태롭게 한 경우 6개월에서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산재예방에 대한 모든 부담과 책임을 기업과 사업주에게 부과하면서 정작 관계당국은 규제와 행정기관의 재량권을 강화해 단속과 처벌에만 힘을 쏟고 있는 모양새다. 산업현장에서 산재사고 예방 분위기를 조성하고 정착시키려는 관계당국의 직접적인 노력은 미흡해 보이는 대목이다.

고용노동부의 2017년도 산재통계현황에 따르면 제조업 산재 사망자는 5~49인의 작은 기업에서 많이 발생하고 있다. 다른 곳에 신경 쓸 여력이 없는 영세기업과 중소기업들이 과연 스스로 산안법을 완벽히 지키면서 사고를 예방할 수 있을까. 기술적으로, 비용적으로도 역부족일 수밖에 없다.

제재와 처벌만이 능사가 아니다. 기업의 역할도 있겠지만 안전의식을 높이고 중대사고 예방활동을 강화하기 위한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다. 해당 기관의 감독, 집행, 처벌보다는 산업계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관계법령을 현실적으로 정비하고 중대사고 발생빈도가 높은 직접 영세·중소기업 현장을 찾아 필요한 기술과 비용을 지원하는 등 산재사고 예방활동을 지원하는 데 역점을 둬야 한다.

정부가 사후약방문격 처벌보다는 산재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예방하는 데 필요한 실질적인 인력과 비용을 지원하는 것이 중대 산재사고를 줄이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일 것이다.



이주복 편집이사 겸 경영기획국장





인기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