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산책] 발건강 위협하는 ‘족저근막염’
[의료산책] 발건강 위협하는 ‘족저근막염’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11.21 2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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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숍을 운영하는 40대 A씨가 절뚝거리며 진료실로 들어섰다. 번화가 한복판에 자리한 작은 카페지만 A씨의 가게는 항상 손님들로 넘쳐난다. 온종일 커피를 타느라 장시간 서있는 A씨는 최근 발뒤꿈치 부위에서 찢어지는 듯한 통증을 느꼈다.

처음에는 운동 부족으로 생각하고 가벼운 조깅을 해봤지만 오히려 통증 빈도가 점점 잦아지더니 요즘에는 오래 서있기도 어렵다고 증상을 설명했다.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를 통한 A씨의 진단명은 ‘족저근막염’이었다.

발바닥 근육을 감싸고 있는 족저근막은 발바닥의 탄력과 둥근 모양을 유지해 주는 끈처럼 얇고 긴 막이다. 우리가 걸으면서 발바닥이 지면과 닿을 때 발생하는 충격을 흡수하는 역할을 한다.

반복적인 외부충격, 압박 등으로 족저근막이 손상돼 염증이 생긴 것을 ‘족저근막염’이라 한다. 족저근막염은 발바닥 근육의 유연성이 떨어지고 발뒤꿈치의 지방층이 얇아지는 45세 전후로 많이 발병하는 질환이다. 직업적으로는 마트계산원, 조리사, 바리스타 등 장시간 서서 일하는 사람이나 발을 많이 사용하는 운동선수에게서 주로 발병한다.

실제로 민주노총이 2016년 전국 대형마트 근로자 1천23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34%(312명)가 족저근막염을 호소했다. 최근에는 쿠션 없는 플랫슈즈나 굽 높은 하이힐을 즐겨 신는 젊은 여성들과 무리하게 운동한 남성들이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

족저근막염의 주요 증상은 보통 아침에 일어나 첫 발을 디딜 때 발꿈치 안쪽에 통증이 심하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밤새 수축됐던 족저근막에 체중이 실리면 갑자기 근막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나고 활동을 하지 않을 때는 통증이 줄어들지만 일상생활 중 활동량이 많아지면 다시 통증이 생긴다. 질환의 초기에는 통증이 나타났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하기 때문에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고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치료가 늦어질수록 질환을 키우게 되고 발의 통증이 다른 관절에도 영향을 미친다. 발에 통증이 생기면 합병증으로 고생할 수 있어 조기 치료가 필수적이다.

한방에서는 족저근막염 치료에 약침·봉침치료, 추나요법, 한약치료 등의 한방통합치료를 실시한다. 정제된 벌독을 이용한 봉침치료는 족저근막에 발생한 염증 제거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또 순수한약재 추출물을 경혈 부위에 주입하는 약침치료는 약해진 근막과 연골 보호, 염증 제거를 통한 통증 완화 효과가 있다. 이와 함께 근육과 인대를 강화시키는 한약치료도 병행하면 빠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만약 발바닥 통증으로 인해 척추까지 이상이 생겼다면 추나요법으로 바로잡을 수 있다. 추나요법은 한의사가 손가락과 손바닥으로 어긋나거나 비뚤어진 인체의 해부학적 위치를 바로잡아 잘못된 체형을 교정하는 한방수기치료법이다. 추나요법은 올해 하반기부터 국민건강보험 급여화로 완전 적용될 예정이어서 환자들의 부담이 크게 경감될 것으로 기대된다.

족저근막염은 평소 발을 혹사시키는 작은 습관이 미세한 손상으로 쌓이면서 나타나는 질환이다. 예방을 위해서는 쿠션감이 있는 편안한 신발을 신고 발이 충분히 쉴 수 있도록 휴식을 취하는 것이 좋다. 올바른 보행 습관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또 자전거나 달리기, 오래 걷기 등 체중이 발에 많이 실리는 운동보다는 수영처럼 최대한 발에 무리가 가지 않는 운동이 좋다. 여기에 발 건강에 좋은 스트레칭을 익혀두고 수시로 실시해주는 노력까지 더해진다면 족저근막염 걱정은 잠시 덜어놔도 되겠다.

나경원 울산자생한방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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