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군신화’라는 말, 이제 뛰어넘자
‘단군신화’라는 말, 이제 뛰어넘자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11.20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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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총독부가 우리 역사를 왜곡한 첫 번째가 ‘단군사화’인데 지난 10월 4일 EBS에 나온 송호정이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억지논리를 내세우며 앵무새처럼 그들의 주장을 대변했다. '단군사화'는 환웅의 신시와 단군왕검의 고조선 건국에 대한 역사를 상징하는 기록인데도 조선총독부 시대가 아닌 현대의 우리나라 학자가 일본인들이 만든 신화론을 전제하고 그것을 뒷받침하는 억지논리를 만들어 국민들을 오도하는 것을 보고 매우 안타까웠다.

우리 역사 교과서에서는 『삼국유사』의 ‘고기운(古記云)’ 기록을 1990년 이전에 ‘단군신화’라고 하다가 신화가 아니라 역사적 사실의 기록이라는 학문적 논리와 증거에 부딪쳐 1991년 국사교과서에서 ‘단군의 건국에 관한 기록은 우리나라의 건국 과정의 역사적 사실을 밝혀주고 있다’고 한 이후 ‘단군의 건국에 관한 기록’ ‘단군 이야기’ ‘단군의 건국 이야기’라고 고쳐 불렀다. 그러다가 2009년 개정 교육과정과 집필기준에서 다시 ‘단군 신화’라는 용어가 등장하여 현재 국정교과서인 초등학교 사회 5-1에서는 ‘단군왕검 이야기’라고 서술하고, 검정교과서들도 ‘단군의 건국 이야기’ ‘단군신화’라는 용어를 병용하는 형편이다. 확고하게 방향이 잡히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원전인 『삼국유사』 「기이편」의 ‘옛글에 이르기를(古記 云)’ 기록 중 환국을 ‘하늘나라’, 환인을 ‘하느님’이라고 해석하면 환웅까지는 하늘사람이니 신화적인 부분이라고 할 수 있고, 일본인들처럼 일웅일호(一熊一虎)를 곰 한 마리와 범 한 마리라고 해석하면 설화적인 요소로서 역사기록이라고 볼 수 없다. 그러나 1991년~2008년도 고교 국사교과서처럼 ‘환웅 부족은 하늘의 자손임을 내세우면서 곰을 숭배하는 부족[곰 부족]과 연합하여 고조선을 형성하고 호랑이를 숭배하는 부족은 연합에서 배제되었다’는 식으로 웅족과 호족으로 해석하면 역사적 사실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해석된다. 지금도 미래앤, 법문사 등 일부 검정교과서에서는 이렇게 기술하고 있다.

요즘 사회학과 역사학에서는 엘만.R.서비스의 ‘인류사회가 band society(무리사회)-tribe society(마을사회, 부족사회)-chiefdom society(고을국가사회, 부족연맹사회)-국가사회(state society)로 발전했다’는 신진화론이 널리 사용되고 있다. 윤내현이 단군 고기(古記)의 내용을 이 단계설에 대입하여 환인사회는 무리사회, 환웅사회는 마을사회, 환웅과 웅녀의 연합사회는 고을국가사회, 단군왕검의 고조선 시대는 국가사회라고 설명했듯이 『삼국유사』의 기록이 우리나라 고대사회의 발전단계를 매우 과학적으로 기술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송호정을 비롯한 ‘단군신화론자’들도 고조선의 건국 과정이 일부 포함되어 있다는 것은 부정하지 않으며, 신화학자들도 ‘모든 신화에는 역사적 내용이 반영되어 있으므로 신화라고 해도 별 문제가 없다’고 말하기도 한다. 이런 순수한 입장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단군신화’라는 말은 신이 아닌 사람의 이름을 신화라는 단어 앞에 붙이는 것도 논리적이지 못할 뿐 아니라, 1921년 이마니시(今西龍)의 논문에서 비롯되어 일본이 우리 역사를 왜곡하기 위해 1938년에 출간한 『조선사』에 처음으로 등장하는 용어라면, ‘신화’라는 말 자체의 의미를 넘어 일본이 우리의 뿌리 역사를 짧게 왜곡하려는 정치적 의도가 담긴 잔재일 것이다. 아울러 단군의 고조선이 역사가 아니라면 홍산문화[요하문명] 지역 등 현재 중국의 영토 안에 있는 환웅시대와 단군의 고조선 시대 문화와 역사를 중국의 것이라고 인정하는 것으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동북공정을 도와주는 것이 될 수도 있다. 

따라서 이제 『삼국유사』 등의 단군 관련 기록을 일제의 잔재인 ‘단군신화’라고 부르지 말고, ‘단군사화’나 ‘단군고기’라고 부르거나 최소한 현재 교과서에서도 많이 사용하는 ‘단군왕검의 건국 이야기’ ‘고조선 건국 이야기’ 등으로 고쳐 부를 것을 제의한다.

박정학 사단법인 한배달 이사장·역사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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