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버스도 없는 여행사에 맡긴 수학여행
전세버스도 없는 여행사에 맡긴 수학여행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11.18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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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을 처음 접한 교육가족이라면 황당한 일로 받아들일지 모른다. 전세버스가 1대도 없는 여행사에 많은 학생들의 안위가 걸려 있는 수학여행을 맡긴다는 것 자체가 일반상식으로는 이해가 가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실제로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니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이 문제는 울산시의회 교육위원회 소속 김종섭 의원이 행정사무감사에서 공개적으로 제기했다. 김 의원은 16일 울산 강남·북 교육지원청에 대한 행정사무감사에서 2017∼2018년 자료를 근거로 “최근 2년간 조사에서 전세버스 없는 여행사와 학교 측이 수학여행 운송 계약을 맺은 사례가 48건이나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런 계약이 하청-재하청으로 이어지고 있는지 실태를 파악한 뒤 적절한 조치를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2년간 48건이면 1년간 24건으로 가볍게 넘어갈 사안이 아니다. 학생들의 생사가 달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김 의원은 이 문제도 제기했다. “전세버스가 없는 회사와 계약한 뒤 하청업체 소속 수학여행 버스에서 사고가 나면 책임소재와 피해보상 등 복잡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한 것이다. 김 의원은 개선책으로 ‘입찰자격의 엄격한 제한’을 제시했다. 울산에 사무소를 두고 전세버스가 있는 회사와 우선적으로 계약해야 한다고 요구한 것이다. 그는 또 전세버스 업체 규모와 무관한 ‘고른 분배’도 제안했다. 비리 발생의 소지가 큰 특정업체에 몰아주기 식 계약에 대한 견제성 발언일 것이다.

김 의원은 비리 발생 가능성에도 초점을 맞추었다. “일부 학교의 수학여행 계약 과정에 퇴직교장 등 전직 교원이 알선 브로커로 활동한다는 풍문이 교육계 안팎에 팽배하다”고 지적한 것이다. 지적이 사실이라면 그의 말대로 ‘한평생 교육에 몸 바쳐온 스승’의 처신으로는 부적절한 게 분명하다. ‘풍문’이란 표현도 김 의원이 이목을 끌기 위해 지어낸 말이 아니라 양심적 내부자나 학부모들의 고발 또는 제보를 바탕으로 한 말이라고 믿고 싶다.

전세버스도 없는 업체에 수학여행을 맡기는 일이나 ‘하청’, ‘재하청’, ‘알선 브로커’란 표현은 울산교육계가 부패의 수렁에 갇혀 있다는 간접증거일 수도 있다. 윗물부터 맑지 못했던 전임 교육감 체제에서는 가능한 일이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청렴의 표상’인 노옥희 교육감 체제에서는 있을 수 없고,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라 생각한다. 교육본청과 강·남북교육지원청은 김종섭 의원의 말을 새겨듣고 치밀한 실태조사부터 하는 것이 순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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