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재된 낭만 깨워 전 울산시민 문인이 돼야”
“잠재된 낭만 깨워 전 울산시민 문인이 돼야”
  • 김보은
  • 승인 2018.11.13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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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기획】 울산문화계 푯대를 향해 이자영 시인
이자영 시인.
이자영 시인.

 

 

 

 

“바른 말, 바른 글이 기본입니다. 사족을 없애고 문장에 충실하도록 노력해보세요. 또 모든 소리에 귀 기울여 영감을 얻는 것도 글쓰기 역량을 키우는 좋은 방법이죠.”

울산에서 활동하는 이자영(59) 시인은 글 쓰기를 어려워하는 많은 이들을 위해 이 같은 조언을 전했다.

이자영 시인은 1984년 개천예술제에서 문학대상을 받아 문단에 올랐다. 녹색시인상, 한국글사랑문학상, 제1회 박재삼문학상, 제1회 울산시인협회 울산시인상, 제11회 울산문학상, 제7회 울산펜문학상 등을 받았다.

‘하늘을 적시고 가는 노을 같은 너는’, ‘밤새 빚은 그리움으로’, ‘단문(單文)이 그리운 날’, ‘이별 없는 시대’, ‘꿰미’, ‘꽃다발 아니고 다발꽃’ 등 다수의 시집도 냈다.

20대부터 30여년간 문학계에서 몸 담아온 그는 울산을 “문학에 대한 열의가 어디보다 뛰어난 곳이다. 그 열의 덕분에 울산의 크고 작은 문학제들이 존속할 수 있는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러나 한국의 전반적인 독서력 자체가 낮다고 진단하며 특히 대학생의 경우 “독서를 할 수 없는 사회구조 속에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자영 시인은 30대 후반부터 울산대, 영산대, 한국폴리텍대학 등에서 현대문학과 문예창작을 가르치며 수많은 제자들을 키워냈다. 그가 보기엔 지금 대학생들은 ‘취업’이란 현실적 문제 앞에 가로막혀 인문학적 소양을 기를 기회가 적다.

이에 대해 “취업에 필요한 자기소개서를 쓰기 위해선 인문학적 소양이 필요하지만 현실에 기는 제자들을 보면 북 리뷰 숙제조차 내기 조심스러워진다. 강의 이후에 ‘스페셜 타임’을 가져 일상에서 활용할 수 있는 시 구절을 알려주며 지식을 쌓도록 돕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하는 독서 강화 프로그램이 갈수록 사라지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그는 “2000년대 중반부터 불었던 ‘독서지도사’ 붐도 점차 수그러들고 평생교육원을 중심으로 한 문학아카데미도 유지가 어려운 것으로 알고 있다. 독서력을 높이려면 문화아카데미와 같은 주변 요소들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어 “좋은 독서 강사를 늘리고 무료 독서 강화 프로그램을 많이 진행해야 한다. 우선 시와 기업체가 나서서 도서관이나 평생교육원이 계속해서 무료 독서 강화 프로그램을 유지할 수 있는 경제적 기반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이자영 시인의 시는 모더니즘에 기반을 둔 ‘기품시’를 추구하고 있다. ‘기품시’란 지적이면서도 은유를 제대로 활용한 시다.

그는 “시는 한번에 이해할 수 있으면 안 된다. 곱씹어서 맛이 나는, 모시적삼 속 여체처럼 알음알음 보일 듯 말 듯 한 것이 시의 매력이다. 감성에 너무 치우쳐도, 시의 본질을 잃어서도 안된다. 정(靜)과 동(動)의 고른 분배를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의 제 맛을 느낄 수 있는 방법으론 “시에 나오는 생소한 토박어를 내 것으로 만들고 토막어(축약현상)을 주의하라”고 주문했다.

우리말의 수많은 토막어 가운데는 ‘엉터리’, ‘싸가지’와 같이 생략하거나 축약하면 완전히 다른 의미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그는 시를 읽으면서 이러한 토막어를 조심하고 잘 쓰지 않는 토박어를 공부해 어휘력을 높이면 시가 전하는 메시지에 쉽게 닿을 수 있을 것이라고 알려줬다.

마지막으로 “하버트 리드는 추천등단제도를 폐지하고 전 국민의 문학인화를 주장했다. 등단한 사람만 시인이 아니라 자연친화적 낭만성을 키운 모든 사람이 시인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울산시민들도 독서를 통해 잠재된 낭만성을 깨워 글을 쓰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문학인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김보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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