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반응과 인생의 법칙
화학반응과 인생의 법칙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11.13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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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르름이 더위에 지쳐 단풍으로 변했다. 오색찬란하던 나뭇잎도 이젠 나비로 탈바꿈해 빠져나간 애벌레의 빈집처럼 갈색 옷으로 갈아입고선 바닥에 나뒹굴거나 마지막 잎새처럼 간신히 매달려 있다. 변화(變化)라는 것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형상적 변화와 물성적 변화이다.

‘형상적 변화’라 함은 재료의 성분은 동일한 외형적 가공 또는 형상의 변화를 일컫는 말이다. 그리고 ‘물성적 변화’라 함은 원료의 화학적 변화를 통해 재료의 성질과 기능이 새로이 변형됨을 일컫는 말이다. 좀 더 폭넓게 이야기하면 외형적 변화와 내면적 변화로 구분할 수 있겠다.

물을 예로 들어보자. ‘물’이라고 말하는 액체와 ‘얼음’이라고 말하는 고체, 그리고 ‘수증기’라고 말하는 기체로 변하는 형상적 변화는 있지만 물의 성분인 H2O라는 분자구조는 변함이 없다.

어떤 의미이든지 변화는 이전과 이후가 구별되는 것을 말한다. 그러면 그 변화를 이루는 요인이 무엇일까? 이 ‘변화’라는 단어는 화학반응에서만 아니라 많은 분야에서 적용되고 사용되기 때문에 어디서 어떤 변화가 일어나느냐에 따라 변화의 요인이 달라진다.

가령 화학반응의 경우, A와 B라는 물질이 반응하여 C라는 물질로 변화되었다면 A와 B의 반응 성질 또는 반응 작용기가 각기 존재한다는 것을 제외하고도 온도와 농도와 촉매에 따라 반응 속도와 수율이 달라지고 심지어 D라는 물질도 만들어진다. 또한 화학반응 이론을 도입하여 메커니즘을 살펴보면 반응 즉 변화는 그렇게 쉽게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화학반응 이론 중에 ‘전이상태론(轉移狀態論)’이라는 것이 있다. A와 B의 반응물이 C라는 생성물로 가기 전에 ‘반생성물’이라는 과정을 거치는데 이를 화학반응식으로 AB*라 표시한다. 이런 반생성물은 활성화 에너지라는 큰 언덕을 넘어야 안정되고 새로운 물질로 바뀔 수 있다. 생성된 결과물로 볼 때는 자연스레 쉽게 만들어질 것 같지만 그 과정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반대로 쉽게 생성된 물질은 또다시 다른 반응으로 쉽게 전환된다.

거창하지만 인생도 이런 과정을 반복하여 거치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라고 하듯이 그 선택에 대한 과정과 그 결과물에 대해 책임을 지고 그릇된 것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사는 것이 우리의 삶이 아니던가?

물질에 대한 변화도 이런 복잡하고 어려운 과정을 거치는데, 하물며 사람이 성장하고 또 변화하는 과정은 가히 신이 개입하지 않으면 어떻게 가능할 수 있었을까 하는 의구심과 감사가 넘쳐난다. 개인 또한 이처럼 수많은 변화의 과정을 거친다. 하지만 가족이라는 가장 소단위의 사회와 마을공동체, 도시, 국가, 그리고 온 세계의 시간적 변화, 이념과 종교에 대한 변화, 문화적 변화는 쉽게 해석할 수가 없다. 지금까지의 어떤 빅데이터를 사용해도 범접할 수 없는 오묘한 원리가 있음을 인정하게 된다.

물질적 변화를 설명하기도 어려운데 사람의 심리적 변화와 성격의 변화는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사람의 행동도 물질과 같이 표면적 변화와 내면의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고 본다. 흔히 ‘회심을 한다’는 것은 기존에 갖고 있던 사고나 신념, 가치가 완전히 바뀐다는 것을 의미한다. 과학적으로 볼 때 완전한 화학적 변화라고 할 수 있다.

나이를 먹어서 생기는 피부의 노화와 주름은 표면적 변화이지만 성숙해 간다는 것은 내면적 변화라 할 수 있다. 불가역적인 화학반응과 같다. 변화는 결과물에 따라 판정을 달리할 수 있다. 변화는 가치 있는 것을 기대하거나 만들기 위함이기 때문이다. 나무의 나이테가 커질수록 주위에 쉼터와 목재를 제공해주듯 인생도 연륜이 쌓일수록 자신뿐 아니라 이웃과 공동체에 선한 영향력과 열매를 거두어야 하는데 하는 생각에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그 뜨겁던 여름이 계속될 것 같더니 벌써 오래전 기억같고, 스산한 바람과 낙엽이 쓸려 다니는 소리와 단풍이 드는 모든 것에 의미를 부여하고, 누구나 시인이 되고 싶은 깊은 가을이다. 되돌릴 수 없는 시간이고 변화의 결과물이다. 앞으로 새로운 반응을 통해 더 나은 변화의 생성물인 자신과 세상을 만들어 보는 것이 어떻겠는가?

우항수 울산테크노파크 지역산업육성실장 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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