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장년의 재취업 담론(談論)
중장년의 재취업 담론(談論)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11.13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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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은 우리의 삶에 가장 중요하고 기본적인 리듬을 제공하며 생계를 지원한다. 또한 직업을 통해 사회의 여러 가지 업무와 역할을 분담하고 이 과정에서 개인의 사회적 지위를 결정해 주기도 하며 동시에 자아를 실현하는 기회를 만들어 주기도 한다.

직업(vocation)은 우리가 수행하는 일 가운데 생계를 위한 벌이와 관련하여 경제적 소득을 얻거나 사회적 가치를 이루기 위해 참여하는 지속적인 활동을 이야기한다. 직업은 넓은 의미로 커리어(career, 보수나 시간에 관계없이 한 인간이 평생 동안 하는 일의 총체), 좁은 의미로는 오큐페이션(occupation, 반드시 보수가 지불됨), 잡(job, 직업의 최소단위)으로 나눈다.

이렇게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직업이지만, 우리는 어느 순간 단절(斷絶)을 경험한다. 이 단절의 시기가 늦으면 좋겠는데, 불행하게도 그렇지 않다. 한때 사십 오세가 정년이라는 ‘사오정’, 오십 육세까지 회사에 다니면 도둑이라는 의미의 ‘오륙도’라는 신조어가 회자될 정도로 대한민국 직장인의 고용환경은 열악하다.

지금은 안정적인 회사, 좋은 자리에 근무할지라도 언제 명퇴인생이 될지 모르는 세상이다. 평소에도 근무하던 직장이 평생직장은 아니라고 생각은 했다지만 당사자들은 이구동성으로 퇴직의 업보(業報)가 이렇게 빨리 닥칠 줄은 상상도 못했다고 한다. “만나면 헤어짐도 있다”는 ‘회자정리(會者定離)’ 사자성어가 문득 생각났다고도 한다. 퇴직은 인생을 살면서 누구나 필연적으로 겪게 되는 하나의 큰 사건임은 분명하다지만 현명한 대처는 필수다.

우리나라 직장인들의 평균 퇴직연령은 53세 정도라고 한다. 이를 기업 형태별로 분석해 보면 공기업이 54.8세로 가장 높고 중소기업이 50.8세, 대기업이 48.8세 순이다. 심지어 남녀 직장인이 예상하는 본인의 퇴직 연령은 평균 50.9세인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고령층 인구는 72세까지 일하고 싶다는 응답을 했다. 현실적인 퇴직 연령과 계속 근로를 원하는 연령 사이에 19년이라는 공백 기간이 존재한다.

사실 회사에 기대어 봉급만 받아 온 퇴직자들에겐 창업은 엄두가 나지 않는다. 재취업을 하려고 희망하지만 총무·인사·관리 업무만 하던 퇴직자는 갈만한 곳이 없다. 자괴감이 밀려든다. 대부분 퇴직 후 재취업이나 다른 경제활동을 한 후에 65세 정도에는 경제활동에서 벗어난다.

우리 사회는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일본과 같이 일하는 기간은 점점 연장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이유로 중장년세대에도 일을 하는 커리어 개발과 관리의 중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그리고 이 시기에는 자신이 인생에서 성취한 것과 젊은 시절 꿈꿔 왔던 야망(野望)을 일치시키려고 하지만 말고, 이미 자신이 성취한 것과 세웠던 목표를 재평가해야 한다. 이상과 현실의 차이를 인식하고 퇴직 이후의 목표를 재설정해야 한다.

만약 창업을 고려하고 있다면 다른 사람의 이야기만 듣고 내 퇴직금, 또는 노후자금을 감으로 투자할 것이 아니다. 각종 정부지원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자. 물론 그렇다고 100% 창업에 성공하는 것은 아니지만 실패 가능성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주된 직장에서의 퇴직은 인생에서 가장 큰 변화이고 위기이다. 하지만 위기도 어떻게 준비하고 생각하느냐에 따라 기회가 될 수 있다. 노후의 삶이 건강하고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좋은 사람들과 지속적인 인간관계를 유지하려면 준비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 준비는 빠를수록 좋다.

신영조 시사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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