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 화재, 안전의식으로 예방
전통시장 화재, 안전의식으로 예방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11.13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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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을 하면서 분주했던 한 해를 정리하기에 좋은 만추(晩秋)이다. 오색찬란한 가을이 나날이 깊어지는 때, 우리네 가정에 풍성한 수확의 기쁨과 일몰의 평화가 가득하기를 기원한다.

대한민국 안전의 최전방에서 일하는 소방공무원의 한 사람인 필자는 겨울철만 되면 신경이 곤두서곤 한다. 화기(火器)를 많이 사용하다 보니 다른 계절에 비해 화재가 부쩍 자주 발생하기 때문이다.

또한 겨울철은 사소한 방심과 부주의가 대형 재난과 안전사고로 이어지는 시기이기도 하다. 인간이 불을 잘 다루면 유용하게 부릴 수 있지만, 통제하지 못할 때는 재앙이 되기도 한다. 이제 겨울의 문턱에 다가와 있는 만큼 겨울철 소방대책에 더욱 각별한 주의와 관심을 기울였으면 한다.

우리네 전통시장은 정(情)을 나누는 소중한 장소이다. 대인관계가 소원해진 현대사회이지만, 전통시장은 여전히 사람들의 호흡과 정성이 듬뿍 느껴지는 곳이다. 많은 이들이 모이고 교류하고, 정성껏 준비한 수확물과 물품을 나누는 만남과 소통의 장(場)이기도 하다.

하지만 불특정 다수가 오랜 시간동안 이용하는 탓에 그만큼 화재에도 취약한 지역이어서 관리와 점검이 유달리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전통시장에서는 담뱃불이나 전열기의 잘못된 사용으로 화재의 발생빈도가 높다. 또한 아무렇게나 방치된 가연성 물질이 손쉬운 불쏘시개가 되고, 소방통로에 쌓인 물건들이 소방차의 출동을 방해하여 대형사고로 이어진 사례를 어렵잖게 접할 수 있다.

우리 소방조직에서는 전통시장에 대한 관심과 점검, 관리가 남다르다. 수시로 찾아가 안전점검을 하고, 정기적으로 통로확보 훈련과 도상훈련도 실시하며, 즉각적인 출동을 위해 만반의 대비태세를 갖추고 있다. 하지만 소방조직의 대비가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전통시장의 화재 예방에는 상인과 시민들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상인들은 전열기 사용과 전기시설 점검에 관심을 가지고 화재를 예방할 의무가 있고, 자위소방대의 정기적 훈련으로 만반의 대비를 갖출 필요가 있다. 시민들 또한 전통시장의 취약점에 대해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하는 등 부릅 뜬 눈으로 감시할 필요가 있다. 전통시장의 오랜 역사와 전통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상인과 시민들이 정성을 다해 화재 발생 가능성을 미리 차단해 줄 것을 부탁드린다.

화마(火魔)는 일시에 모든 것을 앗아갈 수 있다. 무수한 화재현장을 누비면서 느낀 점은 조금 더 주의를 기울이고, 조금 더 관심을 가졌더라면 화재와 안전사고를 미리 막을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다. 불이 났을 때, 초기대응으로 소화기 1대를 제대로 다루는 일이 소방차 10대 이상의 역할을 거뜬히 해낸다는 말이 있다. 시민들이 인화물질 사용에 유의하고, 손닿는 자리에 소화기를 비치해 둔다면 대부분의 화재를 예방할 수 있다는 얘기다.

우리 소방공무원들은 절실하고 절박한 마음으로 화재현장에 출동해 신속하고 안전하게 진화하는 데 온갖 노력을 다 기울이지만, 잿더미가 된 현장에서는 안타까움과 씁쓸한 기분만 느낄 뿐이다. 한 번 난 불은 돌이킬 수도, 회복할 수도 없다. 화재 예방을 위해 조금만 더 관심을 갖고, 조금만 더 노력해주기를 당부해 마지않는다.

배화수 경주소방서 동부119 안전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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