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세계유산이 된 한국의 산사
유네스코 세계유산이 된 한국의 산사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11.12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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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역사문화기행에 참여했다. 울산문화재연구원이 해마다 시월이면 한 차례씩 갖는 행사이다. 일주일 간격으로 1강에서 3강까지 이어지는데 1강은 강의실에서, 2강과 3강은 현장을 직접 탐방하는 단기 과정이다. 이번에는 지난 6월 30일에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가 세계유산 목록에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을 등재할 것을 결정함에 따라 이를 탐방 과정으로 했다. ‘한국의 산지승원’이라 함은 대한민국의 산사(山寺)를 말하는데 7곳을 묶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한 것이다. 이는 대한민국의 13번째 세계유산이다.

1강 담당자는 문화재청 세계유산팀 사무관이었다. 그의 강의는 유네스코 세계유산 전반을 이해하는 데 초점이 맞추어졌다. 세계유산 목록은 유네스코가 직접 선정하는 것이 아니다. 해당 국가가 유네스코에 신청서를 제출한 뒤 전문적인 절차를 거쳐 1년 정도 걸려서 등록이 된다. 이 과정에서 문화재 담당 부처와 외교부가 협력하여 등재 신청과 심사과정에 대한 대응을 진행한다. 심사과정에서는 외교적 노력도 중요하지만 그 이전에 기초연구가 축적되어 있어야 하고, 정부와 국민들이 유산을 보존하려는 노력과 의지가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다.

한국은 올해로 유네스코 세계유산 협약 가입 30년이 된다. 정식 명칭은 ‘세계 문화유산과 자연유산 보호에 관한 협약’이다. 유네스코 1972년 총회에서 채택되었고, 한국은 1988년에 가입했다. 한국은 1995년에 처음으로 <석굴암과 불국사>, <해인사 장경판전>, <종묘> 등 세 가지가 등재되었다. 그 후 <창덕궁>, <화성>, <경주 역사유적지구>, <고창·화순·강화 고인돌유적>, <제주화산섬과 용암동굴>, <조선왕릉>, <한국의 역사마을 : 하회와 양동>, <남한산성>, <백제 역사유적지구>,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이 추가로 등재되었다 .

올해 새로 등재된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은 7∼9세기에 창건된 7개 사찰로 구성되어 있다. ‘통도사, 부석사, 봉정사, 법주사, 마곡사, 선암사, 대흥사’ 등이 그것이다. 이 사찰들이 한국 사찰들을 대표한다고 말할 수는 없다. 승보사찰 송광사와 법보사찰 해인사, 각황전이 있는 화엄사 등 명산대찰은 도처에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에서 이들 7개의 사찰들만 신청했고, 유네스코는 이들을 종합 승원으로서의 공간 구성, 무형적 가치와 지속성, 승가공동체의 신앙과 수행 등이 유네스코가 지향하는 탁월한 보편적 가치에 부합한다고 본 것이다.

2강은 통도사 답사 현장에서 진행되었다. 산문에 들어서니 자장율사가 이 절을 창건한 지 1373주년이 되는 해를 기념하여 진행된 개산대재 흔적들이 곳곳에 남아 있었다. 먼저 대웅전 천장반자에 그려져 있는 ‘범자6연화문’을 1천100개의 검정우산에 그려서 길 양쪽에 진열한 모습이 장관이었다. 또 천왕문 벽에 걸려 있는 백만 개의 비즈로 재현한 ‘양류관음도’는 정성에 정성을 더한 작품인지라 경외감마저 들었다. 이에 분위기를 더한 것은 부처님을 현대식으로 조각한 작품과 ‘어린왕자전’을 곁들인 모습들이었다.

전 성보박물관장이 안내한 그날은 여러 수를 배웠다. 통도사 가람은 배산임수 지형에 맞추어 동서로 배치되어 있는데 가람의 중심 건물을 찾는 방법은 향나무로 밥을 지어 부처님을 공양하는 향전이 어디 있느냐가 포인트다. 배치 기준은 체용설이 적용되고, 일주문이나 사천왕의 의미도 알 듯하다. 통도사는 60동이 넘는 건물이 크게 상로전, 중로전, 하로전으로 나뉘어 있다. 상로전의 대웅전 겸 금강계단, 중로전의 대광명전, 하로전의 영산전 벽화가 각각의 중심이다. 그날따라 자장암에서 바라본 소나무 숲 너머 영축산이 신령스럽게 보였다.

3강은 봉정사와 부석사에서 이루어졌다. 건물 양식이며 가람의 특성에 대해 기본을 이해할 수 있었음은 전문 교수의 안내 덕분이었다. 꼭 와보고 싶었던 봉정사는 만세루에 이르기까지 그렇게 호젓하고도 편안할 수 없었다. 극락전을 대하니 감개도 무량했지만 경외감마저 들었다. 나무도 900년이 넘으면 천연기념물감인데 하물며 목조건물이야. 부석사는 왕경 금성을 벗어나 의상이 세운 최초의 절이다. 산사의 전형으로서 축선을 중심으로 배치된 건물 하나하나가 예사롭지 않았다.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 바라본 능선들이 지나간 세월처럼 아마득하게 바라보였다.

BC. 6세기경 석가모니에 의해 창시된 불교가 삼국시대에 한반도에 전해졌다. 처음에는 지배층의 필요에 의해서였지만 차츰 백성들의 생활 속에 스며들었다. 통일신라는 불교문화를 크게 융성시켰고, 고려시대의 불교는 아예 국가 경영의 기조가 되었다. 조선조에서는 지배층의 핍박을 받아 크게 위축되었음에도 임진왜란 후 중창된 건물들이 대부분 각 사찰의 중요 공간을 이루고 있다는 점이 아이러니하다. 아는 것만큼 보이고, 보이는 것만큼 느낀다는 말을 실감하면서 우리의 인류무형문화유산과 세계기록유산도 관심을 가져봐야겠다.

이정호 수필가, 울산학포럼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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