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의 책임과 교육의 범위
교사의 책임과 교육의 범위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11.12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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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한 주 언론에 보도된 여러 가지 교육관련 소식 중 눈길을 끄는 사안이 한 가지 있었다. 대구의 어느 학교 교사에게 벌금형이 내려졌다는 11월 6일자 기사였다.

언론에 보도된 판결문에 따르면, 50대의 이 교사는 지난 4월 자신이 담임을 맡은 한 학생(7세)이 수업 중에 흥얼거리자 수업 분위기를 방해한다며 반 친구들에게 사과하도록 요구했다. 하지만 학생이 작은 목소리로 사과하자 그는 화를 내며 "큰 소리로 말하라"고 재차 요구했고, 그래도 학생이 시키는 대로 따르지 않자 "제대로 사과하지 않을 거면 집에 가라"며 학생의 팔을 툭툭 치거나 책가방을 학생이 있는 쪽으로 던지기도 했다.

초등학생을 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로 기소된 이 사안에 대해 대구지법 재판부는 해당 교사에게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해 어린이가 정서적으로 상당한 상처를 받았을 것으로 보이고 피해 어린이와 그 부모에게서 용서 받지는 못했지만, 훈육과정에서 우발적으로 범행하게 된 점 등을 종합했다"는 자세한 설명까지 덧붙였다.?

나이가 7세라고 했으니, 피해 학생은 아마도 초등학교 1학년이 틀림없을 것이다. 게다가 그 시점이 4월이었다니 갓 입학한 아이들에게는 아직도 학교적응이 힘들고 어려운 시기라는 것은, 물론 아이들의 성향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겠지만, 초등학교 교사라면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는 사실이다.

1학년 담임을 배정하는 일은 학교에서도 신경이 무척 많이 쓰이고 힘든 일이다. 그래서 1학년 교사들 사이에는 ‘1학년=우주인’ 또는 ‘1학년=럭비공’이라는 가벼운 농담을 주고받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만큼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의 누리과정을 마치고 초등학교에 갓 입학한 아이들의 개성과 톡톡 튀는 성향의 특성상 학교적응과 친구관계에 여러 가지 어려움이 많다는 얘기다. 바꿔 생각하면 학생이나 교사들에게 초등학교 1학년 시기는 이해와 배려, 그리고 수많은 땀방울과 노력에 곁들여 수백 번의 호흡을 가다듬을 인내의 시간이 이어진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어려움을 겪게 마련인 25명 안팎의 초등학생들을 한 곳에 모아놓고 수업과 생활지도를 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 일을 해야만 하는 것이 교사의 숙명이자 국가와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직책이다. 그런 의미에서 해당 교사가 한 언행이 분명히 큰 잘못인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특히 어린 학생에게 심리적, 정서적으로 가한 큰 상처는 어른이 되어서도 트라우마로 따라다닐 중대한 사안임은 확실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교직을 그만두게 해야 할 만큼 큰 잘못인가에 대해서는 온갖 생각이 다 든다. 아동학대방지법 위반으로 실형(벌금형 포함)을 선고받으면 최대 10년간 해당 직종에 종사할 수 없다는 법 조항이 있는 한 교사들은 학생이나 학부모와의 관계에서 자꾸 위축되고 교육활동도 소극적이 될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학생의 교실부적응 행동으로 다른 학생들이 겪게 될 피해에 대해 교사들은 어떻게든 바로잡으려고 애를 쓰게 된다. 이 과정에서 학부모와 협력이 잘 이루어진다면 학생의 변화와 성장에 도움이 되고 담임교사에게는 큰 힘이 된다. 그 반대로 모든 것이 교사에게 무거운 짐으로 돌아온다면 이는 갈등요소가 될 수밖에 없다. 이번 대구 교사의 사안도 이런 경우는 아닌지 조심스레 생각해 본다. 차라리 그 교사에게 벌금형이 아니라 가정법원을 통해 ‘보호처분’이 내려졌다면, 교사에게도 스스로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세련되지 못하고 일방적인 교육활동이라고 ‘처벌’만 한다면, 앞으로 교실에서는 ‘소극적인’ 교육활동만 명맥을 유지할지도 모른다.

김용진 명덕초등학교 교사, 울산시교육청 파견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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