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조선이 우리 겨레 최초의 국가는 아니다
고조선이 우리 겨레 최초의 국가는 아니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8.11.06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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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역사교과서의 문제점과 관련, 오늘은 고대사 산책부터 시작한다. 역사교과서는 초등학교 5학년 ‘사회’에서 고등학교 ‘한국사’까지 필수로 배우므로 국민역사 교재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중요하고 영향력이 크기 때문이다. 역사교과서의 맨 앞자리를 차지해야 할 우리 겨레의 창세신화가 빠져 있고, 개천을 단군이 하지 않았고 국조도 아니라는 것도 이미 지적한 바 있다. 그래도 고조선이 우리 겨레 최초의 국가가 아니라는 점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최초의 국가라면 우리 역사의 출발점이 되기 때문이다.

국정교과서인 ‘초등학교 사회 5-1’의 내용을 보자. 1장 ‘하나 된 겨레’ 중 2절의 제목이 ‘최초의 국가 고조선’이고 그 개요에서 “청동기 시대가 시작될 무렵 우리나라 최초의 국가인 고조선이 세워졌다.”고 서술한 다음 내용에서도 고조선을 ‘우리 겨레 최초의 국가’라고 하는 것은 모든 교과서가 공통적이다. 하지만 그 근거로 제시하는 『삼국유사』 단군 이야기는 교과서마다 약간씩 다르게 싣고 있는데, 여러 책의 내용 중 오늘의 산책과 연결되는 내용을 종합해서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옛날 환인의 아들 환웅이 자주 하늘 아래에 뜻을 두고 인간 세상을 탐구했는데, 그 아버지가 아들의 뜻을 알고 아래로 삼위태백(산)을 내려다보니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할 만한지라 천부인 세 개를 주고 내려 보내 다스리게 했다. 환웅은 무리 3천을 거느리고 태백산 꼭대기 신단수 아래로 내려와 그곳을 신시라 불렀다. 그는 풍백, 우사, 운사를 거느리고 곡식, 형벌, 선악 등 인간의 360여 가지 일을 주관하며 세상을 다스렸다.

이때, 곰 한 마리와 범 한 마리가 같은 굴에 살면서…(금기를 잘 지켜 여자의 몸을 얻은) 웅녀는 혼인할 상대가 없어서 매번 신단수 아래에서 임신하게 해 달라고 빌었다. 환웅은 잠시 사람으로 변하여 그와 혼인해서 아들을 낳으니 이름을 단군왕검이라 했다. 단군왕검은 아사달에 도읍을 정하고 나라를 세워 조선이라 했다.

이는 교과서 집필진들이 증거자료로 올려놓은 『삼국유사』의 내용인데, 아무리 살펴보아도 모든 교과서에서 서술하고 있는 ‘우리 겨레 최초의 국가가 고조선’이라는 내용은 없고, 처음으로 나라를 세운 사람은 환웅이고, 나라 이름은 ‘신시’였으며, 참모들과 함께 ‘인간의 360여 가지 일을 다스렸다’고 했으니 인간세상을 처음으로 다스린 사람이 환웅이라는 것을 상세하게 기술하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 단군왕검은 그 한참 후 환웅과 곰이 사람으로 변한 웅녀 사이에서 태어나 고조선을 건국했다고 했다.

『삼국유사』의 내용을 이렇게 소개해 놓고도 내용에서는 “삼국유사에는 단군왕검과 관련한 고조선의 건국 이야기가 실려 있다. 기록에 따르면 고조선은 우리나라 최초의 국가이며, 단군왕검이 기원전 2333년에 세웠다.”고 기술하고 있다. 또한 “삼국유사에 나온 단군왕검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옛날 사람들이 오래전부터 고조선을 우리나라에 세워진 최초의 국가로 여겼으며, 고조선을 세운 사람은 단군왕검이라고 생각해 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라고 『삼국유사』에 없는 거짓내용을 기술하고 있다(초등 사회 5-1).

『삼국유사』에 실린 단군 이야기는 법문사 편 ‘고교 한국사’ 등 일부 교과서에서 ‘천손 사상을 가진 부족(환웅족)이 곰을 숭상하는 부족과 연합하여 고조선이 형성되었음을 알 수 있다’고 서술하고 있듯이 역사적 상황을 상징화한 기록으로 볼 수도 있다. 그리고 국정교과서에서 하느님, 곰, 호랑이 등으로 직역한 것 또한 상징화된 역사 기록을 보는 시각이 아니라 ‘단군신화’로 보는 조선총독부의 식민사관을 벗어나지 못한 역사의식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자신들이 소개해 놓은 단군사화에 없는 내용을 있는 것처럼 꾸며서 거짓으로 서술하는 것은 의도적으로 국민들을 오도하는 큰 범죄에 해당된다.

이처럼 고조선이 우리 겨레 최초의 국가도 아닌 것이 명백한데도 사학계와 교육부가 바로잡지 못한다면, ‘적폐 청산’을 내세우는 문재인 대통령이 나서서라도 이런 잘못된 적폐는 하루빨리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

박정학 역사학박사·사단법인 한배달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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